본문 바로가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한예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9. 21.
728x90
반응형

한예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한예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유이

제목: 24시간 열려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의지야.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내가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그거 아무 소용없다. 그냥 비싼 약만 축내는 꼴이지

 

듣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병상에 누운 아이,

그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아야"

 

유이의 등 짝을 때리는 할머니, 유이의 엄마였다.

그리고 유이가 기를 죽인 손자에게 다가간다.

 

이모 말은 약을 잘 먹어야 낫는다는 거니까

할머니, 나 이모 무서워

 

할머니에게 꼭 안겨서 이모에게 메롱을 하는 조카였다. 그런 조카를 보며 유이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연재욱! 아무튼 한 번만 더 속 썩이면 진짜 죽을 줄 알아?”

!”

 

유이는 조카의 병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내일 약국에 나가기 위해서는 얼른 가서 준비해야했다.

 

유이는 서울의 지원을 받으며 24시간 운영하는 약국이었다. 보통 손님들은 차를 타고 이동해서 유이의 약국까지 왔다. 요즘은 어플이 잘 되어 있어서 어플에서도 약 처방을 받아서 약을 배달해 주기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직접 와서 약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약국에 일찍 취업했던 유이, 그렇게 어느 정도 안정이 생기자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조교수 제의를 하며 대학에 남을 것을 권유했던 교수님도 떠올랐다.

 

유이는 의대를 가게 된 이유는 가장 돈을 빨리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유이의 오빠도 돈을 벌기 위해서 건설업을 했고, 사고가 나서 지금은 한 쪽 다리를 잃었다.

 

아빠가 생전 선물해놓고 간 거대한 빚더미에서 이제 겨우 숨통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유이는 문득 비가 오자, 차량을 돌려 아빠가 모셔진 납골당으로 갔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같이 있지. 왜 그렇게 먼저 갔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자신도 아빠를 따라 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었다. 힘들어서 차라리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이도 그런 사람이었지만, 아빠의 죽음 이후 가족들이 힘든 모습을 보고 아빠를 원망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시간을 돌이켜 보면, 결국 아빠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세상이 아빠를 그렇게 만든 것 뿐이었지.

 

아빠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대신 돈 독촉을 받고 친구가 소식이 끊기자 자살을 선택했다.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모두 끌어안고 가겠다는 바보 같은 말이었다. 법을 잘 몰랐던 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대에서 끝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지금이야 이제 상속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빚을 대물림 하지 않을 수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직 이런 법이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고스란히, 그리고 이자는 더해져 아빠의 빚이 그대로 가족에게 스며들었다. 빛 대신 스며든 빚은 유이를 포함해 모두를 힘들게 했다. 재능 보다 재력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유이였다.

 

돈을 벌 선택지 보다 재능이 있어도 할 수 없어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름의 공부의 재능이 없어 약사가 되었고 이렇게 어느정도 빚을 갚아 나갈 수 있었지만.

 

아빠. 나 정말 힘들었다. 근데 아빠도 참 힘들었겠지..?”

 

아빠가 죽기 전까지 아빠가 그런 고민에 빠져 있었던 걸 몰랐던 유이였다. 항상 웃으면서 유이와 가족들을 대해 주셨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깟 빚.. 같이 갚으면 되는 거였는데...”

 

빚 때문에 잃어버린 아빠의 모습. 사진속에선 그래도 다행히 유이가 기억하는 아빠의 예전 모습처럼 웃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하늘에서라도 웃으면서 지내길 바랐다.

 

유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내렸다.

 

앞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도로였다. 많은 차량들이 앞을 비추고 있었지만 모두가 유이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운전을 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였다. 대낮에도 이정도의 걍수량이면 앞이 안 보일 것 같았다.

 

그때 사람들이 차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여줬다. 유이가 살펴보니 이미 타이어의 절반 이상이 물에 가득 찼다.

 

안돼..!”

 

유이는 놀라서 차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유이에게도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려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수구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올 때는 하수구도 조심해야 한다고 갑자기 급류에 휩쓸릴 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유이는 구두를 버려버리고 맨발로 사람들을 쫓아갔다.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사람들이 비를 피해 아무 건물에 들어갔다. 가게들은 사람들을 맞아주었다. 작은 온정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가게안까지 빗물이 넘쳐흐르자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일기예보도 아침까지 오늘은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을 맑은 날씨로 보도했었다.

 

그래서 우산을 든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미 우산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이는 전화를 걸어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너무 급하게 차에서 내려서 휴대폰을 두고 내린 걸 알아차렸다.

 

, 휴대폰

폰 빌려드릴까요?”

 

함께 움직였던 사람 중 하나가 유이에게 말을 건네왔다. 유이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목소리처럼 맑고 청량한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 잠시만 빌릴 수 있을까요?”

 

그가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데, 그 휴대폰도 다 젖어 있었다. 이렇게 젖은 상태로 켜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보니까 배터리가 5%정도 되어 보였다. 반짝이면서였다.

 

..”

 

예리를 됐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휴대전화를 내밀며 미소 지었다. 지금 이 칠흑과 같은 공포를 불러오는 밤 중 유일한 빛처럼 느껴지는 미소였다.

 

괜찮아요. 저는 아까 가족들이랑 통화 다해서, 걱정할 거 같은데? 가족한테 통화하려한 거 맞죠? 남자친구면.. 하지 말고 가족은

남자친구 아니고 남편이면요? 가족이니까 되나요?”

..편이요?”

아뇨. 장난이예요. 남편도, 남친도 없.. 아니 굳이 이런 걸 말할 필요는 없고. 그럼 실례좀 하겠습니다.”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엄마와 조카의 폰은 꺼져 있었다. 조카가 입원한 병원과 몇번의 실패 끝에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병원에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자신은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가족이 병원에 있어요?”

. 조카가 입원해서.”

.. 빨리 나아야겠네요. 혹시 조카가 몇살이예요?”

이제 중학교 올라 갔나??”

 

우연히 만난 남자가 조카의 중학교 선생님일 확률은 몇이나 될까?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의 확률일지 모르겠으나 유이한테는 100%였다.

 

, 재욱이 고모였어요?”

 

유이는 조카의 담임선생님을 만난 게 깜짝 놀라웠다. 어쩌다 길거리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폭우를 피해 온 것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정말로 몰랐으니까.

 

우리나라 날씨가 요즘엔 미쳤죠? 봄가을은 없어지고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오늘은 비가 미친듯이 오네요

그러게요, 날씨가 미쳐가지고

 

유이는 출근해야하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다고 이런 비를 피할 수고 없고, 아 전화를 약국에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약국에도 비를 피해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원래는 유이가 근무를 해야하는데 오늘 소개팅이 잡혀서 꼭 나가보라는, 근무까지 바꿔주겠다는 말에 그냥 쉬자는 느낌으로 근무를 피하기만 했던 유이였다.

 

그런데, 이 밤에 이렇게 차려 입고 어디를 다녀오시는거예요?”

 

조카의 담임이라서 그런지, 자신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선생님이었다. 유이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옆에서 조잘대는 게 약간 짜증이 나다가도 그의 얼굴을 보니까 괜찮은 거 같다고 싶었다. 그래도 이 얼굴이 어차피 뭐가 중요하냐 이런 생각이 드는데 옆에서는 조잘조잘 쉬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병원이요? 병원을 이런 차림으로? 누구 찾아간건데요?”

. 그쪽 학생이요.”

제 학생이요? 재욱이? 재욱이가 다쳤어요?”

 

이번에 사고 난 게 아니라 원래 아팠던 얘기를 해줬다. 선생님이면 생계부에 있을 내용을 익혀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따지고 싶은 유이였지만 재욱의 미래를 위해서 참았다. 괜히 따지고 들어서 사랑하는 조카인 재욱이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결국 그곳에서 밤을 새다 시 피 한 유이는 피곤한 차림새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피곤해 보이는 유이를 보고 놀랐다.

 

아니, 연 선생, 괜찮아?”

약사님 괜찮으세요?”

 

유이 대신 일을 하고 있던 약사도, 알바생도 놀란 모습이었다. 약이 필요해 보이는 건 손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유이가 진짜 필요해보였다.

 

유이는 우선 약국에서 특제로 개발한 피로회복제 묶음의 포장을 뜯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중 하나는 숙취해소, 종합감기, 그리고 피로회복에 관련한 약들이었다.

 

이런 약들을 묶음 상품으로 준비해 놓은 약국이었다.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서 따로 준비해 놓은 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숙취해소제를 내일 출근 직전까지 먹어야 하다며 야밤에 퀵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안 잤어?”

선생님 괜찮으세요?”

 

전화도 당분간 키면 되는 상황. 차는 이제 몰지 못하게 된 상태가 됐다. 출근 전 도로를 보니 유이뿐만 아니라 침수된 차량이 많았다. 그 차 중에선 급하게 나와서 문을 열고 온 차량도 있었고, 문은 닫혔지만 창문이 열린 차량도 있었다.

 

유이의 차량은 찬문도 문도 잘 닫혀 있었다. 그러나 차속에는 물이 차올랐다. 휴대폰을 찾다가 나올 때 안전벨트가 유이의 몸에 걸렸는데, 그 안에서도 흙탕물이 나왔다.

 

..”

 

차를 버리게 된 것이었다. 보험은 되겠지? 제길, 어제 그냥 병원에서 잘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유이의 가족들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겼다고 TV 뉴스에서 전해졌다.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재난이었네..”

말도마세요. 여기도 난리가 아니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약국에도 물이 들어찼던 게 보인다. 그리고 흩어진 모래주머니들이 보인다. 이곳의 사람들이 바깥의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었다.

 

여기도 고생 많이 했네요..”

선생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진짜 저희 죽는 줄 알았어요

저 여기 침수 되는 줄 아랑ㅆ어요

 

알바생들은 생전 이런 경험을 할줄 몰랐다는 듯, 그리고 영웅담을 들려주겠다는 것처럼 반은 지난 날의 두려움과 반은 그걸 이겨낸 환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평소 같으면 울렸을 종이 울리지 않았다. 어제 종이 하도 울려서 옆으로 떼 버린 것이었다.

 

. 재욱이 고모님 맞으시죠?”

재욱이 담임 선생님..?”

 

어제 휴대폰을 빌렸던 청년이 다시 유이의 앞에 나타났다.

주변에선 무슨 일이지 하고 쳐다보는데, 별빛이 휘날렸다. 무슨 상황이지?

 

혹시 러브와 같은 상황인 건가? 하는 특종을 발견한 기자와 같은 눈빛들을 하고 있었다.

728x90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