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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채영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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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채영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주영채

제목: 오늘의 영채 

 

“다시 말해 봐”

“우리 헤어지자고”

 

사랑은 두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시작됐지만 이별은 한 사람만 동의해도 시작됐다. 영채는 헤어지자는 말을 믿을 수 없어서 멀뚱멀뚱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된 윤성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예쁘다고 하늘에 별 하나가 사라졌다고 했더니 여기 있었네, 아니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있었네 라고 말해주던 그였으니까. 

 

“왜? 왜 헤어져?”

“나 지쳤어, 이제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어, 사랑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

 

믿을 수 없었다. 헤어지자는 말이 왜 이렇게 쉽게 나오는 거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영채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별이 찾아온 순간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게 됐다. 

 

아무 말도 안하고 멀뚱히 서 있는 영채를 바라보던 윤성의 한마디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갈게, 잘 지내”

“잠깐만!”

 

돌아서려는 윤성을 크게 불렀다. 이대로 끝이라고? 정말로 이렇게? 우리의 사랑이 고작 이렇게 끝이 난다고? 세상의 모든 것이라 여겼던 사랑이 이렇게 끝이라고? 영채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헤어진다면! 정말로 헤어진다면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해도 모자를 텐데 왜 니가 먼저 구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대로, 우리의 사랑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영채였다. 

 

“말 했잖아, 너 더 이상 안 좋아한다고 됐으니까 이제 갈게”

 

영채는 윤성을 잡아보고 싶었지만 손을 내밀 힘도 나지 않았다.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져 쭉 주저앉아 버렸다. 털썩 주저 앉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뒤돌아보지 않는 윤성이었다. 이미 이별을 준비해 온 놈이니까, 저런 놈을 좋아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 아직도 좋아해서 그 마음이 눈물이 되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비라도 오면 좋을 텐데 오늘 따라 하늘은 왜 이렇게 좋은 지 구름이 한 점이 없어서 햇빛이 쨍쨍했다. 그동안 이 햇살,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적당하고 아름다운 날씨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왜 이런 날에 날씨는 이따 구로 좋은 건지 원망이 됐다. 

 

밤 하늘에 뜬 별, 은하수라도 따다 줄 것 같았던 윤성은 그렇게 자신의 뒷모습만 남기고 사라졌다. 왜 헤어지는 지 정확한 이유도 안 말해줬다. 

 

그냥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어제까지는 사랑이었고 오늘은 이별이 말이 되나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걸까? 그래도 궁금하다 이대로는 윤성을 보낼 수 없는 영채였다. 

 

“애들아, 나 좀 도와줘”

 

영채는 친구들을 불러모은다. 윤성이 왜 이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요즘은 어떤 학원을 다니고 어떤 과목을 배우고 어떤 게임을 하는 지 부터 여러가지를 조사하려던 참이었다. 

 

예전부터 윤성과 영채가 사귀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던 영채의 불알친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윤성과도 친구였지만 윤성에 대해서 영채가 말할 때 할 말은 많지만 말은 하지 않겠다는 모드를 유지하던 친구 ‘현진’이었다.

 

“영채야, 이런 거 그만두고 그냥 이별을 받아들여. 이제 우리 고3이야, 이렇게 집중할 시간에 공부를 해보는 건 어때?”

“너! 나랑 윤성이 사귈 때부터 볼멘소리만 나고! 지금도 이렇게 초치고! 니가 그러고도 친구야?!”

“사랑이 밥 먹여줘? 그리고 나중에 밥 잘 먹으려면 지금 공부를 해야해!”

“됐어! 그럼 넌 빠져, 내 삶과 사랑은 내가 알아서 할꺼니까”

“그래, 흥!”

 

그렇게 자리를 벅차고 나간 현진이었다. 현진에게는 윤성이 영채와 헤어진 이유가 추측이 되는 게 있었지만 사실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었다. 과거 두 사람이 사귄 걸 반대하는 느낌이었던 건 친한 친구인 영채에 대한 질투도 있었지만 윤성이는 남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친구였지만 여자친구는 신발 바꾸듯이 마음에 드는 좋은 신발이 보이면 금방 자기가 신던 걸 중고로 팔아버리고 새 신발을 사는 친구였다.

 

“너 이 신발 갖고 싶어했지? 살래? 내가 특별히 오백 원에 팔 게”

 

주변에서 그 신발을 탐내 하는 친구가 있으면 사실상 파는 게 아니라 거저 주는 정도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윤성은 현진에게 다가왔다. 너랑 영채 애기때부터 응애거릴 때부터 봤다고 했지? 라는 말을 뜬금없이 물어왔다. 현진은 그건 그렇지만 우린 그냥 친구고 너네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없고 도와줄 거 있으면 뭐든 돕겠다고 말하는 현진이었다. 

 

그런 현진에게 웃으면서 말하는 윤성이었다. 웃으면서 말해서 때려버릴 수 없었지만 기분 나쁜 말이었다. 윤성이 어떤 애인지 아는 현진에겐 꺼림칙한 말이었으니까.

 

“너, 영채 좋아하지? 나 기분 안 나쁘니까. 솔직하게 말해. 어쩌면 너랑 영채랑 잘 해볼 수 있는 거 잖아?”

 

그건 정말로 영채와 현진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 아닐 것이다. 영채는 충분히 신어 보았으니까, 새롭게 발견한 새 신발에 관심이 쏠리니까 했던 말이라 생각하는 현진이었다. 

 

하지만 이게 확증도 아니고 이런 말을 굳이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저렇게 가슴 아파서 어떻게 든 상황을 돌려 관계를 회복하려는 영채였으니까. 

 

“하아, 영채야..”

 

그저 그런 영채가 안타까운 현진이었다. 윤성이 말한대로 그녀를 이성적으로 좋아해서는 아니다. 분명히 그녀는 여자고, 자신은 남자였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발딱 벗고 있어도 아무 일 없었던 사이였다. 아무일 없을 사이가 아니라 아무 일도 없었던 그런 사이였으니까. 물론 아주 어릴 적이었지만. 

 

영채는 친구들을 섭외한 김에 확실하게 윤성이 왜 자기랑 헤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 영채를 안타깝게 여기던 현진은 알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불안한 예감이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 현진에게 괜히 토라진 영채였다. 아직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윤성, 처음에 사귀자고 자신을 삼고초려 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빠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에게 어느새 홀딱 빠져 있는 영채였다.

 

“사랑이 무섭다니까, 공주 같던 내가! 이런 내가!”

 

영채는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퀸카였다. 오죽하면 화장하고 도심을 걸으면 고등학생인 줄 모르고 헌팅제의가 왔고 한 번은 넷플세상의 연애 프로그램에 초대된 적도 있었다.

 

심지어 출연을 할 뻔한 영채였다. 영채가 고등학생이라고 하자 아예 고등학생 버전이 나올 뻔했는데, 그때 윤성과 사귀게 되면서 정중히 거절한 영채였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로 그 버전이 나온다. 윤성의 뒷조사를 하던 영채는 윤성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허윤성 이 새끼 뭐지?”

 

영채는 화가 안 날 수아 없는 상황, 자신한테는 헤어지자고 해놓고 연애프로그램을 나간다고? 돌아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캐스팅을 제의했던 피디의 명함을 찾았다. 

 

그리고 바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피디님 저 영채인데 기억하세요? 왜 1년전인가 홍대에서 본 적 있는! 저보고 연애 프로그램 나가보지 않겠냐고 했던”

 

전화를 받던 피디는 영채가 누군지 처음엔 기억하지 못했지만 자기소개를 들은 이후 영채가 누군지 생각났다. 안 그래도 이번에 결국 영채 때문에 기획하게 된 프로그램이 런칭하게 됐는데 아쉽다고, 남자친구랑 잘 사귀고 있냐고 물엇다. 영채는 아니요, 저 헤어졌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는 영채였다. 

 

“어? 헤어진지 얼마 안됐다며”

“제가 누군지는 말 못해드리는데, 제 ‘전’ 남자친구가 그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어? 정말? 누구지? 영채랑 같은 학교가, 박현진?”

“네? 현진이도 거기 나가요?”

“아, 이 친구는 아닌 가보네,”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다르게 남녀에서 꽤나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9명, 9명, 총 18명이었다. 

 

낭랑 18세를 표현했다나 뭐라나, 그런데 영채가 출연하게 되면 한 명을 까거나 한 명을 더 섭외하는데 20명, 20살. 그것도 괜찮겠다? 라고 생각하는 피디의 말이 있자 영채는 피디를 살살 꼬셨다. 

 

“저로 인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제가 꼭 나와야 된다고 했잖아요. 거기다 제 전남친이 거기 있는 거 밝혀지면 프로그램 얼마나 난리겠어요?”

“맞아, 그런데 영채야, 내가 아무리 방송에 죽고 사는 놈이긴 한데, 괜찮겠어?”

“대신 그 남친이 누군진 말 할게요. 어때요? 저 이 정도면 꽤 통 큰 양보 한 거 같은데”

“우리 영채 정치인이 다 됐네”

 

호칭이 어느새 영채 학생에서 영채 씨, 그리고 우리 영채가 되었다. 영채는 결국 피디를 섭외하는데 성공해 윤성이 나간다는 고딩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는데 성공했다. 

 

윤성이 연예인을 준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천하의 호로새끼처럼 느껴졌다. 감히 이 하늘 같은 영채, 하늘 같은 여자친구를 찬 이유가 고작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서였다고? 정말 미친 거 아닌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성 출연진과 그리고 지켜보는 시청자에게 윤성의 진짜 모습을 다 까발릴 생각으로 분노하고 있는 영채였다.

 

그런데, 윤성이 영채한테 잘해줬던 말, 설레었던 순간들이 더 떠오른다. 

 

“허, 나쁜 놈 새끼!!!, 나쁜남자 그 자체!!!인 새끼!”

 

그의 본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를 싫어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 되는 건 모든 여성 시청자들이 윤성의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될 까봐 도리어 겁이 났다. 

 

내껀데, 내 남자인데! 아무도 못 건들여! 내 남자! 

 

그렇게 영채는 평소에는 그냥 습관적으로만 하던 다이어트를 더욱 열심히 했다. 피부도 가꾸고, 몸매도 가꾸었다. 그런 모습에 담임 선생님은 영채 어디 아프냐고? 고딩이 공부는 안하고 무슨 연예인 준비하냐고? 인플루언서냐고? 학생들은 모르쇠를 일관하며 영채를 지켜주었지만 영채가 방송에 나간다는 이야기는 곧 퍼졌다. 

 

부모님의 동의는 이미 엄청난 애교로 받아온 영채는 선생님이 제 진로를 결정하면 책임도 주실 거냐고? 반 협박으로 출연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대신 이미 시청자들로 인해 밝혀지겠지만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함구하는 쪽으로 했다. 아무래도 영채는 19살, 내년이면 성인이 되며, 겨울이면 전국민이 긴장하는 수능을 보는 대상자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영채의 일에 관심을 떼고 있던 윤성도 영채가 연애프로그램을 나오는 걸 알게 되고 놀란다. 

 

여성 출연진으로 등장하는 영채를 보고 놀란 현진, 그 전에 윤성이 여기에 나오는 걸 보고 더 놀랐는데 영채마저 등장하다니. 

 

“주영채, 정말..”

 

그리고 윤성이 이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를 알게 된다. 윤성은 이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모르는 연예인과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4세까지 나온다는 걸 미리 알았다. 

 

그리고 윤성의 태도를 보아 현진이 추측한 영채와 헤어진 이유는 그 둘 중 하나를 꼬시기 위함이었다. 

 

영채가 등장하자 다른 남자애들이 깜짝 놀란다. 제일 놀란 건 윤성이었다. 현진은 원래 예쁜 건 알았지만 한 번도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 영채였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영채에게 살짝 설렜다.

 

남자한테 제일 위험한 여자는 처음 보는 여자라고 하는데, 오늘의 영채는 그렇게 보였다. 

 

영채는 현진이 눈치챈 사실을 친구들의 도움으로 알아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두 여고생, 하나는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 나인이었고 한 명은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다재였다. 적어도 윤성과 두 사람과의 연결은 막아야겠다고 고추장을 팍팍 뿌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영채였다. 

 

그리고 나머지 남자들을 다 꼬셔서 윤성이 여자들로부터, 그리고 남자들에게까지 다 고립되어 버리게 만드는 복수를 꿈꾸는 오늘의 영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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