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준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준하
제목: 독립을 부르며
“도대체 얼마를 더 포기해야 돼! 더 이상 안 잃을 수 있는 건데?”
대답없는 고요한 외침일 수 밖에 없었다.
질문은 있고 답은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언제나처럼.
모든 걸 잃은 남자의 대표. 그게 준하였다.
사사로이는 가족을 잃고, 대의적으로 나라마저 잃은 자. 이제는 함께 싸우는 동지마저 잃을 뻔한 위기에 놓였다.
“정 동지..”
“나는 오늘 여기서 죽습니다.”
준하는 나라를 뺏기지 않기 위해 의병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기술의 차이로 인해 지난 임진년과 다르게 뭘 해봤다 하기도 그렇게 순식간에 토벌당한 의병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준하는 의병들을 데리고 후퇴해 훗날을 도모하기로 했지만, 당시 준하를 지지해주고 많은 걸 가르쳐준 의병장 석한은 준하와 다른 의병들을 보내기 만하고 스스로는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장군님! 지금은 후퇴를 하셔야합니다!”
“아니. 기다린다고 오는 때가 아니다. 만들어가야 해. 나는 너희가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게 이곳에서 기회를 만들 테니, 너희는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 독립의 기회를 만들어라!”
준하는 결국 석한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석한의 죽음을 지켜본 준하는 가족의 죽음에 이어 나라의 몰락까지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한 자신을 탓했다.
이후에 더 이상은 뺏기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무공을 정말로 몸에 익힌 듯한 준하였다.
“우리는 되찾을 겁니다.”
사람들과 함께 자신들을 이끄는 무리의 대장을 지켜보던 입장에서 이제는 어느 새 비록 소수이긴 해도 사람들을 이끄는 어엿한 인물로 성장한 준하였다.
그런 준하의 일행에게 찾아온 위기는 러시아 연해주와 가까운 자유시에서 일어났다. 흑하라고도 불리는 지역에 주둔해 있던 독립의병들이었다.
러시아 제국이 멸망하고, 볼세비키 군벌 중 하나는 일본군을 협상을 통해 철수시키려고 했는데, 일본군 철수의 요구 사항 중에 하나가 소련 내 독립군의 무장해제였다.
“말도 안 되는 처사입니다”
“우리는 일본군에 항복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있던 독립군이었는데, 이들을 토벌하러 일본군도 아닌 러시아군이 나타날 소식이 곧 전해졌다.
“여기서 죽는 건 개죽음입니다. 일본군도 아닌 러시아놈들한테 당할 수는 없어요”
“러샤놈들 괜히 나라가 망한 게 아닌거야. 이 새끼들!”
일본군이 아닌 러시아가 자신들을 토벌하러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립군들의 주둔지는 시끌해졌다. 우선 아녀자와 아이들을 밖으로 빼내는 독립군이었다.
“단순히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니, 일본놈들처럼 한국인이라고 차별하고 죽이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여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청년들도 빼내는 독립군이었다.
“너희도 가, 쟤들 끼리 어떻게 살겠어”
“저도 남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일제놈들하고 싸우냐? 괜히 자존심 지키겠다고 너까지 죽을 필요는 없다야”
분한 마음에 주먹만 쥐고 있는 준하였다. 이미 손톱이 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동지..”
눈물로 이별하는 이들이 많았다. 준하도 이미 몇 번 해 본적 있는 이별, 이 순간은 한 순간의 찰나이지만 영원이 기억될 순간들이었다.
아직도 이별한 이들을 잊지 못하고 매일 그리워 꿈에 찾아오지 않으면 자신이 찾아나서는 준하였다.
“…”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석한부터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이 살아 남아야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의 무덤을 돌아가 다시 돌 봐주어야 하는데, 오늘 이후로 이제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든 독립된 나라를 봐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살아 남아야만 하는데, 그렇다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동지들을 버릴 수 없었다. 그들이 남는 이유처럼 준하는 이곳에 남아야 하는 이유와 또 더불어 어떻게 든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동시에 존재했다.
“죽더라도 일제놈들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야 하는데”
“이 놈들이 지금 일제라고 생각햐쇼. 우리말 안들어 주고 일제놈말 들어주는 중이잖혀”
“것도 맞는 말이여, 나쁜 놈들! 천벌 받을 놈들!”
아쉽게도 총구가 향하는 게 일제가 아닌 러시아라는 게 안타까웠다. 이대로 러시아와 붙는 것보다는 일제를 먼저 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군과 경찰이 독립군이 진지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을 둘러싸고 있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참 협상이 진행중인데 이대로 독립군을 보내고 것도 외교상의 실례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동지들, 함께해서 영광이오”
“나도요 동지!”
독립진지에서 비상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독립 의병들이었다. 이 장소가 원래 이렇게 고요했던 가, 발자국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사람들이 잔뜩 긴 장 한 채 그림자의 정체를 기다렸다.
그들은 습격을 통해 나타나지 않았다. 먼저 독립군들을 최후라도 설득해보려고 나타난 고려공산당원들이었다.
그들은 같은 조선사람이었다. 한 때 같은 나라에서 같은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었다.
“이보시오 동무들. 우리 이렇게 총칼 겨누지 말고 대화로 해결합시다”
우리였던 그들은 공산당으로 우선 합류하고, 나중에 일본제국과 맞서 싸우자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조선 사람이오. 조선 사람이니 일제에 맞서 싸우는 것뿐이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조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이라는 말을 이미 일본제국에게 먼저 들어봤던 사람들이었다.
‘나중’이라는 말은 결국 ‘나중’은 없다 라는 걸 이미 알아버린 사람들이었다.
“동지들. 우리는 조선사람이오. 러시아 사라이 될 마음이 없소”
“동무들, 러시아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요. 우선은”
“일본과 싸울 마음이 없는 게 우린 아니오.!”
결국 협상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하고 끝났다.
마지막까지 독립의병들을 설득하려는 고려공산당의 단원들도 있었지만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이미 마음이 흔들릴 사람은 진작에 이 곳을 빠져나가고 없었다.
그날 밤이었다. 아마 이들은 이제 내일의 새벽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오늘 날씨가 좋더구만요”
“좀 흐려줘야 놈들의 눈도 흐려질 텐데”
이미 이 지역은 러시아 놈들보다 더 잘 아는 독립군이기에 유리했다. 결의에 가득 찬 의병들은 두려움을 결의로 잘 숨기고 있었다.
준하는 다가오는 러시아군대를 파악하기 위해 높은 곳으로 향했다.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거의 2개의 대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지, 우리가 지금 몇 명이나 남았지?”
“2개 중대 정도 됩니다.”
독립의병의 인원은 대략 1,000명 정도 되었다.
중대 하나당 400~700명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 개 하고 반 정도 되는 중대규모의 인원들이었다.
모두 고향을 떠나 온 인물들이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거친 꿈을 가지고서였다.
“독립, 봐야 하는데”
“볼 거요. 반드시!”
정해진 운명처럼, 피할 수 없음을 알기에 맞서 싸운다.
적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빼앗겨 버린 나라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적들은 처음부터 화포를 쏘았다. 건물이 무너지고, 대기하던 군대를 이동시켜야했다.
“전방에 화포가 왔습니다!’
총구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시가전이 진행됐는데 적군이 8방향에서 몰려왔다. 완전한 토벌작전이었다.
“일제기가 보입니다.”
“일제기..?”
러시아군 뿐만 아니라 일본군이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살려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할 거면 조선말로 해야지 쌍놈들”
“동지 북측에 가시오, 거기서 화포를 빼앗았다고 하니까. 화포를 가지고 다시 오시오”
“알겠소 동지”
준하는 독립의병들을 지휘하면서 반나절이면 끝날 토벌전을 오래 이끌었다. 오죽하면 러시아가 먼저 휴전을 제안해왔다. 이제라도 항복하면 무장해제만 하면 러시아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아도 영내에 머무르는 걸 허락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반대로 일본군이 무장 해제한 독립군을 그대로 둘리 없었다.
“정말 저놈들이 무기만 뺏을 목적이면, 마피야 놈들을 치겠지, 우리를 치갔소”
맞는 말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무장해제가 아니라 조선독립에 대한 의지를 꺾기 위해서 무장해제는 진행하고 잇는 것과 같았다.
“나 죽더라도 저 놈은 죽이고 죽고싶소”
망원경을 넘겨 받는 준하였다. 그가 지목한 인물은 이 무장해제 토벌전을 지켜보러 온 일본제국 장교였다.
준하도 이에 동의하고 소수의 인원을 이끌고 저격이 가능한 거리로 다가갔다.
“저거시 뭐여”
생전 처음 보는 화포의 형태였다. 아직 토벌전에 투입되지 않는 화포는 포가 앞으로 빠져나와 있었는데 그 주변에 뚜껑을 씌웠다. 마치 갑옷을 입힌 기마와 같았는데 그게 마차에 포를 실어 놓은 느낌을 떠나 마차와 포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러시아 군은 이를 땅크라고 불렀다. 일본군에서 지원한 것이었다.
곧 저격을 통해 일본장교를 쏘고, 그가 쓰러진 걸 확인하고 서둘러 돌아가는데 일본 장교가 쓰러진 걸 알고 뒤에서 기다리던 일본군이 투입되었다.
러시아군의 장교가 일본이 러시아 땅에서 활약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를 막아내고 러시아 정규군을 투입해 토벌을 강행했다.
버티지 못한 독립의병은 단 한 명의 투항자도 없이 피를 뿜으며 사라졌다. 독립을 위해 궐기했던 마음을 굽힌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죽여라..”
어깨에 총상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준하였다. 준하에게 걸어오는 러시아 장교였때. 한 때는 같은 상 아래에 같은 술병에서 나온 술을 마시던 사람이었다.
준하는 조선 사람 이외에 동지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는데, 러시아 장교 알렉세이에게는 동지라는 호칭을 부여 불렀다.
“알렉세이 동지가 도와줘서 우리가 힘을 냅니다.”
“조선이 곧 독립할 수 있을 꺼요”
그렇게 술잔을 나누던 사람. 그런 그가 이제는 총을 준하에게 겨누고 있었다.
“준하 동지, 항복하시오”
“없소. 인생에 항복은. 그러니 어서 쏘시 오 알렉세이 동지”
그때 일본군이 준하에게 총을 쏘려고 했는데, 알렉세이가 그를 쏴 버렸다. 뭐지 싶은 표정을 짓는 준하는 더 이상 정신을 잡고 있는 게 힘들어 잃어버렸다.
이제 감은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이승이 아니라 저승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준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열차 안이었다.
한동안 쓰러져 있었던 준하였는데, 그런 준하를 극진히 간호했던 알렉세이였다.
“여기가 극락이오 알렉동지? 그대도 죽었소?”
“나도, 당신도 살았쏘”
한동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던 준하는 울부짖었다. 난데없이 기차에서 울부짖는 조선인을 보고 사람들이 놀랐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모스크바였다.
강제 노역을 위해 이송되고 있었던 준하였다. 알렉세이는 보고를 위해서 공산당의 본거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준하를 살려, 강제로 러시아의 노역을 살게 만든 알렉세이였다.
비록 준하를 죽지 않게 했지만, 준하의 독립의지를 죽이지도 못했다.
“나는 대한독립군이요”
“그 독립을 위해, 소비에트를 위해 일하시오. 그럼 조선도 공산당의 영향력에 무너질테니”
알렉세이는 원래 공산당을 욕하던 인물이었는데.
“무슨 속셈이오”
“그쪽은 대한의 독립을, 나는 러시아의 독립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알렉세이였다.
그런 알렉세이에게 말은 하지 않고 눈으로 욕하는 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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