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정경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주경산
제목: 경산의 추
“진실의 힘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통은 약자인 경우가 태반이지”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산이었다.
오래전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에 담긴 사진 한장 때문이었다.
사진 한 장의 힘, 그건 이 나라를 뒤엎을만한 일이었다.
우연히 찍힌 사진, 경산은 이 사진의 존재를 외부로 알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진을 없애지도 못했다.
사진의 주인공이 이런 사진이 찍혔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을 게 뻔했다.
“오늘도 사진 찍으러 가?”
“어, 오늘은 산에 좀 갔다 오려고”
경산은 사진을 취미로 시작했다. 그렇게 산부터 바다까지 어디 하나 다니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일부로 하늘의 사진을 찍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괴짜이기도 한 경산이었다.
이 나라의 아름다운 경산들을 모두 찍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도 경산이었다. 그런 경산은 이 사진을 찍은 이후부터 취미를 바꿨다.
“요즘은 사진 안 찍어?”
“이제 많이 찍었으니까.”
또 이런 사진이 찍힐 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양심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대답하지 않아야지, 모른 척해야지, 나만 모른 척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산이었다.
분명히 경찰도 밝혀내지 못한 완벽한 알리바이였으니까.
그런데 그 사진에 그런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남자와 그리고 사건의 피해자로 죽은 여자가 그 알리바이가 있는 시간에 함께 찍힌 사진이었으니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깊은 산속이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그런데 그 산속에 하필 경산이 자주 가는 별장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경산은 그 빈 별장에서 전날에 와 있었다.
친구와 같이 왔지만 친구는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다.
그리고 그 친구가 차를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정말로 밖에서 봤을 땐 빈집이었을 경산이 묶은 별장이었다.
경산은 그날도 자신의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그도 후레쉬가 터졌기 때문에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모르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 거겠지.
별장 넘어 다른 별장에서 작게 찍힌 현직 대통령과 그리고 슈퍼스타의 밀애였다.
다만 두 사람다 가정이 있었고 두 가정은 하나가 아닌 각각이었다.
대통령이 하야해야 된다는 여론과 탄핵감이라는 분노가 함께 차올랐다.
두 사람의 불륜설이 터지자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인지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가 생겼다. 여자 쪽에선 해외 촬영 로케에 대한 일정과 사진이 공개되었다.
미리 찍어놓은 거겠지? 그 시간에 저 여자는, 그리고 저 남자는 경산과 함께 있었으니까. 그들이 말한 시간대에 그들은 그 여자는 한국에 있었다.
경산은 그런 스캔들이 터지는 그날 까지만 해도 자신의 사진속에 두 사람이 찍힌 줄 몰랐다.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하지만 인쇄는 잘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인쇄를 즉각 했는데, 이전처럼 필름이 아니라 디지털로 바뀌고 나서는 굳이 빠르게 인쇄를 하지 않는 경산이었다.
“셋, 둘. 하나.”
필름 사진을 찍을 때는 한 장 한 장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셔터를 간신히 눌렀었던 경산이었다. 그러나 디지털로 전환되서 분명히 더 선명한 사진이 나오지만 지난 긴장감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만약에 필름 사진이었다면 두 사람의 모습이 포커스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경산은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모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몰랐을 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런 진실이 지금의 경산에게는 없었다. 진실을 알아버린 경산이었다. 이 사진 하나가 말해주고 있는 진실은 경산이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아니었다.
“…”
처음 사진을 발견한 게 자신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지우려다가, 다시 지우지 못하는 경산이었다.
언론이 말하는 게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일가족과 자살을 선택했다. 그렇게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사라지고 대통령은 다른 정쟁에 휘말렸다. 그렇게 뉴스는 이슈의 수명처럼 짧게 발화되었다.
그러나 아직 발화된 사건을 놓지 못하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경산이 있었다.
죽은 여자와 대통령이 키스한 사진, 서로를 끌어안는 사진,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마주 보고 웃고 있는 사진, 입맞춤을 하는 사진이었다.
만약 필름 카메라였다면 신중하게 찍는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지 않았겠지? 그날 따라 왜 이렇게 하늘은 맑고 숲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 날씨였으니까 이 두 사람도 굳이 집 안이 아닌 밖에서 밀행을 했던 거겠지? 하필이면 왜 그곳이었을까? 왜 하필이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사진은 너무나 적나라하게 대통령과 여자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경산은 사진을 볼 때마다 쑤어 시간씩 쓴다. 혼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많았다. 누군가 경산을 찾으러 오거나 연락이 끊기지 않고 와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지 못할 때 비로소 정신을 차리는 경산이었다.
“왜 나한테..”
죄책감을 느끼는 경산이었다. 그 여자를 마치 자신이 죽인 것 같았다.
“내가 이 사진을 공개했으면..”
아니 그때 공개했으면 그 여자는 더욱 더 치열하게 물어 뜯겼겠지.
지금은 그 여자의 죽음이 결코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 그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사진이었다. 그러나 다음 타깃이 그 여자에서 경산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경산은 오래전 TV에서 보았던 대사 하나가 떠올랐다. 그땐 그냥 멋있는 말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슴을 뚫고 들어와 파고드는 말이었다.
-알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
알아도 감당할 수 없는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 경산은 앞으로도 이렇게 고민하게 될까 생각했다. 유명한 연예인이었기에 그녀의 무덤에는 아직 수많은 팬들이 다녀왔다.
그래서 경산이 이곳에 오는 게 어색해 보이진 않았다. 그저 수많은 팬들 중에 한 명이겠구나 생각했다.
한 팬이 오랫동안 그녀의 무덤 앞에 서 있었다.
경산은 그를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마치 그녀가 환생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경산은 그가 단순한 팬이 아님을 짐작하게 됐다.
“…?”
마치 그녀의 모습을 닮은 팬의 모습이었다. 돌아보니 정말로 그녀가 살아 돌아온 느낌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경산이었다. 경산이 갑자기 힘이 풀려 쓰러지자 그녀가 놀라 경산 쪽으로 달여왔다.
“괜찮으세요?”
가까이서 보니 더욱 그녀를 닮았다. 그녀는 분명히 단순한 팬이 아니었다.
“어..어..네”
“저희 언니, 많이 좋아하셨나 보네요. 가족도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그녀는 애써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한 순간에 언니를 포함해, 형부, 그리고 조카까지 모두 잃은 이모가 되어버린 그녀의 동생이었다.
그녀보다는 10년은 젊어보였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게 무려 띠동갑의 자매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나이차이로 언니가 잘 챙겨줬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그녀는 언니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안영희’의 동생 안연희.
“연희 씨는 언니를 어떻게 기억하세요?”
경산은 실례가 될 수 있을 까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희는 경산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언니는 저한테 풍경 같았어요.”
“풍경이요..?”
“더울 때 불어오는 바람 같았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 찾는 나무 같았고, 든든한 집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사라진 언니를 생각하니 살아갈 날이 많은 연희는 아직 버리지 못한 아니 앞으로도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슬픔이 차올 랐다. 곧 버티지 못하고 쏟아냈다.
“좋은 언니였네요. 영희씨는”
“저한텐 엄마 같았죠. 아닌가 거의 엄마였죠. 저 엎고 키웠다고 늘 그렇게 잔소리르 했는데”
경산은 자신의 죄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연희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연희 얼굴에는 영희가 많이 묻어 있어서 볼 때마다 사진 속의 모습이 떠 올랐다.
“경산씨는 어떻게 우리 언니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사실 경산은 영희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는 참에 갑자기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는데, 그게 연희의 울음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영희가 불렀던 노래였다. 그렇게 아무렇 게나 둘러댄 경산의 말에 연희는 그저 우연이라는 게 겹쳐 마음을 파고 들었다. 연희에게는 마치 경산이 언니가 보내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갔다. 위로가 필요한 연희에게 경산은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어느새 경산은 영희와 연희를 겹쳐 보는 게 아니라 연희만을 볼 수 있게 됐다. 점점 슬픔 속에서 빠져나오는 연희를 보며 반대로 경산은 연희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어땠어?”
밤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서로의 하루는 서로의 통화로 끝내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희가 경산의 집에 놀러 오게 됐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경산은 치우지도 못했다고 서둘러 방안을 정리했다.
두 팔을 펭귄처럼 팔락 거리며 방을 둘러보는 연희였다.
“평소엔 얼마나 깨끗하게 하고 살기에? 이 정도면 내 집보다 깨끗한데?”
“그건 그럼 니네 집이 더러운 거 아니야?”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어느새 장난을 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이었다.
경산은 연희에게 자신의 요리를 뽐내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고 연희는 경산에게 허락을 맡고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사이가 이대로 계속 진해진다면 이 곳은 이제 경산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곳이니까.
아직 안주인은 아니지만 언젠가, 아니면 곧 안주인이 될지도 모르니까 한 번 점검은 해 둬도 나쁘지 않겠다. 뭐 이런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던 건 아니고 둘러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하게 되는 연희였다.
그런데 그런 연희의 미소가 비춰지는 카메라의 앵글이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 전문 카메라맨도 아니고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싶었다.
경산한테 한 번도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사진을 잘 찍더라.”
폰으로 대강 찍어도 자신의 여신처럼 찍어주는 경산이었다.
사진 잘 찍네 칭찬을 해도 사진에 대해서 일언 방구도 하지 않는 경산이었다.
“뭐 그냥 실력이지, 기본으로 탑재된”
알고 봤더니 피나는 노력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사진기를 이렇게 많이 들고 있는데! 그게 기본 탑재의 실력, 일 수도 있긴 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연희를 찾으러 간 경산이었다.
연희가 카메라방을 헤매고 있는 걸 보고 심장이 덜컹한 경산이었다.
“어 연희야”
“오빠 나한테 왜 카메라 좋아하는 거 말 안 했어?”
“어, 그냥 요즘은 안하니까. 예전 취미니까.”
“그래? 카메라 진짜 많다. 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더 많겠지?”
“어? 어어 그렇지”
“우와, 나 좀 있다 보여줘! 대박이다!! 우리 언니 팬이었으면, 우리 언니 사진도 있을까?”
갑자기 온 몸에 식은땀이 나는 경산이었다.
때 마침 TV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또 정치싸움인가? 우리 언니는 저 남자 엄청 좋아했는데, 팬이라고. 지지선언도 하고, 선거운동도 하고, 아주 열혈투사였잖아. 뭐가 좋다고”
“…”
눈을 꿈 뻑 거리는 것조차 중력이 느껴지는 경산이었다.
모른 척하던 것들을 계속 모른 척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지금이 마지막 타이밍 뭐 그런 건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원래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이번에 감추게 된다면 정말로 무덤까지도 가져가야 할 비밀이 생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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