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은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은채
제목: 한 해를 달려 봅시다.
정은채는 자신을 파도 같은 사람이라 표현했다. 그 말은 그녀의 진심이었고, 오늘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는 바로 영우였다.
“너, 자신을 파도 같은 사람이라 했지?”
“응, 맞아. 파도처럼.”
영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야?”
은채는 고개를 돌려 영우를 바라봤다. 마치 그에게 직접 답을 찾으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글쎄,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영우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말이 내포하는 여러 의미를 곰곰이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멈추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
은채는 그의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 미소가 마치 가볍게 부서지는 파도와도 같았다. 영우는 속으로 바랐다. 이 미소가 파도처럼 영원히 계속되기를.
“계속 보고 싶다.”
영우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 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니, 그냥 네가 웃을 때 예쁘니까... 그 웃음이 마치 파도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우의 갑작스러운 고백스러운 말에 은채가 영우를 쳐다보았다.
“너 나 좋아해?”
은채의 말에 당황한 영우였다.
“왜? 왜 좋아?”
좋아한다는 답변도 없었는데, 확신한듯한 은채였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사실이기도 했다.
“좋아해. 예쁘잖아.”
“예뻐서 좋아한다고?”
“파도처럼 예뻐서.”
“파도처럼? 파도처럼 예쁜 게 뭔데?”
어쩐지 질문의 늪에 빠져가고 있음을 느끼는 영우는 이 문제를 어떻게 끝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은채가 준비하는 일에 대해서 의견이 떠올랐다.
“달력을 만든다고?”
은채는 늘공이었다. 하고싶은 일도 많았지만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
행정안전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번에 행안부 관련된 달력을 만들라고 하는데. 아 정말~”
바로 은채의 대화 주제가 다른 곳으로 바뀌는 걸 확인한 후 영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그건 그 거고 나를 왜 좋아해?”
주제가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잠시 쉬는 타임이었던 것이었다.
“예뻐서..라고”
“예쁜가?”
은채가 휴대폰으로 셀카모드를 찍어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음. 내가 남자라도 반할 거 같긴 해.”
솔직한 걸까? 아니면 자신감이 좋은 걸까? 영우는 그런 모습에 더욱더 은채에게 빠졌다.
“달력 구성은 생각해봤어?”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그런 거까지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위에서는 달력을 만들기로 결정만 하고 실무는 실무자들이 하는 게 편하다는 핑계로 달력의 구성안부터 어떻게 만들 건지는 전부 아래로 남겼다.
“아 이러려고 공무원 됐나~ 자괴감이 들고~”
“그래도 하면 잘 하잖아. 그게 정은채 아니야?”
“그치, 나는 하면 잘 하지, 얼굴도 예쁘고, 할 일도 잘하고~”
영우는 가만히 자신 앞에 카페인을 흡수했다.
이렇게 은채와 가끔 만나서 대화하는 날은 영우에게 있어서 세상이 주는 보상과 같았다.
장난으로 말했지만 영우는 정말로 은채를 좋아했다. 언제부터냐고 말하면 처음 봤을 때부터였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중학교 때는 은채를 좋아한다고 말한 다른 남자애와 맞짱을 떠서 고백을 저지하기도 했다.
은채가 알면 노발대발할만한 진실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은채는 인기 많겠다 라는 말을 어른들한테 들으면 항상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인기요? 인기 없는데요.”
그 원흉이 이 앞에 있는 걸 알게 된다면 은채는 매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영우와 다르게 은채에게 영우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냥 자신에게 잘 맞춰주는 친구일 뿐이지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다. 지금 영우가 좋아한다는 말, 예쁘다는 말도 그냥 친구로서 하는 장난으로만 생각하는 은채였다.
만약 진심으로 느꼈으면 은채는 오늘 영우에게 절교를 선언했을 것이었다.
“아 스트레스 받아, 오랜만에 술이나 마시자.”
은채의 말에 영우는 역시나 거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채가 하자고 하는 걸 거절해본 적이 없는 영우였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언제나 연인의 관계로 넘어갈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적당히를 넘은 취기가 넘어가는 도중에 전남친에게서 연락이 오는 은채였다.
취기 때문에 실수로 받아버렸다.
“여보세요?”
-은채야.
“아 뭐야. 술맛 떨어지게”
바로 끊어버리는 은채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관계의 맺고 끊음이 너무나 확실한 은채를 보고 다시 한번 놀라는 영우였다.
“은채 넌, 안 그래 보이는데 은근히 관계는 확실하게 정리하는 편이네”
“맞아. 어차피 안 볼 사이인데 시간 낭비 하고싶지 않거든. 아 그리고 영우 너도 조심해라. 니가 나한테 고백하는 순간 아웃이니까. 실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래 그건 니꺼니까 내가 간섭할 건 아니야. 근데 나를 귀찮게 하고 내가 불편하게 하는 순간 그냥 아웃이야! 얄짤없다!”
십년 이상 된 우정이 이정도 밖에 안됐다 하는 생각에 영우는 착잡한 마음을 가졌다. 항상 그랬다. 이렇게 선을 긋는 은채를 보고 마음을 접으려고 하면 그게 안됐다.
한숨을 감추기 위해 술잔을 채워 다시 속에 집어넣는 영우였다.
은채는 그런 영우를 뒤로하고 적당히 취한 거 같을 때 집에 갈 택시를 불렀다.
“나 가”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가 오늘도 유지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친구들은 은채가 여우라고 불 여시라고 라고 욕했다. 그러나 영우가 생각할 때 은채가 잘못한 건 없었다.
만약 은채가 취해서라도 스킨십을 조금이라도 허용하거나, 흔히 말하는 하이파이브와 함께 손꽉지를 끼는 행동을 하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면 모를까, 영우를 만날 때 옷을 더 신경 써서 예쁘게 입고 온다 거나 그러면 모를까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은채였다.
어쩌다 은채가 예쁜 옷을 입고 온 날은 남친과 싸운 날이거나 소개팅이 끝난 후 갑자기 영우와 생긴 약속이었다. 영우와 미리 약속을 잡은 날에는 한 번도 꾸밈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친구이기에 영화를 함께 보기도 했지만 항상 손잡이는 내려가 있었다. 그 손잡이는 늘 영우의 배려로 은채의 차지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영우가 은채를 여자로 보는 느낌이 들면, 그날은 갑자기 피곤하다며 그만 가자고 들어가는 은채였다.
그런 은채르 은채의 친구들도 욕을 했다.
“너 남자 마음 갖고 노는 거 아니야!”
“난 말했어. 그냥 친구라고.”
“남녀에 친구가 어딨냐?”
“있어. 충분히 있어!”
은채를 다 같이 욕하던 친구들도 갑자기 이건 남녀문제가 아니라 은채 문제라며 남녀에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영우가 너 좋아하는 거 아 알잖아? 그러면 안 만나야지, 남자친구로 사귀기 싫으면.”
“나는 표현하면 끝이라고 말했어.”
“니가 그냥 아쉬워서 만나는 거 아니야?”
“아니지, 초딩떄부터 친구였잖아. 그래서 그냥 보는 거지. 또 끝나겠지 하고.”
그런데 그게 오래 안 끝났다. 문득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아저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이에 은채는 이 모습이 짜증이 났다.
들어보니까 남자애들을 태운 기사는 대부분 조용하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런 조용한 기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이어폰을 꺼내 꼈다. 그리고 노래를 틀었다. 하필이면 짝사랑 노래였다. 은채는 노래를 바꿨다.
“음. 내가 잘못한건가?”
혼잘맛에 택시 운전기사가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은채는 이어폰을 빼고 영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아저씨는 3자니까. 더 객관적으로 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그건 아가씨가 백 번 잘못했네”
아저씨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남자는 종족은 여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은채는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수는 아니니까. 다음 날 술이 깨었겠다 싶을 쯤에 영우에게 연락했다.
“어 은채야. 어제는 잘 들어갔어?”
“너. 나 안 좋아할 때 그때 친구가 필요하면 연락해. 그전엔 연락하지마.”
지금까지 은채가 필요할 때 영우가 나왔던 건 사실 모두 영우가 끊임없이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은채가 먼저 필요로 해서 영우에게 연락한 적은 사실 따지고 보면 없었다.
“은채야?”
“끊을 게”
단호하게 절교 같은 절교 아닌 이별을 선언한 은채였다. 어제 택시기사 아저씨가 자신의 아내와 결혼했던 썰을 풀었다. 아내가 힘들 때를 기다리면서 언제나 케어해줬다는 말이었다. 은채는 그 말을 듣고 영우가 그런 생각을 가진 건가 싶어서 싫어졌다.
왜 남자로 괜찮지 않아? 라는 주변의 말을 들었다. 은채는 영우의 뒷모습도 알고 있었다. 한번은 자신에게 고백한 남자친구가 영우랑 잘 지내지 말라고 했다.
“친구야. 상관하지마. 그럼 헤어져.”
자신은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조적인 존재였다. 자신의 삶을 이래라 저래라는 부모님도 하지 못하는 행위였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잘못했다며 영우가 너와 내가 이어지는 걸 되게 싫어하고 방해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전 남친의 일방적인 고백이었기에 그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척 넘어갔었던 은채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남친뿐만 아닌 것 같았다.
이후 영우와 함께 알고 지낸 남자친구는 없었고, 모두 영우와 관계가 없었던 남지친구만 사귀게 된 은채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었다.
“나를 조종하려고 하면 아웃이지.”
은채는 부모님한테도 이 부분만큼은 단호했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직업까지도 모든 걸 자신이 결정했다. 공무원이 된 것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은채가 결정한 거였다.
부모님은 그런 은채를 아니까 내색하지 않고 좋아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영우의 생각을 뒤로하고 출근을 한 은채였다.
“은채씨 달력 프로젝트는 준비됐어? 오늘 PPT 있는 건 알지?”
“PPT요? 오늘이요?”
아 영우 그자식에 대한 생각 때문에 PPT를 놓쳤다. 영우가 더 재수없어 지는 은채였다. 앞으로 영원히 아웃이다! 괜히 영우에게 짜증을 부린 은채는 달력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시간이 없네.”
발표가 겨우 4시간 남았다.
어쩔 수 없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것저것 우선 PPT에 만들어 놓았다. 급하니까 AI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요즘 AI가 PPT도 도와준다는데.”
얼른 유튜브 영상 중 제일 짧은 영상을 보는 은채였다. 거기서 AI 활용법을 보고 PPT에 적용해봤다.
그리고 발표를 하는데, 은채의 발표에 반응이 좋았다. 예전부터 임기응변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던 은채였다.
“오, 발표내용 좋은데요?”
“그러면 은채씨가 더울 바빠지겠네요.”
어? 생각해보니 그러네? 은채는 발표했던 내용을 다시 보니까. 내가 왜 이런 발표를 했지 생각했다. 평소라면 자신이 너무 힘들어질 내용이라 넣지 않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른 차별화와 그리고 빨리 발표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있어 보이는 것들이 마구잡이로 넣었다.
하나의 달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매월 소방과 경찰, 그리고 안전과 행정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각 단체별로 또 단체 사진을 찍어서 1월부터 12월까지 표현한 대한민국의 안전과 행정을 책임지는 다양한 달력을 만드는 안이었다.
“아..”
절망스러웠다. 짜증이 솟구친 은채는 이 모든 게 영우 그 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자로 앞으로 연락하지마. 라고 말하고 번호를 삭제했다.
걔가 나를 좋아한 벌은 영원한 이별로 갚아주는 은채였다.
그러다 다시 번호를 저장하고, 차단 번호로 등록시켰다. 그러니 저절로 명단에서 삭제된 영우의 번호였다.
한번 결정하면 번복하지 않는 게 은채였다.
“아!!! 아!!!!!”
옥상에 올라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비명을 질러 보는 은채였다.
“으악!”
언제 달력을 만들 사진들을 다 찍나. 결국 은채는 달력 프로젝트를 자신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팀장에게 건의했다. 그래서 업체를 선정해서 은채가 관리를 담당하는 일로 마무리됐다.
“수 억대 사업이니까. 업체들은 많을 꺼야?”
그렇게 공고를 내고, 많은 서류접수가 있었다. 이후에 좋아 보이는 3개 업체를 선정하고 면접 실기 심사를 보게 됐다.
은채는 비록 담당자이긴 했지만 공무상 직접 심사는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심사위원들한테 은채가 원하는 부분을 말하면 심사위원들이 이해하고 점수를 주는 편이었다.
공적인 시스템이었으나 아무래도 실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이었다.
그때 은채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봤다. 지금까지 과거에 끊어낸 사람을 다시 보는 경우는 없었다.
“어.”
은채는 무시하고 다른 담장자를 시켜 영우에게 인사를 하게 하고 안내를 하게 했다. 그리고 은근히 심사위원들에게 영우가 있는 업체가 떨어질 수 있게 입김을 넣었는데,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영우가 너무 발표를 잘해버렸다.
“아..”
너무 발표를 잘 하는 영우를 보고도 그래도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은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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