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록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금새록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김세희
제목: 세희의 순간
“시작은 어렵지, 끝내는 건 더 큰 어려움이다”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었따.
세희는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억지로 상상해보았다.
도저히 그 없이 사는 삶을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세희였다.
“나 어떻게”
그런 세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녀의 친구들이었다.
세희는 몇 시간 전까지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했다.
“누가 보면 이별한 줄 알겠네, 이 쌍년이”
고작 남자친구가 군대를 간다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가녀린 마음을 가진 여인, 그게 바로 세희였다.
세희의 꿈은 첫사랑과 삶이 끝날 때까지 사랑하는 것이었다. 삶에 있어 사랑은 오직 단 한 번. 그게 바로 세희의 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은 착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오빠도 나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틸텐데”
실제로 세희의 남자친구도 세희가 없는 하루를 버티는 건 힘들었다. 그런데 군대란 원래 그런 곳이었다. ‘힘든’ 걸 압축하여 모아놓은 듯한 고통이 따르는 곳이 바로 군대였다.
세희의 남자친구인 ‘정안’은 처음 훈련소에서 눈을 떴을 때 여기가 꿈인가 싶었다. 세희의 전화 없이 자신이 일어나다니. 평소에 먼저 일어난 사람이 서로가 너무 보고 싶어 전화를 걸어 깨우기를 일 수였는데 먼저 일어나도, 늦게 일어나도 세희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정안이 그렇게 아침의 세희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세희도 머리를 쥐어 잡으며 깨어났다. 평소에도 엊저녁처럼 술을 퍼 마시고 해도 정안과 통화를 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했던 세희였다.
습관적으로 1번을 꾹 누르지만, 통화음만 울리지 받는 사람은 없었다.
“저거 누구 전화야!”
정안이 제출한 휴대전화는 훈련병들의 물건 보관소에서 진동을 울려대고 있었을 뿐이었다.
“왜 안 받아” 하다가, 세희는 그가 어제 입대했다는 사실을 깨달었다.
“정안.. 오빠..”
스무 살 설레는 첫 봄을 맞이한 날 두 사람은 만났다. 꽃잎이 살랑이며 흔들거리고 잇는데 그 많은 꽃들 사이에서, 유독 그 꽃잎을 잡으려고 나섰던 두 사람의 손이 맞잡힌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손에 붙잡힌 꽃잎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 번 두 사람도 비명을 질렀다. 처음 본 사람과 깍지까지 끼게 맞잡은 손은 어찌나 뜨거운지, 박수소리 대신, 설렘이 가득 찬 두 사람의 시선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그렇게 첫 만남을 한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새 7년이 흘렀다. 원래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었던 정안이었지만, 스스로 자진해서 군대에 가게 됐다. 그건 전부 앞으로 벌어질 일과 관련이 있었다.
“윤정안 훈련병 지금 지휘통지실로”
“네?”
정환은 그렇게 아침 구보를 끝내고 지통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은 민간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민간인이라 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가장 먼저 군대에서 보호하는 인물 중에 하나였으니까. 현직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의 실세라 불리는 ‘김준만’이었다.
“자네가 윤정안인가?”
“어.. 아 네 그렇습니다!”
바깥의 사람들에겐 차차기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사람. 정안은 그 사람의 욕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였다. 왜냐하면 그는 세희의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세희의 아버지가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세라는 사실을 알고 청와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정안은 자신의 군면제를 극복하고 군대에 가기로 결심했다.
세희처럼 정안도 세희와 백년가약, 아니 천년 가약을 꿈꾸고 있었다. 자신의 ‘군대’가 콤플렉스가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두 사람의 연애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네 때문에 우리 딸이 걱정이 많아. 아빠 밉다고 요즘에 얼굴도 안 보여주고 어제는 인사불성이 돼서”
“세희가.. 아픕니까?”
차마 김실장도 딸이 술병 때문에 술을 너무 많이 처 자셔서 아프다는 말은 그 세희가 사랑하는 남자, 훗날 자신의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꺼낼 수는 없었다.
그저 헛기침으로 많은 말을 축약할 뿐이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하도 걱정을 하니까 이렇게 와 봤네. 잘 지내는 거지?”
지금까지 어떻게 지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현 정부의 실세가 왔다간 것만으로 앞으로 삶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어…”
이런 걸 원해서 군대로 온 건 아니었지만, 정안은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사면초가에 놓인 기분이었다.
“세희가, 힘들지 않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려운 답안지에 그래도 답과 얼추 비슷한 걸 적어내는 정안이었다. 그렇게 세희의 아버지는 정안을 잠시 만나러 왔다가 곧 군부대를 빠져나갔다.
군 부대는 아주 잠시였지만 비상이 걸렸다. 사단장은 단장 훈련소로 향했지만 이미 도착했을 때는 김실장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무슨 일로 왔던 건가.”
“그게 이번에 들어온 훈련병을 잠깐 만나고 가셨습니다.”
“훈련병? 누구?”
“윤정안이라고..”
“그 훈련병이랑 면담 좀 갖겠네”
그렇게 편한 군생활을 시작하게 된 정안이었다. 이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점수를 따려고 들어온 군대에서 이러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다소 무리수를 던졌다. 전방으로, 특전사로 가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사단장은 이걸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군단장에게 보고하게 되고 군단장은 또 육군참모총장에게 참모총장은 다시 합참의장에게, 합참은 국방부 장관에게까지 보고가 됏다.
그리고 실무 회의에서 김실장은 본 국방부장관은 김실장에게 물었다.
“자네 예비사위가, 전방으로, 특전사로 가길 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
군생활 편하게 해주려고 기껏움직였더니 이런 반응이라니,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대통령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다가 세희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꼬맹이가 벌써 결혼할 친구가 생겼어? 언제 한 번 청와대로 데리고 와, 안 사람이 세희를 예뻐했는데 고놈 참 예뻤다고”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의 부인인 영부인이 세희을 예뻐한 건 대통령의 손자 ‘다윤’이 때문이었다. 다윤이는 세희를 혼자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눈치챈 할머니가 세희와 다윤이와 자주 놀면서 왕래하게 됐엇다.
그때만 해도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던 세희는 그저 친구로 다윤이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이런 소식이 청와대 안실에 들어오고, 소문이 타고 흘러 다윤이에게로 흘러갔다.
“다윤아, 너 그때 세희 기억하니?”
“세희요?”
“너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렸을 때만요. 지금도 좋아하는 걸요”
현재는 유학생활 중인 다윤이었다. 할아버지의 불호령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정치를 할 때는 정치인의 자식들이 국내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로는 대통령 가족들이 국내에 있으면 온갖 구설수가 된다는 이유로 국외로 쫓겨나다시피 한 다윤이었다.
“그 세희가 글쎄..”
세희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윤이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세희를 좋아하는 만큼은 할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커졌다. 이게 다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만 없었으면 세희는 자기였을 건데!
“다윤아! 너 어디가!”
당장 소식을 듣고 짐을 싸러 온 다윤이었다.
“저 한국으로 가요”
“할아버지한테 혼나려고!”
“그 놈의 할아버지가 내 삶을 살아줘? 난 할아버지 때문에 너무 큰, 내 인생 전부를 희생했다고!”
그렇게 국내로 돌아온 다윤이었다. 다윤이의 갑작스러운 귀국은 곧 할아버지인 대통령에게도 전해지게 되었다. 대통령은 분노하며 감히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손자에게 바로 연락을 했는데, 곧 바로 차단해버리는 다윤이었다.
“흥이다”
오랜 정치의 감각이 살아난 할아버지였다. 이제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 잠시 잊혀졌던 그 서늘한 기운이 살아난 할아버지는 바로 태세를 전환해 다윤이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살았으면서 왜 갑자기 난리냐는 말에 다윤이는 숨김 없이 말했다.
할아버지 때문에 놓친 여자에 대해서, 자신의 인생을 다 걸 준비가 되었던 사람에 대해서였다.
할 말을 잃은 할아버지와 동행하여 이 말을 들은 김실장이었다.
“허..”
하필이면 이 대화를 김실장이 또 같이 들었다. 대통령의 머리가 쥐어터질 것 같았다. 나라 안의 문제, 나라 밖의 문제로도 골머리 앓을 게 많은데 가족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이놈아! 니가 좋다고 다 되냐! 걔도 널 좋아해야지!”
“나 좋아했어! 근데 할아버지가 떨어트려 놨지!”
다윤이는 고분고분한 성격이었다. 모난 것이 없이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싹싹한 성격이었는데 그런 아이가 엄청나게 변모한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였다.
즉 다른 말로 풀이를 하면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다윤이었다.
대통령은 김실장과 단 둘이 차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이문제는 우리 어른들이 끼어들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대통령이었다. 김실장도 이해가 됐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자신들의 앞을 가로 막을지 감히 상상이 안됐다.
다윤이는 그날부터 바로 세희 앞에 나타났다.
“짠!”
말 그대로 길을 막으며 나타난 다윤이에게 놀란 세희는 가방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런 가방을 빠른 속도로 받아내는 다윤이었다.
“어! 왜 이렇게 놀라! 세희야. 나 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다는 시선을 보내는 세희 앞에서 다윤이는 망연자실 할 수 박에 없엇다. 그도 그럴 게 몇 년 만에 나타났으니까. 십년은 넘게 못 봤던 모습이었다. 이게 다 야심 찬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의 야심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이 너무나 큰 손해를 봤다.
“세희야, 나 다윤이야!”
“다윤이요?”
놀란 시선을 감추지 못하는 세희였다. 아직까지 다윤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세희의 모습에 적잖이 놀란 건 다윤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한 평생을 세희만을 바라보며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작교가 열리길 바라고 있었는데 정작 세희는 자신을 까먹었다.
‘하긴, 지금은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다윤은 도의적으로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세희의 현 남자친구를 구 남친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만인지상의 자리인 대통령인 할아버지도 거부하고 서 있는 것이었으니까.
“세희야. 여기 이 사진”
아주 어렸을 적 세희와 다윤이의 사진이었다. 세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사진의 내용은 세희와 다윤이가 서로 입맞춤을 하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어….?!”
너무 놀란 가슴이 쓸어 내려지지 않는 세희였다.
“다윤.. 오빠?”
오빠라는 말이 왜 이렇게 상콤한지, 다윤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느껴졌다. 얼마나 불리고 싶었던 말이었나? 세희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나온다는 게 얼마나 상큼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몸소 느껴보고 있는 다윤이었다.
“기억나..?”
“아니.. 그냥,, 뭐”
당황스러움이 멈춰지지 않는 세희였다.
사진을 보니까 언뜻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애매했다.
다만 자신한테 정안이라는 남자친구가 없었으면 이 앞의 꽤 잘생기고 멋져 보이는 남자한테 눈길을 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이런 민망한 사진을 들고 몇 년 만에, 거의 십년만에 절 찾아온 거예요?”
“유배됐었으니까.”
“유배요..?”
“너를 만나러 왔다. 세희야.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거부하고!”
못 본 사이에 미친 사람이 된 걸까?
그런데 몰랐다 세희는, 다윤이 미쳐 있는 게 자신이라는 걸 지금은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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