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한지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민서현
제목: 희망쇄도
노력도 재능,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서현이었다.
“노력도 재능이라니,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
노력도 재능이라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 건, 재밌는 걸 계속 하는 건 노력이 필요 없지만, 재미가 없어도 계속 해야 할 때 계속 하는 건 정말 노력이 필요한 일인 걸 깨닫고 나서였다.
“안 돼.. 자면 안돼 민서현!”
공부를 잘 한다는 건 서현이에게 매운 힘든 시련이었다. 이상하게 공부만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거슬려서 공부가 안되고. 그렇게 청소를 하다 보면 시간이 늦고, 새벽은 또 졸리고.
마치 온 우주가 ‘서현아 공부 하지마’라고 말리는 것 같았다.
굳이 선생님도, 부모님도 서현이에게 공부해 라는 잔소리는 안 하니까. 그나마 남들이 말하는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하라고 말 들어서 공부하기 싫어졌다만큼은 서현이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자신의 두 뺨을 손바닥으로 가격하는 서현이었다. 내일이 공부인데, 이렇게 잠들 수는 없으니까!
“안 돼 서현아! 이대로 자면 안 돼!”
그렇게 서현은 비록 노력의 재능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하는 평균 이상만큼은 억지로 붙들 여 놓았다.
왜냐하면, 공부에는 재능은 없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공부를 잘해야 되는 거여서 였다.
오죽하면 남자친구를 대학가기 전까지 사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서현이었지만, 자신에게 대쉬해온 남자애가 전교 1등이라 같이 공부할 마음으로 사귀기까지 했는지.
정말로 공부만 같이 하려는 ‘여자친구’ 서현에게 남친은 “너 나(공부 때문에) 이러려고 만나?’ 라는 말까지 들었다.
서현은 양심을 속이고 망설일까 하다가, 양심을 차마 속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 너 공부하려고 만나는데?”
남자친구는 서현이를 만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지만, 서현이 스트레스를 풀었던 방법은 달랐다.
서현은 학교에 동아리로 있는 양궁부에서 활을 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과녁을 보며, 점수를 보이니까. 저 점수만큼 곱하기를 하면 자기 시험점수 인 것 마냥, 초 집중하고 집중해 쏘았다. 그리고 10점이 나왔을 때, 또 중앙에 가까웠을 때 느끼는 쾌감이 좋았다.
다만 선수를 준비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어서 취미로 남겨두었다. 공부가 취미 고 양궁이 본업이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남자친구는 서현과 양궁을 하러 갈 때만 데이트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스무 살이 되면 봉인이 풀리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서현이를 가르쳐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국대에 합격하게 됐다.
자신의 꿈인 ‘의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 서현이었다. 남자친구인 주현은 얼떨결에 서현이가 좋아서 의대로 진학했지만 한동안 현타가 쭉 오게 된다.
자신은 의대와 맞지 않아서 였다. 공부만 잘했지, 사실 주현은 의사보단 경찰이나 군인이 되고 싶었다.
“서현아, 나 할 말 있어.”
대학에 오면 데이트라도 많이 할 줄 알았는데, 배울 게 너무 많다며 아직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서현은 이것저것 의예과에서 정말 홍길동이나 헤르미온느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하는 서현이었다.
고딩 때는 그냥 커피고, 대학은 T.O.P.라도 되는 것처럼 더더욱 공부만 하는 서현이에게 갑자기 할말이 있다고 찾아온 주현에게 설마 헤어지자는 건가? 내가 너무 무심했나? 생각을 하는 서현이었다.
비록 주현이을 이용하긴 했어도, 주현이 만한 남자친구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부로 이용만 하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사귀고 있는 서현이었다.
“나 반수 하려고”
“반수?”
주현의 말에 크게 놀라는 서현이었다. 헤어지자는 말 보다 더 놀라운 말이었다. 자신은 엄청나게 노력해서 피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들어온 한국대 의예과였는데, 심지어 다른 사람들도 들어오고 싶어서 난리인 이 한국대의 타이틀을 버리고 어디로 간다고?
백두산 정산에서 내려가 다른 산 정상으로 간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하산하면 어차피 백두산 보다 높은 곳은 없었으니까.
“외국에 나가게?”
“아니, 나 경찰대 아니면 육사가려고”
“어..? 의대가 아니라 경찰대 아니면 육사?”
“나,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싶어”
“그러면 검찰도 있잖아?’
서현이를 쳐다보는 주현이었다. 서현이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순간은 늘 문제에 관한 거였다. 막상 이렇게 얘기해보니까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마음이 갑자기 붓물 터지는 주현이었다.
“야, 왜 물어”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주현을 보고 서현이 놀랐다.
“나, 이렇게 말해도, 니가 관심도 없을까봐. 너는 항상, 이 문제 답은 뭐냐고, 어떻게 풀었냐고, 그런 질문만 하고 그러니까.”
“아니, 그건 니가 잘하니까..”
주현의 눈물에 당황한 서현이었다. 갑자기 따라 울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는데, 마음이 들자 마자 서현이 눈에서도 눈물이 낫다.
“아니, 서현아. 너는, 왜. 왜울어”
“아니, 나는 그냥, 니가 우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나서.”
두 사람은 갑자기 끌어안았다. 주현은 연애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정말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현이 뿐만 아니라 서현이도 처음으로, 이런 게 연애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너무 공부에만 몰입되어 있었다.
주현이가 항상 무언가를 특히, 공부를 잘해온 건 알았다. 이번에도 한국대 의대도 주현이가 수석으로 4년 장학생이었으니까.
자기는 학기 장학금을 위해서 더 공부해야하는데, 이미 보장된 주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걸 포기하고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놀랐다.
그러면서도 고맙고 미안했다. 따지고 보면 서현이가 하고싶은 일을 주현이가 매우, 많이, 엄청나게 심지어 이렇게 같은 학교를 다니고 싶을 정도로 도와줬으니까.
“너가, 경찰이나, 군인이 되고싶었구나”
눈물을 닦아내며 또박또박 말하고 있는데 서현이었다. 주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현아, 나 그래도 학교 그만둬도 너 매일 볼 수 있어”
“어..?”
자신과 다르게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있는 주현을 보며, 서현은 주현이가 자기를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 달았다.
“그래, 알았어.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 어..”
주현은 서현의 반응을 보며, 안도와 더불어 불안이 동시에 겹쳤다. 입술을 깨물고 서현을 바라보는데, 서현이 책을 접어놓고 주현을 쳐다보았다.
“어..? 왜?”
“서현아, 우리 키스한 적 없잖아”
“그..렇지?”
“키스할까?”
“어..?”
키스 같은 건 언제 어떻게 하는 걸까? 아무도 두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도 서현은 무언가 스쳤다.
“아니, 지그 말고!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도 자주 했으면 지금도 해도 되는 거 같은데, 근데 첫 키스를 지금 하는 건 아니야!”
주현은 서현의 말을 듣고 서운하다기 보다는 기뻤다. 서현이도 자기처럼 첫 키스라는 거니까.
그렇게 두 공부 잘하는 바보는 키스를 하기 위해 여행을 갔다. 낭만적인 장소에서 키스를 하기 위해서 키스의 장소를 찾아서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득 타이밍이 올 때마다 꼭 2%가 부족해서 두 사람은 키스를 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열차 앞에서 첫 키스를 했다. 그렇게 열차를 놓쳤고 결국 첫키스에 이어 더 높은 단계까지 한 번에 진도를 빼 버린 두 사람이었다.
이후 주현은 자퇴를 하고, 육사 생도가 되었다. 주현에게 도움을 받으며 거의 떨어져 지내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떨어지게 되었다.
주현이 소위로 임관했을 때, 서현은 한참 바빠지게 되었다. 이제 과를 정하게 되는데 그 바쁘고, 인력은 없다는 흉부외과를 고르게 된 서현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함께 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주현은 오랜만에 꽃을 사 들고 서현을 만나러 왔다. 멋지게 차려 입고,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었는데, 서현은 침울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환자를 잃은 날이었다.
눈물이 두 뺨부터 다리를 지나 바닥까지 흐르고 있었을 때, 얌전히 옆에 앉은 주현이었다. 서현은 주현이가 옆에 온 줄도 모르는 눈치였다.
가만히 서현의 손을 잡아주는 주현이었지만, 그 조차도 의식 없는 것 같았다. 나름 엘리트라고 수술 잘한다고 들었던 서현이었고, 그걸 통화로 자랑했던 서현이었는데.
주현은 문득,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 됐고, 서현은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 됐다는 게 느껴졌다.
문득 자신의 양 어깨에 달려 있는 다이아몬드 세 개의 무개가 느껴졌다. 가만히 서현을 안아주었다. 서현은 그날 주현이 자신을 안아주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두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인류에 갑작스러운 재난이 찾아오게 된다.
하늘에서는 지금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혜성들이 지구를 지나쳐 가는데,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쏘아 올린 위성과 혜성이 충돌하고, 그렇게 파편이 날리고, 다른 혜성들과 다시 충돌하게 된다.
그 혜성의 잔해들이 지구로 떨어지게 되고, 지구는 수백발의 핵이 터진 것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다.
국가의료원에서 근무중이었던 서현은 메스가 아닌 활을 들고 있다. 이런 아포칼립스적인 사회에서 악의를 자랑하는 이들을 위협하기 위해서 였다.
“놓고, 가.”
“이 년이..!”
무너진 잔해 사이에,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서현의 일행들이었다. 아이들을 납치하려던 무리가 활을 들고 있는 서현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네가 로빈후드냐! 애가 맞으면 어떡하려고!”
세상이 멸망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날로부터 2년이 지났다.
네트워크는 사실상 거의 없는 장치가 되었다. 다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예전처럼 웹의 형태로 오밀조밀하게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직 끊어지지 않는 유선들이 남아 있었다.
정부의 정책은 이 유선을 연결해 국가장악력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엿보는 반란군들이 있었다. 정부군은 우선 반란군과 내전을 겪게 됐다. 이는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었다.
“내가 못 맞출 것 같아?”
“니깟년이! 쏴 봐! 싸 보.. 어.”
서현이 쏜 화살이 깡패의 이마에 그대로 박힌다. 남자가 쓰러지는데 그 뒤에 부하들이 놀라기는 커녕 분노해 달려들려고 할 때, 총소리가 울리고 모두 쓰러진다.
놀란 서현이 바라본 곳엔 그토록 기다렸던 국군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낯설지 않은 얼굴.
자신이 알던 얼굴과 보다 훨씬 늙어버렸지만, 이제는 다이아몬드가 아닌 무궁화 하나를 달고 있는 그가 있었다.
“서현아.. 미안, 좀 늦었지”
이제 막 반란군을 퇴치하고 복귀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왔다.
한참 혜성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방 의료원으로 파견을 나간 서현이었다.
어디로 파견갔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전국에 있는 모든 의료원을 찾아 다녔다.
“여기는 있을 줄 알았어. 아이들을 좋아하고, 주몽간호사가 있다는 소식, 누가 들어도. 민서현이잖아”
“너.. 왜 이제와”
“나 기다렸어?”
“..뭐. 그렇다. 넌 날 찾아낼 테니까.”
“역시, 나 똑똑한 건 세상 누구보다 네가 더 잘안다니까.”
처음으로 주현에게 달려가 안기는 서현이었다. 주현은 그런 서현이 또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렇게 보고 싶은 얼굴이 자신이 없는 동안 더 예뻐진 거 같아서, 그동안 이 예쁨을 못 봤던 게 조금 억울하기도 한 주현이었다.
“이제, 안 떠나. 지켜줄 게 서현아”
“그래, 지켜줘. 그리고 저기 우리 아이들.”
비록 그 아이들이 주현과 서현의 아이라는 뜻이 아니라서 아쉬운 주현이었지만, 그건 차차 생길 테니까.
“그래, 내가 우리를 지켜낼 게”
이 세상이 갑자기 멸망해버렸지만,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 아니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우린 그런 민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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