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양동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유동민
제목: 위인(WE:人)
“쉴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냥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영의 말을 듣고 있던 동민이었다.
“좋지, 쉴곳이라, 정말 좋겠다. 있으면 그런 곳이 있으면”
“네가 한 번 만들어 봐. 잘하잖아 그런 거?”
“내가?”
처음 들어본다는 반을 보이는 동민이었다. 그렇지 않다며 용기를 심어주는 소영의 끄덕거림에 동민은 손사래를 쳤다.
“못하는 사람한테 라이팅 그만하고, 잘하는 네가 만들어야지, 원하는 사람도 너고”
“아, 모르겠다”
수영은 위아래로 길게 뻘은 다리와 팔을 펄럭이며 기지개를 폈다.
“피곤하네. 이제 그만 가봐”
수영을 내쫓듯 쫓아낸 동민은 홀로 남은 작업공간을 바라보았다.
‘얼렁뚱당 작업소’라는 이름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보는 작업장이었다.
이곳의 공간은 웬만한 창고보다 넓었다. 한 층을 거의 혼자 쓰고 있었던 동민의 사무실 겸 작업실이었다.
그중 최근에 동민이 자주 하던 작업은 목각이었다.
“잘 만들기는 했네”
자기가 만든 목각 인형을 주워 든 동민이었다. 이 정도면 상품권 출하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목각이었다. 12개의 조각상, 십이지신을 모티브로 만든 목각 인형이었다.
“이거 들고 외치면, 십이지신이 정말 강림할 것 같아”
워낙 잘 만들어 놓았길래 여러 칭찬을 들었다. 자신만의 상상을 목각에 부여하고 그대로 깎아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하는 것도 어렵고 잘 깎아 내는 것도 힘들어 했다.
많은 걸 해 본 동민이었지만 사짜에 가까웠다. 자격증이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실력만큼은 어떤 꾼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편안하고 싶다, 쉬고 싶다라”
이 곳은 어떻게 보면 편안과 쉼과 거리가 멀었다. 항상 무언가를 하는 공간이었으니까. 쉼과 반대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열정과 열기가 가득한 장소였다.
수영의 요구는 이 장소를 빼앗겠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곳과 연결되어 있는 곳에 대한 통행권을 요구한 것이었다.
“어디보자”
동민은 수영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잠겨 있는 걸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아보았다.
잠거놓고 열어본 적도 없어서 거의 열지 않았던 장소였다.
최상위층의 특권. 옥상이었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열쇠가 없어서 열쇠공이라도 불러야 하나 생각했다.
이 장소를 쉼의 공간으로 바꿔 휴식터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제안했던 수영이었다.
옥상 문 근처에 열쇠가 있을지도 몰라서 우선 올라선 동민이었다. 하얀 페인트가 이미 벗겨진 문이었다. 사용하지 않았던 장소였지만 거칠어진 문이었다. 문 앞에 놓인 이것저것 물건들이 페인트를 벗겨대고 있던 모습이었다.
“열려 있네?”
물기가 마른 모습을 보고 혹시나 싶어서 문을 열어봤던 동민이었다. 비가 왔을 때 물이 세어 온 것은 틈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 빗물일 수도 있었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처음과 같은 느낌이었다. 넓고 높은 빌딩이었기에 온전히 차지한 사무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넓은 느낌의 옥상이었다.
“이렇게 넓었나”
옥상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휑할 줄 알았는데, 바닥에 흙이 있었던 부분과 흙이 퍼진 부분들 때문에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옥상에 정원을 꾸며 놓은 모양이었다. 작은 DMZ처럼 천혜의 자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식물이 같은 모양이었다.
“이건..”
허리 춤에 올라온 풀들을 살펴보니 쑥이었다.
“쑥..?”
쑥의 사진을 찍어 식물 전문과인 친구에게 문의를 했던 동민이었다.
-뭐냐? 쑥 키우냐? 밭인데 하주. 쑥밭. 쑥대밭이네
-쑥대밭?
낯설지 않은 표현이었다. 어떤 상황에 있어서 처절한 상황을 표현할 대 ‘쑥대밭’이라는 표현이 많았던 게 떠오른 동민이었다.
“쑥대밭이라”
쑥이 정말 많았다. 동민은 쑥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많다는 걸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찾아보았다.
어느새 쑥에 대한 지식이 쑥쑥 자란 동민이었다.
“완전 쑥 전문가수준이네?”
옥상에 동민과 사람들이 만든 테라스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동민이 쑥의 모양을 빗질해 만든 의자를 내려놓았다.
“쑥. 좋지.”
“얼마나 좋은데? 여긴 완전 쑥대밭이네 쑥대밭. 좋은 의미로 다가”
동민은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았다. 그러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부터 꺼내려고 마음먹었다.
“여기에 마늘만 더해지면 그럼 이제 인간이 되는 거야. 사람이 되는 거라고”
동민의 의도를 눈치챈 준수였다. 준수는 수영과 동민을 서로 알고 함께 동민의 작업공간에서 여러가지를 함께 만든 추억도 많은 친구였다. 이번에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의자도 만들어서 지금 옮기고 있었다.
“설마, 단군신화 이야기 하는거야?”
‘그치, 우리의 조상님이 바로 이 쑥과 마늘을 먹고 21일만에 사람이 됐잖아”
“21일? 100일 아니었어?”
“호랑이가 빨리 포기해서 그런지, 곰은 21일이었어. 그래서 21이 귀한 숫자로 쓰이는 거야”
“21이 귀한 숫자였어?”
“3과 7을 곱한 숫자가 21일이라서 귀한 경우도 있고, 3은 삼위일체를 뜻하고, 7은 완성과 충만 등을 나타내서”
“아 됐구 재미없어”
생각해보니 성경에서 여러 번 21은 중요한 기간이나 전환점을 나타내는 숫자로 쓰인 적이 많았다. 쑥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이런 점까지 알게 된 동민이었다.
우연히 마주한 쑥대밭, 만약에 허한 옥상일 뿐이었다면 이렇게 옥상을 공유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수영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었던 동민이었다.
“쑥대밭이 왜 쑥대밭인 줄 알아?”
“왜 쑥대밭인데요?”
“나가사키 들어봤지?”
“나가사키에 쑥이 많이 나요? 나가사키는 짬봉아닌가?”
“아 나가사키랑 또 히로시마도 있지”
“히로시마?”
“히로시마에 쑥이 엄청 났었지. 아니 쑥만 났었어”
“쑥만요?
“설마?”
그중 한 명이 알겠다는 표정과 더불어 에이 설마? 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표정을 한 동료를 보고 동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니 생각이 맞아”
그 친구는 옥상을 연 기념을 축하해 바비큐를 준비하기 위해 고기 불 판을 가져오고 있었다. 불판까지 만들어서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러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우선은 구입해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 불 판을 못쓸 때쯤 되면 여기서 새롭게 만들자는 이야기를 귀결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그곳에 떨어진 핵폭탄은 모든 걸 앗아갔다. 그리고 그곳에 가장 발리 자란 풀이 바로 쑥이었다.
그 이후 쑥대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리고 더 재밌는 이야기가 있지”
“더 재밌는 이야기요? 일단 나가사키랑 히로시마 쑥대밭 이야기가 재밌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놀라운 건 맞지만.”
“체르노빌 들어봤어?”
“체르노빌이요?”
“러시아 말로 검은 풀이라는 뜻인데, 우리말로 쑥으로 번역해서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
“쑥. 체르노빌”
체르노빌, 히로시마, 나가사키. 하필이면 멸망과 가까운 도시의 이름들이 나열되자 쑥정원의 개관을 축하하러 온 동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멸망, 꼭 도시에만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멸망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수영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휴식터가 필요하다가 주장했다.
그런 말에 무신경했던 동민의 마음도 흔들려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옥상을 방문했으니까. 지금은 문을 자동문으로 고쳐 놨다. 비밀번호를 굳이 입력해 잠그지 않는 한 필요한 사람들에겐 모두 열려 있었다.
적당히 햇빛을 가려줄 오두막 같은 공간도 넓은 옥상에 군데군데 설치했다. 중앙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가질 수 잇는 공간을 마련했다. 캠프파이어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공간이었다.
“쑥 몸에 좋은 거 아니었어?”
쑥이 너무 안좋은 것과 매치되자 나온 질문이었다. 수영을 돕고 있던 동료 주혜였다. 그 옆을 지나오며 물건을 옮기고 있던 동민이 말했다.
“몸에 좋지. 근데 다 자란 쑥은 쓴 맛이 강해서 못 먹어. 안 먹지 5월 즘에 덜 자란 쑥의 형태는 띄지만 이제 막 자란 쑥이 향이 적당하고 맛있지”
거의 쑥 전문가가 되어버린 동민이었다. 그런 동민을 보고 수영은 피식 웃었다. 처음 수영의 말을 들을 대는 작업장을 내놓으란 말로 착각해서 얼굴빛이 어두웠던 동민이었다.
그러나 작업실이 아니라 이 공간, 옥상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을 때 약간 활기가 돌기 시작했던 동민이었다.
작업장보다 넓은 게 옥상이었다. 작업공간의 위. 지붕을 유지하기 위한 기둥이 없었기 때문에 훨씬 확 트인 전경이었다. 그래서 훨씬 넓은 느낌이 강했다.
“좋다. 옥상”
옥상엔 적당한 햇빛이 쬐며 동시에 시원한 바람도 불고 있었다. 물건이 날아가지 않을 정도의 바람이라 부채바람과 같았다.
“이런 공간을 그동안 놀게 했어?”
“여기 쑥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었잖아. 쑥들한테 시간을 준거지”
“끼워 맞추긴”
“그거 잘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건데’
옥상에 들어온 대부분이 수제였다. 그런 수제들을 만들기 위해 나사를, 볼트를 넣을 공간을 만들고 끼워 놓고 조립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들이었다.
“좋은데, 뭔가 부족해”
턱을 손에 대고 괴고 있는 수영이었다. 원하는 대로 옥상을 개방해주고 꾸며주고 다 해줬더니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수영이었다. 그런 수영을 보고 의자의 위치를 잡고 째려보듯 쳐다보는 동민이었다.
“부족해? 그건 이제 니가 채워.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부족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옥상을 꾸미고 있었다. 처음 쑥대밭이었던 것에 비해 나름 잘 꾸며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적당히 넓은 옥상 들판에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담소를 나누며 베이컨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중앙무대까지도.
“스크린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 예요?”
작업실에서 아직 만들고 있는 부분, 결국 포기하고 사람들이 알음알음 돈을 모아서 스크린기계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때 마침 택배가 도착해서 100인치가 넘는 스크린이 도착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신비한 스크린이었다.
“자!! 도착했다.”
베이컨의 색을 바꿔주는 불이 아래에서부터 타올랐고, 그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신호로 안 스크린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여러 색의 불빛이 비춰지며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부르짖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스크린 속 영상을 바라보며 구워 져가는 베이컨의 향기를 즐기고 있었다.
동민은 그런 광경을 보며 이게 쉼인가,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소영에게 다가갔다.
“편안함에 이르렀냐?”
어디 드라마 명대사 같은 대사를 날리는 그를 쳐다보는 수영이었다.
“편안, 하긴 한데”
수영은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오래전 동민이 말했던 슬로건 하나를 떠올렸다.
“기억나니. 위인?”
“위인?”
“왜. 더블유 이, WE에다가 그리고 뒤에는 사람인 해서. 한자랑 영어로 만든 한글단어,”
“혼종이네”
“그치, 혼종이지, 위인. 우리 사람.”
동민은 오래전 문화창작모임이라고 해서 위인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 모임이 모티브가 되어 지금의 작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동민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와 공동체를 연결해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문화창작모임, 위인’.
마치 점과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과 선이 만나 면을 이루고 면이 모형이 되고 모형이 도형이 되는 듯한 자연스러운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나가자는 슬로건의 모티브였다.
그렇게 무엇이든 만들고 보자는 동민이었다.
그런 동민이 추구했던 삶 속에 하나를 수영이 다시 주장한 것과 같았다.
공동체,
“여기 모인 사람들도 좋은데, 온라인에서도 모으자”
비록 몸을 뒤섞는 함께는 어려워도, 함께 이야기는 나눌 수 있지 않냐고.
그렇게 위인이라는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게 된 수영과 동민이었다.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수영이 관리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동민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다는 약조도 더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모임, 위인. 좋다”
수영이 자신이 만든 새로운 위인의 슬로건을 읽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혼자이고 싶지 않은 혼자들의 모임.
어쨌든 사람을 위한 사람들의 모임.
그렇게 위인은 만들어졌고,
동민은 이게 맞나 싶었지만
수영의 뜻에 이번에도 져 주기로 했다.
그렇게 위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병행하며 발대식을 하게 됐다.
그들만의 끝나지 않는 작은 축제가 매일 같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온라인 속의 마을에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는 동민의 작업장이 있는 옥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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