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지승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승준
제목: 입양아들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후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후회라는 것은 그렇게 피하려고 해도 도망칠 수 없는 존재다.
"승준아, 넌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가 뭐냐?"
승준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중 무엇을 끄집어내야 할지조차 헷갈렸다. 모든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런 게 있나요? 후회하지 않는 게."
거슬러 올라가면 태어난 것조차 후회였다. 하지만 태어난 걸 후회할 수는 없었으니, 승준은 태어난 후회를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래. 이제는 후회 없이 가자."
승준의 앞에 서서 말하는 이는, 승준과 함께 연씨 집안에 입양된 지 두 달 된 형이었다.
가족이니 위계질서가 필요하다며 하루 차이로 태어난 것도 형이라 불러야 했다. 실제로 승준과 형은 12월생과 1월생이었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입양을 많이 하셨을까?"
축구팀을 꾸려도 부족하지 않을 인원이었다. 아버지는 누구 하나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으로 키웠다.
어릴 적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왜 이렇게 입양을 많이 했을까, 그것도 또래들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입양한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주성’그룹에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주선그룹의 패악질로 인해 피해를 입고 가정이 파탄난 사람들의 아이들이었다.
아버지는 주성 그룹의 부장급으로 실무 임원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언제 오늘 내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었다.
17명이나 되는 그의 자식들이 모두 모였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사랑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후회이기도 했다.
주성그룹은 잘못된 일을 제대로 바로잡지 않고 은폐했다. 그 은폐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난 사람이 많았다. 주성이 빼돌린 비자금들, 그 비자금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주성이 지은 집이 무너지고, 가습기에선 살균이 아니라 사람을 살인을 하는 물질이 배출됐다.
그렇게 아이들을 두고 자살한 부모도 있었고 사고로 인해 사망한 부모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책임지지 못하고 떠난 부모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승준의 아버지는 주성의 피해자의 아이들을 입양했다.
승준도 비슷한 경우지만 약간의 경우가 달랐다.
승준은 아버지를 좋아했다. 자기를 지지해주고, 그리고 친 부모대신 길러주었으니까. 진실을 알기 전 까지만 해도 존경해 마다하지 않던 아버지였다.
“승준아. 너한테 해줄 말이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힘을 내는 건지 아이들 모두를 불러 모았다.
“네, 아버지.”
그렇게 승준의 차례가 왔다.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말들을 승준은 차라리 듣지 않았던 게 나았을까 싶었다.
“…”
자신이 입양된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승준의 친부모에 대한 이야기였다.
승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주성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다고 하였다.
“…”
승준은 가만히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됐다. 자신들은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라 주성과 관련된 인물들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였다. 죽기 직전에 놓인 아버지가 진실을 털어놓았던 것이었다.
“승준이 네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었지.”
승준에게 있어 양아버지도 훌륭한 인물이었다. 17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모두 사랑을 나눠줬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네가 검사가 된다고 했을 때, 이게 운명이구나 싶었다.”
양아버지의 무한에 가까운 지지와 엄청난 지원으로 인해 4수 생활 끝에 검사가 될 수 있었던 승준이었다.
시험에 낙방할 때 마다 검사의 꿈을 포기할 때 마다 양아버지는 승준에게 힘을 복돋아 주었다.
“나는 처음에 네가 검사가 되겠다고 나를 찾아왔을 때 너무 놀랐다.”
그렇게 지금까지 키워주셨으니 앞으로는 성공해서 자신이 양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말한 승준이었다. 그러나 삼수를 할 동안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은 마지막에 양아버지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 그렇게 돈을 벌 시간에도 공부를 하게 된 후 바로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승준이었다.
그렇게 신입 검찰이 되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을 때였다.
아버지의 회사이기도 한 주성에서 사내 변호사가 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왔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절대로 안 된다!”
주성은 양아버지가 애사심이 깊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양아버지는 회사일로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회사잖아요”
임원으로 승진을 하지 못한 분풀이였을까? 주성이면 이 나라에서도 손에 꼽는 회사였다. 어떤 사람들은 주성이 지원하는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 이에 순응하기 까지도 했다.
“주성은 안된다.”
주성은 안된다고 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던 양아버지였다. 그렇게 눈을 감기 직전에 자신이 아는 진실을 털어 놓는 양아버지였다.
남겨진 아이들은 당황스러울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승준의 시선으로 양아버지는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는 걸 좋아했던 걸 떠올렸다.
“어쩌면,”
승준은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건 승준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럴지도.”
입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승준이 말하는 ‘어쩌면’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두가 이해하고 잇는 것처럼 보였다.
주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주성의 피해자들을 보육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주성의 친아버지는 주성처럼 검사는 아니었지만, 검사와 부대끼는 형사였다. 그리고 주성의 일을 밑에서 추적하다가 어느 날 비명횡사 했다.
양아버지도 주성의 아버지를 정확히 주성이 죽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경황상 충분히 주성에서 처리를 했다고 유추할 수 있었다.
남겨진 승준은 이제 그런 정황을 조금 더 파고 들어 정확한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주성..”
조용히 주성이란 이름을 읊조리는 승준이었다.
“무너뜨리자”
“우리가”
17남매가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양아버지에게 모두가 자신만의 알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보였다. 승준은 주성을 무너뜨리자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함께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성을 무너뜨린다라..”
그때 TV에서는 한참 대선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주성이 미는 후보가 있었다.
그는 현재로선 지지율이 낮다. 그러나 주성이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며 그의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었다.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승준이 TV속의 대선 후보를 보며 말했다. 주성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자기들 뜻대로 세울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그런 힘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지도 말라는 법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마찬가지였기에 하지 않는 게 맞았다.
그러나 마음에서도 머리에서도, 이성과 감정이 모두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이성과 감성이 일치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그때 승준과 같이 검찰에서 일하고 있는 승준보다 2년 누나인 연성현이 자료를 가지고 왔다.
박스로 몇 개정도나 되는 자료였다. 그걸 하나로 담은 태블릿을 각자에게 전달하는 성현이었다.
“뭐야 이게? 여기에 주성을 잡을 카드가 있는 건가?”
“아니. 여기서 찾아야지.”
누나가 가져온 자료는 주성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모든 자료들이었다.
“이거.. 너무 많은데?”
“원래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좋은 말로 마인드맵, 피곤한 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이 자료 다 보는 데만 시간이 빡빡하겠는데?”
“이럴 떄 사용하라고 AI가 있는 거야”
그때 엔지니어로 성장한 류결이 말했다.
그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성현이 모아온 자료들을 입력했다.
“제대로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보여주는 자료와 걸러지는 자료들을 보니 꼼꼼한 거 같으면서도 군데군데 함정이 많았다.
“완벽하면 인간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 이런 부족한 걸 우리가 채우고, 자료 요약이나 비슷한 점들은 얘가 찾아주는거지.”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은데?”
17명이 모두 합심을 하는 경우가 있던가? 생일 파티 정도야 한 명을 빼고 모두가 진심으로 그 가족을 축하해주는 거 빼고는 모두가 같은 마음인 적은 없었다.
“아버지가 이런 모습을 상상하셨던 걸까?”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아버지는 임종 직전이었다.
“마지막까지 비밀로 하고싶으셨던 거 같지만...”
복수보다는 정말로 입양된 아이들을 사랑한 양아버지였다. 모두가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던 모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웃기지, 우리는 아버지의 후회야.”
후회라, 양아버지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모두가 이렇게 이런 자리에 모여들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면 거의 올스타 아니야? 어벤져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형제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의 친구들이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거기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강력한 끈으로 매여 있었다.
아버지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었다. 복수를 하겠다고 전달하는 것보단 편안히 보내 드리는 게 낫겠다는 형제들의 의견이었다.
마침내 모두가 모여 양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입양됐다는 사실을 잊고 정말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위대한 아버지였다.
그의 후회로 탄생한 가족이었지만, 입양된 아이들이 양아버지에게 받은 건 위대한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사랑한다. 아이들아.”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의 사랑으로 탄생한 가족들은 아버지를 사랑으로 보내고 이제 그 빈 자리에 복수를 넣게 되었다.
양아버지를 보냈고,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친부모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오래전 아버지와 같이 일했던 주성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우리의 결정에 후회를 하지 않게 해주네.”
주성은 반성이 없었다. 이들이 주성에 대한 정체를 살펴보는 사이에, 주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명분도 좋네.”
하나의 가족으로 모였던 17개의 파괴된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주성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였다.
승준은 양아버지가 알려준 친아버지의 산소에 찾아갔다. 그곳은 이미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산소에서 옮겨진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전혀 몰랐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자주 올 게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납골당 안에 경찰복을 입고 웃고 잇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두사람은 한날 한시에 함께 가셨다고 했다.
그때 납골당에 나타난 중년 남성이 있었다.
승준의 친부의 앞에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장 형사를 아시나?”
승준이 그를 닮아 보였다.
중년의 눈에는 승준이 마치 젊은 시절의 장형사와 너무 닮아 있었다.
“누가 보면, 가족이라고 해도 믿겠네. 우리 승준이가 다 컸으면 자네 정도 되겠구만.”
“승준..이요?”
“그래. 자네가 보는 저기. 장형사 아들내미 지. 어디 좋은 데로 입양갔다고하던데.”
승준은 아버지의 납골당을 다시 보고, 어린 시절의 자신을 알고 있는 중년을 바라보았다. 친부를 장 형사라고 말하는 것 보니 그는 아무래도 경찰인 듯싶었다.
“저예요. 장승준.”
승준의 자신의 원래 성씨가 ‘장’씨라는 것도 잊고 살았지만 이제는 복수를 위해 장승준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연승준으로 살아갈 건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자신의 거대한 적인 거악 ‘주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모든 걸 다할 준비를 하는 승준이었다.
혼자가 아니었지만 각개격파 당했던 그때의 주성의 적과는 달랐다.
지금은 연가의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는 형제자매들이란 믿을 수 있는 아군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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