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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피오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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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피오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장준표

제목: 소년의 시절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소년 준표가 있었다. 오랜만에 조우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준표는 자신이 언제나 소년 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그런 준표의 생각을 비웃듯 예고도 없이 빠르게 다가왔다.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술 잔을 기울이며 놀고 있는 준표와 친구들이었다. 

 

“준표 너 아직 다 거기 살아?”

“아니, 이사 온지 꽤 됐지?”

“에? 그래? 이번에 거기 이번에 싹 다 재개발한다고 하던데, 막차탑승 놓쳤네”

“그 소리만 몇 년 째였는데 드디어 되나?”

 

어린시절을 통으로 보낸 장소였다. 준표는 이미 떠나온 지역을 떠올려봤다. 이제는 기억 속에 간직해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문득 그 세월들을 떠올려 보면 미소 짓게 되는 날부터 저절로 표정이 찌그러지는 날도 떠올랐다. 그리고 눈물자국을 더듬게 되는 많은 날들부터 수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사라지는구나” 

 

문득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그리워진다. 지난 시절이 그리워지는 준표였다. 

 

“그럼 재개발 특혜는 못 받는 거네?”

“거기 알 박기 한 사람들 많잖아. 결국은 이렇게 됐네”

 

준표는 친구들의 질문 보다는 자신의 지난 시절만을 떠올렸다. 그러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쏠려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모르지, 우리집이었긴 한 대, 내 집이 아니라 부모님 집이었고, 나는 독립한거고. 부모님은 시골로 내려가셨어”

“아 진짜 아깝다. 조금만 더 버티지!”

 

준표는 예전부터 부동산을 거주의 공간을 넘어 자산으로 생각하고, 그리고 신분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이 싫었다. 한참 뜨거웠던 대학생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는 과연 계급사회에서 벗어난 사회를 살고 있습니까?”

 

대학 시절을 떠올린다. 대학에는 친구들이 말하는 준표의 오랜 집에는 가끔 들렸다.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준표의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님의 등쌀에 밀려 대학을 가게 된 준표였다.

 

“준표야, 힘들지? 하지만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된다!”

 

거짓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니 새로운 퀘스트가 곧 내려졌다.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목표가 생겼다. 

 

“…”

 

허나 미성년자인 고등학생과 성인이 된 대학생 때는 완전히 달랐다. 준표는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났다. 

 

학생운동이라고 불리는 대학 생활이긴 하지만, 공부의 결이 아닌 다른 대학생활을 했다. 지금 술자리를 함께 하는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때의 준표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대나 간 녀석이 왜 그런 못난 사상을 짊어지고 있는 거냐?’

 

그러면서 가장 준표를 위해줬던 게 고등학교 친구들이기도 했다. 준표가 구속됐을 때 준표를 가장 많이 찾아온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 

 

“너 공부벌레인줄 알았는데?”

 

한 번은 준표를 면회 온 친구가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다퉜던 준표에게 물었다. 

 

“나 공부 벌레 아니야. 쫓겨나기 싫어서 공부를 한거지”

 

공부를 안 할 거면 집에서 나가라는 협박을 받았던 준표였다. 그때는 그 지역을 떠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준표는 친구들이 말하는 준표의 공간을 좋아한 적이 없다. 

 

그리고 한 번도 준표의 공간이라고 느낀 지역은 없었다. 

 

그 지역이 아니라, 다른 곳에 준표의 시간들이 훨씬 많았다. 소년의 대한 기억이 머물렀던 곳은 집과 학교의 반대 방향에 있었다.

 

그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지만, 부모님의 등쌀에 떠밀려 갔던 학원에서 발견한 첫사랑. 

 

그 첫사랑 때문에 준표는 삶을 버텨낼 수 있었다. 밥을 먹는 것보다, 부모님이 챙겨 준 영양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줬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미소 하나만으로 하루를, 그녀가 보내는 응원 하나로 일주일을, 그녀가 보여준 희망 하나로 학창시절을 버틴 준표였다. 

 

그리고 그녀와 나눈 첫 키스. 

 

문득 그 순간이 떠올랐던 준표는 친구들과 헤어진 후 그 공간을 찾아왔다. 

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공원의 어딘 가였다. 

 

공원은 관리가 안되는 모양 세였다. 이곳에 자신보다 작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놀았는데 재개발 준비로 인해 모두 떠나가서 인지 오래된 물건들이 보였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작은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이제 너희도 다 사라지는구나”

 

자신이 기억하던 모양과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니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준표였다. 

 

“준표야,”

 

어쩐지 그녀의 목소리가 준표를 부르는 것 같았다. 뒤 돌아보면 그녀가 준표를 향해 웃음짓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돌아볼지 말지, 돌아봐도 없을 걸 알지만 이대로 앞으로만 걸어가면 그녀가 자신을 봐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리워진 걸까? 

 

“보고싶네”

 

문득 그녀는 이제 뭘 하면서 살지 궁금했다. 이제는 서로 연락이 끊겨버린 채로 살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녀의 삶에도 자신의 삶에도 이제 서로는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고, 서로의 체온부터 시작해서 생각을 나누고 하나의 미래를 향해 꿈을 꾸고 걸어갔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문득 그녀와 함께했던 곳을 지도에 표시해보는 준표였다. 7년이나는 연애기간은 꽤나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전국을 넘어 바다를 넘어서도 서로가 공유한 추억이 많았다. 

 

그녀가 보고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고싶어진 준표였다. 

 

처음 헤어졌을 때는 만약에 길거리에서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그때 서로를 아는 척할까 궁금했던 준표였지만 괜한 기우였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구상에 인구가 70억이고, 대한민국에만 5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어쩌면 1초 이상 서로가 모른 상태로, 아니면 그녀가 자신을 발견하고 피했을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인식하고 마주친 척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자신을 먼저 발견한 그녀가 준표를 피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준표가 먼저 발견하고 피한 적은 없었다.

 

만약에 먼저 발견했다면 어떻게 했을 까. 아는 척했을까 모른 척 스쳐갔을까? 

 

지나간 시간처럼 알 수 없었다. 헤어질 거라는 걸 생각한적이 없었고 영원할 거 같았던 그리움도 어느새 인가 끝나버렸다.

 

“됐다. 집에나 가자”

 

예전에는 여기서 집이 얼마 멀지 않았는데, 이제는 꽤나 멀어진 집이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나쳤던 길, 그런 길에서 돌아서서 유턴하는 준표였다.

 

친구들을 떠나온 새벽, 왜 굳이 여기를 왔을 까. 그녀와의 첫 키스를 기억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이제는 사라진다고 하니까 마지막으로 보고싶었다. 변해버린 모습을. 과거의 모습만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변해버린 모습 마저도 기억하고, 그렇게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이렇게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을 기억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이 순간이 시간상의 마지막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기억속에서 이 공간의 마지막 순간은 그녀와 보냈던 시간일 확률이 높았다. 

 

준표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이제 3시간 후면 출근을 준비해야했다. 씻고 자면 거의 2시간도 안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준표는 예전 라디오를 들으면서 ‘낭만은 비용이 비쌉니다’라는 소리를 떠올렸다. 자신이 오늘 퇴근하자마자 왔으면 저녁 7시쯤 됐을 것이고, 친구들과 헤어진 후 왔어도 12시쯤에 집에 도착해 넉넉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굳이 이제 사라진다는 장소를 밤과 새벽 사이에 다녀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이었다.

 

천천히 주말에 다녀왔어도 되는데 오늘은 적당히 오른 취기로 아무런 소득 없는 시간을 이동에 소비해버렸다. 

 

“하아..”

 

한숨을 크게 쉬는 준표였다. 내일 무척이나 피곤할 일들이 예상됐다. 2시간의 잠은 차라리 자지 않는 게 나을 정도로 적은 잠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어느새 잠들었던 준표는,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매일 느끼는 고통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했다. 학교를 가야 했던 시간이 떠올렸다. 

 

수업은 9시에 시작인데 왜 등교는 7시 30분까지 해야 하는 거지? 0교시라는 쓰레기 같은 제도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지? 학교를 감옥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그래도 학교는 억지로 갔던 거라면, 회사는 월급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다. 강제성이 부여된 건 둘 다 비슷하지만 소득은 달랐다. 

 

이 회사를 가기 위해 학교를 다녔던 거니까 과정과 결과라는 위치도 달랐다. 

 

눈을 뜨려 는데 2시간 밖에 자지 않은 것 치고는 몸이 가벼웠다. 어제 들어간 알코올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시간을 보니 5시 30분이었다. 이 시간에 알람이 울릴 때는 등교를 할 때였을 뿐이었는데, 왜 지금 이 시간에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야 되는 걸까 불만이 가득한 준표였다. 

 

그러면서 어색하면서 낯설지 않은 공간이 눈앞에 들어왔다. 

 

“뭐지..”

 

어제 찾아갔던 예전에 살던 집 근처, 그곳에서 준표는 집에 온 게 아니라 예전 집으로 간 건가? 근데 팔아버린 집을 어떻게 들어왔지? 술에 취해서 자신도 모르게 들어온 건가?

 

그런데 낯설지 않은 가구들이 눈에 보였다. 

 

고등학교 때 사용했던 물건들이었다. 자신의 생각으로 채워진 물건들 보다는 부모님이 공부에 필요하다며, 그리고 체력관리에 필요하며,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물건들이 한 가득했다. 

 

모두 준표가 성인이 되자 마자 갔다 버려버렸던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코끝에 전해지는 맛있는 향기가 있었다. 준표가 유일하게 그리워하는 건 ‘집밥’이었다. 자신을 공부로 내몰긴 했어도 밥은 맛있게 잘 해준 부모님이었다. 

 

엄마가 바빠서 못 챙기면 아빠도 열심히 준표의 영양을 챙겨줬다. 혼자 살게 되면서 아무래도 집밥에서는 멀어진 준표였다. 

 

“설마..”

 

준표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추측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회귀는 현재의 삶에 크나 큰 위기를 닥칠 때 벌어진다.

그러나 준표는 그저 어제 하루, 과거를 잠깐 그리워했을 뿐이었다. 

 

어떤 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술에 너무 취해서 잠을 얼마 못 자서 지각을 할 정도의 위기. 

 

인생의 위기까지는 아니었다. 

 

방을 나서니 엄마가 식탁에 음식을 내려놓고 있었다.

문득,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깨 달았다. 

 

지금이 아침 6시 30분, 

그런데 요리 시간은 보통 평균 1시간 이상, 길면 2~3시간도 걸린다.

 

엄마는 도대체 언제 일어나셨던 갈까?’

 

그때는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엄마.”

“준표야, 오늘은 준표가 좋아하는 고등어 생선 구이 했는데? 어때? 맛있겠지?”

 

엄마의 요리가 맛없엇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준표가 싫어하는 요리가 나온 적도 없었다. 

 

준표는 자기만 고생했던 게 아니구나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멋어 본 엄마 표 고등어 구이.

 

맛있었다.

 

“엄마, 맛있네요”

 

고등어를 먹고 있는, 서른을 넘긴 이제는 소년이 아닌 청년의 준표.

준표는 하루 사이로 왔다갔다하는 자신의 소년과 청년의 시기를 떠올린다.

 

두 시간은 연계되어 있을까.

 

내일 다시 눈을 떠 소년의 시절로 돌아가면

지금 청년 시기에 영향을 주는 무언가를 실험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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