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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주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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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주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한일관

제목: 일본총독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독립 100주년을 기념한 포스터의 문구였다.

 

한일관은 그 문구를 천천히 읊조렸다.

 

"독립…"

 

일관의 증조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역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일관은 그들과는 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국가를 위해 온 생애를 바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말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라를 팔아먹고 떵떵거리는 매국노들의 자식들이 더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며, 일관은 자신이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은커녕,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매국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물론,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주변의 시선이 거슬리기도 했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는 것도 피하고 싶었으니까.

 

사람들은 일관을 나쁜 놈의 후손이라고 비난하며, 매국노든 독립운동가든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시선을 던졌다. 그 가운데서도 일관은 종종 ‘훌륭한 아버지를 둔 자식이 왜 이 모양이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일관의 마음은 더 삐뚤어졌다.

독립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후손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데… 과연 그들도 다시 독립운동을 했을까?"

 

가족들이 모여 차례를 올리는 설날이면, 일관은 그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가난과 부담만 물려준 조상이 뭐가 예쁘다고 매년 이렇게 모여 조상을 섬겨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일관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진 것이다.

 

그런 일관에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대학교에 입학한 일관은 자신의 선택한 전공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이 학교에 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남들은 독립운동 후손이라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고 의심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런 특혜는 아버지대에서 거의 끊기다 시피했다.

 

국가는 생각보다 국가를 위해 일한 사람에게 해주는 특혜가 없었다. 오히려 정말 맞냐고 의심할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증조할아버지를 다르게 보게 된 건 연극을 보러 가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었다.

 

연극 속에 나오는 인물이 바로 증조할아버지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저거 맨날 내가 듣던 얘기 네

 

일관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전설 같고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어린 시절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다.

 

독립 운동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4.19 혁명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나라를 위해 투쟁했던 이야기였다.

 

눈 앞에서 친구들이 죽어갔을 때 얼마나 절망했는지, 그때 아버지를 떠올리며 더 큰 지옥에서 노력하셨던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렸다는 말이었다.

 

눈앞 연극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여자 배우가 할아버지의 업적을 모델로 만들어진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

 

아무리 PC가 유행이라도 저건.”

 

진실을 아는 일관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일관의 입장에서는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된 꼴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근데 하필 그 이야기를 자신의 옆에서 관람하던 사람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그 옆자리 친구가 그 얘기를 바로 배우에게 해버렸다.

 

그 배우가 찾아왔다.

 

이봐요.”

 

나가려고 짐을 주섬주섬 싸고 있었던 일관이었다. 같이 온 친구가 마지막에 음료를 흘려 나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만 저지르고 나갈 순 없어서 뒤처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요?”

 

옆에 앉았던 사람이 말을 전한 지 몰랐을 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관이었다.

 

제가 이 역할을 하는 게 그렇게 불만이에요?”

 

여자는 잔뜩 성이 난 모양이었다. 연극으로 인해 극에 엄청 몰입했는지, 매국노를 보는 눈빛으로 일관을 보고 있었다.

 

, 네 불만입니다.”

 

안 그래도 친구의 실수로 젖은 옷 때문에 축축 해진 옷가지로 인해서 기분이 다운된 일관이었다.

 

. 어이가 없네 진짜.”

 

자신의 허리에 양 손을 올리고 몸을 뿔리는 가녀린 몸매를 가진 여배우였다. 어이가 없는 건 자신 앞의 그녀가 아니라 본인이라고 생각한 일관은 그 여자의 행동을 따라했다.

 

어이가 없다고요? 그건 지금 제가 정말 없는데요?”

 

두 사람의 눈에서 나온 레이저가 맞부딪쳐 극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유발했다. 그러자 친구가 여자 배우의 팔을 끌어당겨 팔짱을 끼며 잡아당겼다.

 

, 내가 잘못들었나봐

 

일관의 태도로 인해 큰 싸움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자신의 친구를 말리는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 이미 불난 집에 부채질을 맞은 일관은 두 사람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거기서 어떻게 그런 연기가 나옵니까.”

 

할아버지한테 들었던 그때의 증조할아버지의 감정이 그대로 떠오른 일관이었다.

 

조선의 인민들이 나를 버린다고 해도, 나는 차마 이 나라를 버릴 수 없다.”

 

일관은 여자의 연기 톤을 지적하며 바로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장면, 그리고 자신이 그 앞에서 연기하며 할아버지의 박수와 눈물을 받아냈던 그때로 돌아갔다.

 

허공에 칼을 만들어 가슴에 찌르려고 하는데, 인간은 생각보다 간사해서 찔러진 순간 아픔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칼을 던져버리는 행위를 연기하는 일관이었다.

 

실제로 증조할아버지가 독립 운동에 온 몸을 불사 지르며 뛰어들기 직전에 한 행동이었다.

 

나라를 생각한다며,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사육신을 흉내내려다가,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구나를 깨달은 사건이었다.

 

웃는 모습의 일관을 보고 기겁을 하는 여자 배우와, 그리고 친구, 극단의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는! 조선의 독립도 가져오지 못하고, 내 목숨도 끊지 못하는 미련한 나는!”

 

할아버지에게 귀가 피가 나도록 들었던 대사였다. 직접 본 한글로 쓰인 증조할아버지의 일기장에서 본 대사였다.

 

하늘이여, 정녕 제 목숨은 제게 아닌 건가요. 나라를 지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저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겁니까.”

 

이렇게 연기를 하던 일관은 자신을 째려보다가 이제는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를 보았다.

 

이렇게 해야죠.”

 

작은 목소리였지만 점차 화가 일관의 몸으로 마치 블랙홀처럼 빨려 오고 있는 기조가 있었다. 몸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의 일관이었다.

 

거기서. 울어요?!”

 

배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아주 크게 비명을 지르듯 내뱉는 일관이었다. 여자는 이제 어이고 뭐고 이 미친놈은 뭐지? 그런데 이 연기는 뭐지? 마냥 뭐라할 수 없는, 이상한 오묘한 끌림이 있는 그런 연기를 보인 일관을 이상하게도 보고, 그리고 기이하게도 보고, 신기하게도 보고, 감명 깊다라는 생각까지 나며, 마치 프리즘이 여러 빛을 내는 것처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 배우였다.

 

-. . .

 

그때 무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감독이 박수를 쳤다.

 

일관이 한순간에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나가던 사람들마저 뒤 돌아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관은 화들짝 정신이 들어 주섬주섬 짐을 챙겨 극장을 나왔다. 그때 감독이 따라왔다.

 

이봐요 학생. 우리 학교 학생이죠? 연극부 들 생각 없어요? 연기 잘하던데? 이거 내 전화번호인데. 어떻게 그런 연기를 했어요? 잘하던데? 나는 당연히 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학생말이 맞아. 그런 때, 꼭 안 울어도 되지. 오히려. 그걸 웃었다고 할 수는 없는데. 그 학생이 표현한 연기가. 마치 진짜같더라니까요.”

진짜니까요.”

 

감독의 말에 일관은 작게 소리쳤다. 진짜가 맞다고. 증조할아버지는 그때 정말로 그렇게 웃었다고. 하늘을 원망하면서 완전히 자신을 버렸다고.

 

그래서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되어버렸다고.

 

아닙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일관은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을 하는데 여자 배우가 연기했던 증조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

 

연극이라는 게 꼭 과거를 그대로 묘사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일관은 너무 자주 듣던 자신의 증조할아버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거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무례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각색이란 것도 있는데, 왜 그랬지 하며 이불을 차는데 생각보다 이불이 무거워 올라가지 않아 그대로 다시 일관을 덮쳤다.

 

꼴이 우스워진 느낌이었다.

 

며칠 후, 등교를 하는데 연극부가 팜플렛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내민 팜플렛을 보니 그 여자 배우였다.

 

?!”

 

여자 배우가 놀랐고, 일관도 놀랐다. 다시 팜플렛을 거두려는 여자 배우였다. 그때 팜플렛을 잡은 일관이었다.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강했다.

 

, 안 보... .잖아..”

 

끄응 하면서 말을 하고 있는 여자 배우였다.

 

이미 주.시려.고 한 거잖.아요? 받는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여자가 힘을 놓자 일관은 뒤로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며 뒤구르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일관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 그때 그 학생? 끼가 넘치는 분이셨네?”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는 일관이었다. 여자는 흥하며 뒤로 걸어가는데 일관이 서둘러 일어나 여자의 어깨를 잡고 뒤 돌아 세웠다.

 

사람 넘어뜨렸으면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쪽이 안 놓길래 내가 놨죠. 달라 길래 준 거잖아요? 제 잘못이 있나요?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때 두 사람을 말리는 다른 친구들이었다. 그때 일관이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이라고 하셨죠? 그때 저한테 같이 일하자고?”

 

그 모습을 본 여자배우가 깜짝 놀랐다.

 

저 하겠습니다. 연극 부 들게요. 하고싶네요.”

아니, 선배. 이게 무슨 말이야?”

선율아 너는 반말을 할 거면 반말을 하고, 존대를 할거면 존대를 하고 두 가지 섞으면 내가 반만 설레고 반만 화나잖아.”

 

어이가 없어서 입이 안 다물어지는 선율이었다.

 

화가 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설레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요? 선배?! 저는 지금 화만 나는 거 같은데요?”

그래, 선율아, 우리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그래 학생. 우리 연극부에 들어오고 싶다고?”

. 그리고 그때 제가 했던 연기. 그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팜플렛에 주인공으로 나와 있는 선율을 가리키는 일관이었다.

 

, 그건 우리 선율이가 하고 있는데.”

왜죠. 이 배우역은 한영록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이야기잖아요?”

, 자네 한영록 선생님을 알아? 업적에 비해서 유명하진 않아서 다들 우리 연극 보고 그때야 아는데.”

. 제가 그분 손자거든요.”

? 손자라고?”

그래서, 그 역할을 꼭 하고 싶은데 안될까요?”

 

선율이 그 말을 듣고 들고 있던 팜플렛 종이들을 모두 떨어트려버렸다.

그때 오묘하게도 바람이 세게 불어서 팜플렛이 날아가버리는데 또 신기하게도 다 같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렸는지 교문에는 많은 학생들이 걸어왔다.

 

날아온 포스터를 잡는 학생들이었다.

 

안될 꺼 없는데, 그 연기는 이제 이번주로 끝이고 새로운 연극이 올라가는데.”

 

선율은 선배의 말을 듣고 어이가 나가버렸다.

 

안된다고 해야지, 무슨!”

 

두 손 바닥을 마주치며 탁! 하고 박수를 치는 감독이었다.

 

우리가 지금 새롭게 새로운 시선으로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서 역할을 해보는 게 어때?”

?”

 

일단 여자 배우를 째려보며 뭐든 하겠다고 소리치는 일관이었다.

그러자 선율은 자신이 연극부를 나가겠다고 큰소리쳤고 두 연기자를 커버하려 연극 부 전체가 매달리다시피 했다.

 

겨우겨우 선율이 탈퇴하지도 않고, 일관을 받아들이게 된 연극부는 그렇게 다음 연극의 기획과 더불어 친목을 위해 MT를 가게 됐다.

 

친해지길 바라라는 이상한 코너를 만들어 선율과 일관을 짝지어준 연극부였다.

 

거의 시골과 다름없는 길을 걷는 두 사람은 장을 봐와야 했다.

 

이런 데서 무슨 장을..”

 

시골에서 열리는 오일장이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의견이 의외로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시골 장터로 들어서기 직전 그때 바람이 억세게 불어왔다.

모든 걸 삼킬 것 같은 바람이었다. 시간 마저도 날려버릴 그런 위풍이었다.

 

넘어질 거 같은 선율을 어쩔 수 없이 잡다가, 날아오는 이상한 물건을 보고 선율을 안는다. 선율도 일관 같은 놈에게 안기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안길 수밖에 없었다. 밀어낼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바람이 멎고, 두 사람이 언제 서로를 안았냐는 듯 바로 떨어질 때 갑자기 나타난 절벽 쪽으로 선율이 떨어지려고 해서 다시 서둘러 선율을 붙잡고 안아 바닥 쪽으로 함께 뒹굴어는 두 사람이었다.

 

뭐야..”

 

마치 두 사람이 바람에 밀려 다른 장소로 온 것 같았다.

실제로 다른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을 거스르기까지 한 바람이었다.

 

여기는..”

 

두 사람 앞에서는 영화속에서나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시간대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평행세계 중 한 곳이었다.

 

하여튼 왜놈들!”

 

대한제국이 일본을 강제로 병합하기 직전의 세계.

조선총독부가 아닌 일본총독부가 세워진 지 만으로 하루가 지난 날의 이야기였다.

 

여기가. 어디야..”

 

익숙하면서 먼 이야기.

피가 나도록 들었던 그 이야기와 같은 시간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두 사람에게 펼쳐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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