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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찬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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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찬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현찬희

제목: 벚꽃이 흩날리면 그건 사랑이 피었기 때문에 

 

“곧 만날꺼야” 

 

찬희는 어렸을 때 다 같이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첫사랑을 만났다. 하필이면 국적이 다른 소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준 찬희였다. 

 

그래서 찬희에게 생긴 습관은 하루의 일기를 편지처럼 적어 ‘사쿠라’에게 보내는 일이었다. 서로 매일 편지를 보내니 답장을 주고받는 형식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일기가 며칠 사이로 전해지고 있었다.

 

딜레이가 있었지만 이를 행복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었던 찬희였다. 방학 때마다 일본으로 가려는 찬희 때문에 부모님이 애를 먹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두 번의 방학 중 한 번은 사쿠라가, 또 한 번은 찬희가 서로의 고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너네가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된 연인이 되겠지?”

 

고작 11살 때 만난 두 사람이었고,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서로 날짜가 달라 축하를 하러 와줬던 두 사람이었다. 

 

누가 언제 어떻게 고백했는지는 아직까지 부모님에게 비밀이었다. ‘설마 안 사귀는 거 아니지?’라는 질문에 서로를 묵묵부답이었다.

 

그렇다, 이들은 서로를 좋아했고 사귀는 사이에 하는 말과 행동을 했지만 언제부터 사귄다. 사귀자 이런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족 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이였다. 

 

“엄마,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날 때, 사귄다는 게 꼭 사귀자는 말을 해야해요?”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는 덜컥 그릇을 내려놓고 찬희를 쳐다봤다. 혹시, 설마 사쿠라의 이야기일까? 

 

“찬희야, 너네 아직 사귀는 거 아니었어?”

“그게 사귀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사귀자는 말은 아직 안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질문에 묵묵부답이었구나.”

 

찬희는 곧 있으면 군대를 간다. 한국 남자에게 군대란 감옥에 끌려가는 기분과 같다. 연인들이 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찬희야, 너는 사쿠라랑 사귀고 있다고 생각한거야?”

“그, 그런거죠”

“사쿠라도..?”

“그. 그렇지 않을까요?”

 

찬희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사쿠라와 입을 맞췄던 기억까지 떠올렸다. 엄마는 찬희의 앞으로 음료를 따라 마시며 앉았다.

 

“사귀자는 말은 예의와 같은 거야”

“네..?”

“고백이 있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 두 사람 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런데 혹시 모르는 일이 있을 수도 있어. 네가 다른 여자와도 그렇게 지내면 그건 사귀는 거야? 그럼 너는 바람둥이가 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른 여자랑 안 그러죠. 사쿠라하고만”

“모르는 거잖아.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사귀는 사이인걸요”

“정말? 사귀는 사이 맞아? 확실해? 사쿠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그,, 그렇겠죠.”

 

엄마의 말을 듣고 찬희는 한참을 생각했다. 자기 스스로는 사쿠라와 사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사귀는 게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었다. 사귄다는 말은 서로에게 책임을 갖겠다는 말이었던 것이었다. 

 

엄마의 집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으로 인해 찬희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편지에 이 내용을 쓸까하다가 지우다가 그냥 새로운 편지지에 새로운 내용을 적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지금 사귀고 있는 게 맞을까 라는 고민과 더불어 군대를 가는 내가 사쿠라에게 사귀자고 말하는 게 맞을까? 그런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다 잠에 들었다. 

 

군대 때문에 휴학을 해서 이제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우체부 아저씨가 도착하는 걸 본다. 십 년 이상 매일 같이 도착하는 우편 때문에 찬희의 집은 매일 들리는 아저씨였다. 

 

찬희가 버선발로 나간다. 우체부가 들고 올 사쿠라의 편지가 있을 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곧 아저씨가 여러 편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사쿠라의 편지까지 전해준다. 

 

“매일 같이 대단하네, 편지지도 항상 바뀌고”

“고맙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이미 유명한 찬희와 사쿠라였다. 국가를 넘어선 러브레터니까, 사랑에는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 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바로 찬희와 사쿠라의 이야기였다. 

 

찬희는 곧장 편지를 뜯어본다. 햇살이 밝게 내리 찐 아침이었다. 입대날에 찾아오겠다는 편지였다. 그리고 사쿠라도 찬희와 같은 고민을 했는지, 너의 여자친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라면서, 그치? 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그치라는 질문은 입대 날 오는 걸 물어보는 걸까? 사쿠라 본인이 찬희의 여자친구인 걸 물어보는 걸까? 찬희는 답장을 하기 위해서 편지지를 적었다. 보통은 답장 보다는 오늘의 일기를 적어 보냈는데, 답장이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1년 365개가 아니라 400개 넘는 편지를 주고받는 사쿠라와 찬희였다.

 

수십년이나 수백 년이 지나면 두 사람의 편지가 세기의 로맨스라고 역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두 사람의 공간 속에 보관되어 있을 뿐이었지만, 

 

찬희는 편지에 무슨 내용을 적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제대로 사귀자는 말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고백이야? 라는 말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늦게라도 제대롸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군대를 가기 전에 고백을 해야할까 갔다와서 해야할까 고민이 되기는 했다. 다른 선배와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너네 이미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사귀자는 말을 안했엇다고 놀랐다. 좋아 한다는 말도 안했어? 라는 질문에 했지 라는 대답을 하는 찬희였다. 

 

“그게 고백아냐? 좋아한다는 게 고백이지”

“그치? 그러면 고백을 따로 사귀자는 말을 안 해도 되는거지?”

“그건 글쎄, 고백이랑 사귀자는 말이 같은 건가”

“다른거야..?”

“나 너 좋아. 친구로서, 이것도 고백이잖아?”

“어..?”

 

찬희는 다른 친구들에게 괜히 고민을 나눴다고 생각했다. 괜히 사쿠라와 자기가 사귀자는 말을 안 한 것만 들통나버린 꼴이었다. 사쿠라가 예쁘다고 넌 전생에 나라를 몇 개를 구한 거냐 던 친구는 둘이 사귀는 거 아니면 내가 사쿠라한테 고백해도 되냐는 개소리를 작열해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찬희였다. 

 

찬희는 사쿠라에게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군대를 갔다와서는 청혼을 하고, 지금은 사귀자는 고백으로 두 번의 고백을 마음 먹게 된 찬희였다. 이미 자신의 삶에 사쿠라가 없는 삶은 있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사귀고, 군대를 갔다 와서는 같이 살자는 고백을 하기로 한 찬희는 이제 어떻게 고백을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일본 여자가 좋아하는 고백, 일본 여자가 좋아하는 프로포즈, 여러가지를 검색해본다. 사쿠라의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사쿠라 귀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멈췄다. 

 

“사쿠라,,”

 

편지만 주고받지 않는 두 사람은 매일 통화를 하기도 했다. 정말 이게 사귀는 게 아니면 뭐가 사귀는 건가! 

 

그것도 서로가 이미 보고 싶어하니까, 영상통화로 30분 이상 통화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시차는 없어서 두 사람 다 10시면 서로에게 통화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 드라마를 하는 사이에 두 사람이 음성통화를 하는 시간대였는데 그게 발전해서 이제는 매일 10시에 화상통화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사쿠라!”

“차니!”

 

사쿠라는 찬희를 챠니(チャニ)나 차히라고 불렀다. 일본인들이 받침 발음을 어려워하면서 생긴 특유의 발음이었다. 

 

“사쿠라, 오늘은 어땠어? 잘 지냈지?”

“차니는 어땠어? 나는 오늘 망고빙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 차니랑 나중에 꼭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찬희는 사쿠라와 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만약에, 아니 이제 나중에 같이 살게 된다면 어디서 살게 될까? 일본일까? 한국일까? 궁금했다. 나는 사쿠라를 위해서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반대로 사쿠라는 자신을 위해서 가족과 친구들을 포기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거의 평생을 제일 가깝게 느끼며 살아왔던 사쿠라에게서 물리적인 거리차이가 느껴졌다. 

 

‘우린 항상 멀리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금방인데 그게 사실 말이 쉽지 어려웠다. 집안 형편이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마음 내킬 때 마다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맛있었나봐, 한국에도 빙수 집이 있는데”

 

찬희는 대화를 하면서 사쿠라가 말한 빙수집이 일본에서 시작된 원조로 한국에도 최근에 프렌차이즈로 런칭된 걸 알았다. 사쿠라가 추천한 맛이니까 혼자라도 가봐야겠다고 말을 하는데 사쿠라가 자기랑 같이 가야하니까 혼자는 가지마! 라고 앙탈을 부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둘은 분명히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사귀는 게 아닌 걸까? 아니야 분명히 사귀는 건데, 사귀자는 말은 안 했지만, 그러니까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찬희를 군대로 배웅해주기 위해 사쿠라가 한국으로 건너온 날이 어느새 다가와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은 지나갔고, 사쿠라는 지금 일본이 아닌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찬희 몰래 방문해서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두 사람이 비행기 티켓을 사는 아이디를 공유하고 있어서 찬희가 봐 버렸다. 

 

찬희도 사쿠라를 놀래키려고 일본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었다. 언제가 좋을까 저가가 뜨는 날이 언제일까 찾아보다가 이렇게 됐다. 

 

그래서 찬희는 일부러 모른 척하면서 공항으로 배웅을 갔다.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찬희가 공항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너무 깜짝 놀라는 사쿠라였다. 

 

“차니! 어떻게 된거야. 내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 가족들한테도 그냥 여행간다고 했는데, 왜 어째서, 어떻게”

“다 알지, 내가 모르겠어?”

 

찬희는 사쿠라에게 비행기표 어플에 접속해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사쿠라는 부끄럽다는 듯 찬희의 가슴을 치었다. 

 

“우리 너무 많은 걸 공유하고 있잖아. 모를 수가 없지! 모른 척 해줄려고 했는데, 너무 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 했지, 사실은 내가 일본에 가려고 했거든”

“아니, 군대 갈 날도 이제 며칠 안남았잖아. 배웅인사해야지”

“내가 가장 배웅 인사를,, 하고, 아니 안하고 싶기도 한데, 제일 보고 싶은 건 사쿠라였지”

 

십년도 지난 사이인데 아직도 알콩달콩한 두 사람이었다. 원래 썸이 제일 설렌다고 고백을 하지 않아서 였을까 

 

그렇게 사쿠라와 짧은 기간 한국에서 입대 전 여행을 떠난 찬희였다. 그곳에서 사쿠라에게 살짝 반지를 보여준다. 커플리이었다. 사쿠라가 놀라고, 찬희는 나랑 사귀자는 말을 했다. 사쿠라가 엉엉 울면서 찬희에게 안겼다. 

 

“나랑 사귈래? 사쿠라.”

“찬희. 당연하지, 나랑 사귀어 줘”

 

사쿠라는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로 이제는 한글 받침 발음도 어느 정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정식으로 사귀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귄 건 오늘부터로 할지 아니면 비공식 연애 기간도 포함해야할 지 논란이 야기 되고 있었다.

 

그동안 사귀자는 말은 안 해서 넘어갈 수 있었던 이벤트들, 100일 이라던지 1000일 이라던지 이런 부분에 대한 내막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심지어 이제는 찬희가 군대에 있기 때문에, 챙기고 싶어도 챙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처음 만날 날부터 두 사람은 이미 첫눈에 반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약속으로 그때부터 사귀자는 게 되어 거의 5000일이 넘는 커플이 됐다. 

 

첫날부터 오천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시련은 금방 찾아왔다. 찬희의 입대였다. 찬희는 사쿠라와 헤어지기 전 찐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렇게 헤어지자 벌써 보고싶은 사쿠라의 얼굴이었다. 

 

찬희는 사쿠라를 지켜주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군대에서 최선을 다했고, 찬희의 시간도, 그리고 찬희를 기다리는 사쿠라의 시간도 너무나 느리게 흘렀다. 그리고 휴가 날 때마다 찬희를 배웅해주러 오는 사쿠라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찬희였다. 

 

휴가 마지막날, 사쿠라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게 됐고, 찬희는 배웅을 해줬다. 이제 1번의 휴가만 더 나오면 전역이었다. 찬희는 그날 사쿠라에게 이제는 이런 이별없이 영원히 함께 살자고 고백할 생각이었다. 

 

사쿠라가 일본에 도착했을 쯤에 TV에서 속보가 터졌다. 한국의 소식은 아니었다. 일본의 소식이었다. 

 

찬희는 깜짝 놀란 채 TV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본 열도에 지진이 났다. 표현이 대지진이었다. 일본 대지진에 대한 속보로 모든 미디어가 집중됐다. 

 

“사쿠라..”

 

찬희는 바로 사쿠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일본이 현재 난리인 여파인지 받지 않았다. 일본 난카이 대지진, 일본 도쿄 대지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일본 교토 대지진, 일본 오사카 대지진, 일본 열도 대지진 등 수많은 지진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었다. 

 

훗카이도 섬도 쓰나미 형태의 피해를 받고 있다는 속보들이었다. 찬희는 벌써 수백통의 전화를 사쿠라에게 건넸지만 받지 않았다. 

 

일본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데 없다. 당장 군대를 복귀해야 하는 찬희였지만 이미 눈이 뒤집혀서 복귀는 뒷전으로 밀렸다. 

 

“사쿠라,, 사쿠라!!”

 

어떻게든 일본으로 가, 사쿠라를 구해야 했다. 찬희 머리속에는 사쿠라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때 귀국한다는 일본인들 일행을 만나, 자신도 일본인이라 속였다. 사쿠라가 자기 아내라고, 여기 살고 있다고 자신도 가야하는데 어쩌다 무리에 섞여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된 찬희였다.

 

그렇게, 불법으로 일본으로 가게 된 찬희였다. 당장 내일부터는 탈영병이 되는 신세였다. 아니 몇시간 후부터는. 

 

사쿠라를 찾아 말해줘야 했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결혼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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