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새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전세희
제목: 광복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게 아니라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는 사람. 훗날 사람들이 세희를 떠올리면 바로 떠오를 말이었다. 세희는 단 한 번도 쉽게 포기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세희야, 힘내”
그래서인지 세희는 늘 응원 받고 자랐다. 세희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나라의 패망과 더불어 독립을 위해 만주로 향했다. 어머니도 함께 가려고 했으나 세희가 어머니의 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광복된 나라에서’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하고 사라졌다. 아버지 없이 태어난 세희는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났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세희가 남자아이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대추가 걸려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우렁찬 소리를 내놓고 남자아이여? 엄청난 아이네”
여자애들이라고 태어날 때 얌전하게 우는 건 아니었으나, 정말 온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마치 마른 하늘에 친 날벼락처럼 우렁찬 함성소리와 같은 울음소리를 냈던 세희였다.
“세희야, 세희야”
비록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그런 세희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부모님이 몰래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우리나라는 일본제국이라고 하는데 엄마는 대한제국이라는 이제는 지도에는 없는 나라를 가르치고, 한글이라는 대한의 말과 문자를 가르쳤다.
“엄마, 대한은 어떤 나라야?”
대한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묻자, 엄마는 한동안 고민에 빠진다. 세희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고민해서였다.
“대한은 우리의 나라다”
“우리의 나라”
우리라는 말을 세희는 특별히 좋아했다. 너나 내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라는 말 같아서 좋아했다. 대한은 우리의 나라, 모두의 나라라는 말일까? 세희는 그러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된다. 세희가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대한의 마지막 황제의 아버지, 광무제의 죽음과 관련된 일이었다. 광무제가 일제의 의해 독살당했다는 말, 그리고 그 독살 이후에 광무제의 장례에 맞춰서 일어난 대집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3.1 만세운동이라고 알려진 날. 그때 세희는 태극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태극기가 무엇인지 선생님한테 물었더니 선생님이 아무 말을 못했다.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태극기..”
선생님은 뒤 돌아 칠판에 근 직사각형 네모를 그렸다. 거기다가 동그라미를 그리고 왼쪽의 상위부터 - 자를 세 개,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를 다섯개를 그렸다. 그런다음에 오른쪽 상위에 – 자를 다섯 개, 그리고 다시 내려가 하위 오른쪽에 -를 여섯 개를 그렸다.
그리고 빨간색 분필로 위쪽에, 파란색 분필로 아래쪽에 동그라미를 ~자로 나눈 후에 색칠을 했다.
흰 분필로 나머지 배경을 칠한 다음에 – 자는 모두 검은색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게 태극기다”
선생님은 그저 그림 하나를 그렸을 뿐인데 엄청나게 많은 결심을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희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한 태극기를 보며 오묘한 신비를 느꼈다.
선생님이 칠판 지우개를 손에 들다가 내려놓고 자신이 그린 태극기 앞에 다가갔다.
“태극 문양은 우주와 자연의 조화, 음양의 조화를 상징해. 빨간색은 양을, 파란색은 음을 상징하며 서로 상호 보완하고 있는 걸 표현하고 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대립하여 조화하고 변화하는 원리를 나타내고 있어. 이게 태극 문양이야.
선생님은 마치 독립선언서를 외치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세희도 매료되어 이야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 곤자는 하늘을 상징하며 강인함과 창조를 의미한다. ☲ 리는 불을 상징하며 광명과 열정을 의미해,”
크게 쉼 호흡을 하는 선생님이었다. 그저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을 파헤치는 느낌으로 빠져는 세희였다.
“☵ 이 다섯 작대기는 감이라고 부르며, 물을 상징하고 있따. 지혜와 생명의 근원을 의미하면서 마지막으로 ☷ 이 곤자는 땅을 상징한다. 순수하고 포용적인 성격을 나태는 말로 합쳐서 건곤감리(건(乾)☰ 곤(坤)☷ 감(坎)☵ 리(離)☲)라고 부른다.”
세희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태극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때 국민학교를 돌고 있던 일본군 순사가 복도에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 칠판의 태극기를 지워야 하는 상황에서 선생님은 그렇지 않는다.
“그리고 이 흰 바탕은 우리 민족의 순수성과 평화를 추구하는 민족 정신을 상징한다. 애들아 잊지마!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 우리는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대한국인이다!”
일본군 순사가 놀라 달려와 선생에게 곤붕을 휘두른다. 흰 바탕의 태극기 그림에 피가 튄다 아이들이 놀라 자리 밑으로 숨는다.
“이런 조센징새끼들이!”
놀란 세희만 이 모습을 똑똑히 지켜본다. 그저 태극기라는 게 무엇인지 몰라 질문했고, 그 태극기를 알려주던 선생님이었는데 저렇게 맞아야 하는 걸까? 선생님은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세희는 귀가후에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온다. 방에서 자신이 본듯한 모습을 찾아 헤맨다.태극기였다. 태극기를 찾아 쳐다본다. 선생님이 그려준 모습과 똑같이 생겼다. 그런데 조금 다른 건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곳에는 엄마와 아빠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그때 집으로 들어오는 엄마의 발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태극기를 다시 원래의 장소로 감추려 하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에게 들키게 된다. 놀란 엄마는 세희가 태극기를 들고 있자 밖의 분위기를 살피다 얼른 문을 닫아 버린다. 세희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엄마에게 말한다.
세희를 안아주는 엄마, 이대로면 세희도 위험하겠다고 생각한다. 세희에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알려준다.
“현재 우리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서 일제의 식민으로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 해외에 있다.”
“상해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지, 상해에 있었다가 현재는 장소를 옮겼고 아직 어딘지 엄마도 알지 못해, 일본군이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의 산둥 반도 침입에 성공해서..”
“엄마, 만약에 광복이 오면 아버지도 돌아오시나요?”
“어.. 물론이지. 우리 세희 보고 싶어서 돌아오신다”
세희는 그날 처음으로 광복에 대한 말을 듣게 된다. 엄마는 굳이 아빠에 대한 일을 세희에게 숨기지 않았다. 독립군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예전에는 일본군과 싸워 승리까지 했다고, 지금은 정규군과의 싸움에 밀려서 러시아 쪽으로 숨었다고 이후 소식은 끊기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우리는 왜 일본군에게 그렇게 억압받은 거에요..?”
세희는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말을 학교에서 들었다. 그래서 가끔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강자인 척하는 애들에게 싸움을 걸어 승리했다. 아이들 사이에 세희는 강자였다.
스스로도 강자라고 생각하는 세희는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엄마의 말을 잘 지켜왔다. 그런데 일본군은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애처럼 보였다.
“세희야, 일본놈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우리가 약해서야”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지, 왜 침략해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희였다. 그 뒤에 일본군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세희였지만 일본군이 잘 숨겨놓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알지 못하는 세희였다.
그래서 스스로 스승을 구해 저명한 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진짜 대단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은 웬만하면 독립을 위해 떠나 한반도에 있지 않았다.
“독립..”
세희는 그때부터 자신도 이제 독립을 위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 나이에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배울 수 있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배우기 시작했다. 여러가지를 만드는 손재주부터 지혜롭게 생각하는 방법과 검을 잡는 법, 창을 쥐는 법, 활을 쏘는 법, 그리고 총구를 만지는 법까지 알음알음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번은 잘못 걸렸다. 저명하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밀정이었다. 그는 세희를 보며 이런 건 왜 배우려고 하냐는 질문에 독립을 위해서요라고 말한다. 그 밀정은 이제 10대 밖에 되지 않은 세희를 밀고하게 된다.
세희를 통해 다른 세희를 도운 사람들을 잡아 공을 세우기 위해서 였다. 결국 세희로 인해서 스승들이 잡혀가게 된다. 세희는 함부로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그때 배우게 된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아니다, 너는 배우려 했고, 잘 배웠으면 됐다. 네가 우리의 미래니까.”
덕분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밀정은 세희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풀어주겠다는 총독부의 말을 들어준다. 그러나 그 밀정은 세희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세희를 지켜본다.
세희의 엄마도 세희 때문에 갖은 고문을 받고 풀려난다.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세희는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는데 어머니느 그런 세희의 눈물을 닦아준다.
“아니다 세희야. 엄마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멋진 아이로 자랐구나. 아버지도 세희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기뻐하실 거야”
그러나 어머니는 고문으로 생긴 병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다. 세희는 이제 더 이상 이 한반도에 머무를 일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는 곳곳에 일본의 감시망이 쳐져 있었다. 단순히 일제의 사람들을 넘어 변절자까지 더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쯤 광복군에 대한 소식이 전달된다. 세희는 어느새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신흥무관학교로 가서 배울 생각을 한다. 일제가 가장 큰 현상금을 걸고 쫓고 있는 김원봉 투사가 세운 학교였다.
“광복군에 합류해야 해”
일제의 눈을 피해서 만주로 가려고 하니까 적당한 명분이 없었다. 그때 자신을 밀고한 밀정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그를 찾아가는 세희였다.
“스승님 오랜만입니다”
“스승이라, 아직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배짱이 있는 거냐? 아니면 멍청한 거야?”
“제게 가르침을 주셨으니 어찌 스승님이라 모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허허, 그래 내게서 뭘 배운 거야? 들어나 보자”
“강자한테는 허리를 숙여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기회를 엿본다? 내 밑에서 기회를 엿보겠단 말이냐? 그런 애를 내가 거둘 거 같아? 뭐 땜에 찾아왔어? 나한테 다른 독립군 정보라도 넘길것이냐?”
“스승님은 한 때 조선 제일의 문신 중 하나셨습니다. 을사오적이라 불리는 역적들도 비난하셨죠. 그런데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일본군의 밀정이 되셨습니다. 아니.. 미국의 밀정이 되신 거죠..”
“…?”
밀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세희는 그가 일본의 밀정이 아니라는 정보를 최근에 입수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장례식이 열렸다. 그때 어머니와 몰래 접촉하고 있었던 독립군이 세희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자신을 돕고 있는 미군에서 내분이 나서 두 갈래로 나눠졌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참전에 대한 명분이었는데 얼마전 미군이 세계대전에 참전을 했다고 한다.
밀정은 일본에게 독립군의 정보를 팔면서 미군에게는 일본제국의 정보를 넘기며 연명하고 있었다.
그때 독립군이 미군과 접촉하면서 이 밀정의 정보를 습득하게 됐고 제거해야 할지 말지 선택하던 사이에 세희의 스승들이 대거 잡혀가면서 확실히 제거하자는 의견으로 입이 모아졌다.
그래서 세희에게 너도 합류하겠냐는, 아직 어린 10대 밖에 되지 않는 세희에게 찾아온 독립군이었다.
자신도 독립군이 되기 위해서 한반도를 빠져나갈 고민을 하고 있던 세희는 독립군을 반겼다. 그러면서 독립군의 작전을 듣게 됐다.
한반도 침공 작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밀정을 제거하는 대신 밀정으로 하여 미군에게 독립군의 작전을 돕는 쪽으로 설득하는 일을 맡게 됐다.
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그 독립군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일찍 오지 하는 표정. 흑백의 사진 속에 젊은 어머니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었으니까.
“함께, 광복을.. 열자.”
세희는 그와 함께 밀정을 감시하는 독립군의 일원이 되었다. 광복을 위하여. 이 만남이 잠깐 스치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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