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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세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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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세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세진

제목: 달려앱

 

“알아서 할 게, 잘 한다니까” 

 

말은 이렇게 했어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 어렵게 학점을 따고 다시 어렵게 졸업을 하고 또 어렵게 취직을 했다. 겨우겨우 해낸 느낌이었다. 능력에 맞지 않게 들어온 대기업처럼 느껴졌다. 다른 해에 비해 인원을 대거 많이 뽑았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공채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앞으로 수시로 필요한 직원을 즉시 증원하겠다고 밝힌 대기업이었다. 

 

그리고 산업 전체에 위기가 왔고 많은 사람들이 해고당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세진이 걱정돼 여기저기서 전화를 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자기는 아직 해고되지 않았고 자신 같은 인재는 쉽게 해고시키지 못한다고 호언장담을 하며 걱정을 잠식시켰다.

 

그런데 그런 전화가 매일 오기 시작하자 점차 지쳐갔다. 또 눈앞에서 어제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짐을 챙기고 빈자리가 생기는 걸 보면서 점차 세진도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변의 걱정을 흘러내지 못하고 사로잡아서 자신의 걱정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세진은 자신은 괜찮을 거라고 애써 자위하며 걱정을 땀으로 빼게 하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 달리고 달렸다. 또 달렸다. 헉헉 되면서 겨우 멈춰 섰다. 땀으로 온몸이 젖었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으면 흰 가루가 많이 남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건 민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시 뛰어서 가야 하나? 그런데 자신한테 그런 힘이 남아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장 바로 이 거리에 드러눕고 싶었다. 

 

그때 또 전화가 울렸다. 다른 전화를 다 안 받아도 이 전화는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전화였다. 남자친구였다. 

 

“세진아, 저녁은 먹었어?”

 

반가운 목소리에 자기 오늘 야근이 빨리 끝나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잠깐이라도 집 앞으로 갈까?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땀에 쩔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도 좋았다. 원래는 오늘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시간이 괜찮으면 영화도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남자 친구네 회사에서 물류운송 사고가 터져서 전직원이 급히 야근에 들어가야 했다. 당장 모레까지 물류가 유럽으로 도착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보자!”

 

라고 말했던 게 몇시간 전이었는데, 시간을 보니까 오후 9시 40분 정도였다. 약간 애매한 시간이었다.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늦은 시간이었다. 

 

“나 지금 운동 와 가지고, 밖인데 너무 땀에 쩔어서”

“그래? 어딘데? 내가 거기로 갈게”

 

자신을 데리러 온다는 남자친구를 보며 운동복도 아니고 집에서 평소에 안 입던, 앞으로도 안 입을 옷을 운동복 삼아 걸치고 왔던 세진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 

 

사긴지 오래 지났지만 아직까지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걸 보니 아직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지금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보기 그래, 내일 보자”

“내일? 나는 오늘 너무 보고싶은데,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약속을 다음으로 미룬 세진은 다시 집 쪽으로 걸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땀이 조금 식으면 그때부터는 대중교통을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보자고 했지만 남자친구가 보고싶긴 했다.

 

그렇게 뛸 때 보다 더 오래 걸어 집으로 오니까, 남자친구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진을 보며 반가워하는 남자친구를 보자 세진도 기뻤다. 

 

“뭐야, 내일 보자고 했더니”

“당장 보고싶은데 어떻게 참아”

“나도 실은 보고 싶긴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서”

“우리 결혼하면 이 보다 더한 것도 볼 텐데, 이런 정도야”

“결혼,,”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다. 남자친구는 결국 세진을 보러 왔고 함께 같은 집으로 들어가 아침에 나왔다. 두 사람은 마치 신혼부부처럼 행복한 아침을 보내며 서로 다른 회사로 향했다. 

 

어제 남자친구의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결혼하자는 말이었을까? 그게 청혼은 아니겠지 생각하는 세진이었다. 설렜다. 결혼이라는 말은, 확실히 남자친구를 세진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회사의 게시판에 몰려 있는 사람들, 역시 오늘도 해고 소식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이름을 찾던 세진이었다. 그리고 안심했는데, 다른 곳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사장 면담자로 굳이 따로 적힌 20명의 인원들, 그곳에 자신이 있었다. 

 

“뭐지, 나 고가 성적도 좋고, 뭐지..”

 

부서장도 아니고 부장, 전무, 상무 등 다른 임원들도 많은데 굳이 바로 사장 면담이라고? 걱정이 됐다. 특히 이곳의 사장은 회장의 손녀였다. 

 

그렇게 자신의 차례에 회장 손녀인 사장실에 들어가는 세진이었다. 면접도 아닌데 떨렸다. 무슨 목적인지 모른 채였다. 

 

“안녕하세요. 정세진씨죠?”

 

그녀를 세진보다 어려 보였다. 그러나 이런 게 재벌의 품격인 걸까? 알 수 없는 매혹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정세진입니다”

“긴장할 거 없어요. 정세진 주임. 내년이면 대리 달 예정이죠?”

 

세진이 승진 예정이긴 했다. 보통은 주임생활을 3~4년은 하는데, 세진은 이제 주임 2년차가 아직 덜 됐다. 즉 다른 사원들에 비해 빠른 승진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내년이면 과장이 될 대리가 오늘 해고명단에 있었다. 승진 예정과 해고는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승진 대신 해고를 줘서 미안하다 그런 말이었을까?

 

“내년이면 그렇게 될 수 있겠죠?”

 

세진은 질문을 준 사장에게 오히려 질문을 했다. 사장은 물을 마시다가 멈췄다. 그리고 한 번 웃더니 물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세진을 바라보았다. 

 

“제가 부른 이유를 굳이 길게 설명하는 것보단 이해되기 쉽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해고되는 명단에 싸인을 한 건 맞아요. 아마 그거 때매 지금 긴장한 걸거고..”

 

속으로 ‘맞습니다’를 말하는 세진이었다.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해고시키고, 하필이면 그 해고 명단에 사장 면담 리스트를 만들어 놓은 건 마치 이 사람들은 해고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라는 명단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회사가 이렇게 사정이 안 좋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나도 내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세진씨를 불렀어요”

“저를요..?”

“세진씨가 회사에서 한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세진씨가 했던 여러가지 이야기가 재밌더라구요, 인사과에 물었더니 왜 세진씨를 뽑았냐고 물었는데 획기적인 기획,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 네. 그랬었죠”

 

남들이 다 하는 공부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개인의 취미로 했던 세진이었다. 남들이 여행을 갈 때 여행을 못 가던 사람들에게 여행처럼 느껴질 상품을 개발해 팔았다. 특히 윈도우플레이라고 해서 창문만한 스크린에 설치하여 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을 팔았던 건 엄청난 아이디어로 칭송받았다. 이 아이템을 당장 사업화는 할 수 없어서 아이디어만 팔았던 세진이었다. 

 

“그거 알아요? 제가 세진씨 아이디어를 샀던 사람인 거, 세진씨 덕분에 할아버지한테도 칭찬 많이 받았어요”

“어. 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해고 리스트에 떡하니 있더라고요. 정세진이라는 이름이 같아서 설마 같겠어, 내가 아는 정세진은 대단한 사람인데 생각하고 받는데, 이력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맞는 거야. 해고 대상자가..”

“아…”

 

세진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로 자신도 해고대상자 중에 한 명이었구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시키는 대로만 열심하 했는데 이렇게 해고되는구나 싶었다. 

 

“분명히 천잰데. 세진씨는 말이야. 그런데 회사가 그런 사람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혹시나 세진씨 같은 사람들이 더 있나 싶어서 봤더니 그동안 자신의 이력과 다르게 살았던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미 해고 통보가 나간 사람들은 내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세진씨 덕분에 다른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은 내 고유권한으로 붙잡을 수 있었어요”

“아…”

 

이건 해고인걸까 아니면 한 번더 기회를 준다는 말인까? 세진은 알 수 없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을 쳐다봤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샀다는 사람. 오래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대학 등록금 문제와 더불어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은 그냥 그만두면 되는데 아버지가 암에 걸린 건 돌파할 방법이 따로 없었다. 고지식한 아버지는 자신은 건강하다고 죄 안 짓고 살면 아플 일도 없다고 보험도 아깝다면서 보험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게 병원비가 감당이 안될 것 같으니 자신은 연명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그래서 어떻게든 설득하여 병원치료를 할 때 정말 눈 앞에 닥친 병원비 때문에 어떡해야할지 고민했을 때 찾아온 게 바로 지금 세진의 앞에 있는 인물이었다.

 

세진의 아이디어를 사겠다고, 굳이 아이디어를 사지 않아도 멋대로 써도 됐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 때문에 저작권도 상표권도 등록 서류만 준비했지 제출일 잊어버렸으니까. 

 

그러나 오히려 회사는 독점계약을 조건으로 세진의 서류준비를 도와줬다. 지금의 사장인 민정의 단독 회사였다. 민정은 그 회사를 잘 살린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 내 사장단까지 오를 수 있었다. 민정에게 어떻게 보면 세진은 은인이었다. 

 

“아…”

 

세진은 치열한 삶을 사느라 어느새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렸다. 자신은 여러가지 시도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틀에 갇혀버린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것,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키지 않은 건 하지 말라며 선임들에게 혼나기 일쑤였으니까. 우리는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냐는 잔소리들만 잔뜩 들었으니까. 

 

“이건 할아버지 뒷통수에 칼 꽂는 걸 수도 있는데, 내가 제안을 두 개 할 게요. 선택은 세진씨가 해요.”

 

사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궁금했던 세진은 우선 들어 보기로 한다. 어차피 사실 자신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이 회사에 남아서 새로운 부서로 이동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는 일을 할 거예요. 대기업에서 받는 혜택 그대로 누리면서, 다른 하나는 내가 이끌 던 작은 회사로 이직하는 거예요. 거긴 비록 대기업 회장의 손녀가 운영하는 곳이지만 웬만한 중소기업급 밖에 안돼요. 어떡할래요?”

 

세진은 이제 자신은 속물이라 생각했다. 도전하는 중소기업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이 그래도 나았다. 

 

“저는, 여기 남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봅시다. 사장 직속 특별 부서를 만들 거예요. 거기는 면담을 통해 해고 통보 예정이었던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하지만 야구에서처럼 삼진아웃제를 실시할 거라는 말을 하는 민정이었다. 자기가 아무리 사장이라도 아직은 낙하산 표가 붙어서 완벽히 고용을 유지시켜주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신임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은 약속했다.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만은.

 

그렇게 세진은 새로운 부서로 이동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는 일이었다. 그때 민정은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에 대해서 설명했다. 

 

자신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러면서 접근하기 편하고, 리그화, 프로화도 꿰찰 수 있는 무언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상시 즐길 수 있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허들은 높지 않은 그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민정이었다. 

 

민정의 말을 처음 듣고 세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게임이었다. 그런데 게임 개발은 수천억대가 드는 일이었고 우리 회사에서 하던 일과는 조금 다르긴 했다. 

 

그러다 문득, 어제 달렸던 세진은 달리기를 떠올렸다.. 혼자 달려도 혼자가 아닌 느낌으로 경쟁하는 걸 만들면 어떨까? 이를 워치를 통해 측정하고, 또 실제로 경기장을 만들어서 리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세진은 곧장 자신의 머리속을 비주얼화 시키기 위해서 준비했다. 그때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왔다. 해고됐다는 소식이었다.

 

세진은 우선 자신의 일도 급했지만, 남자친구를 위로해주러 가는데 남자친구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세진에게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자격지심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 같은 곳에 머무르지 말고 더 좋은 곳으로 가라며 헤어짐을 통보했다. 

 

그런 남자친구에게 술 깨면 연락하라고 바래다주고 세진은 회사로 향했다. 오늘은 집에 걸려도 잠을 못 잘 거 같아서였다. 그렇게 달려서 회사로 가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비주얼 시키는 생각을 하는 세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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