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한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한이수
제목: 의료 봉사단
“이수가 누구야?!”
“제일 잘생긴 애?!”
“그래? 얼마나 잘 생겼는데 여기 잘생긴 애 없. 아니 쟤야?”
“어. 쟤야”
“와…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생기냐? 신 아니냐? 미의 신..”
이수가 지나가는 길은 홍해가 갈라지듯 저절로 길이 만들어졌다. 이수의 삶이란 마치 예수의 삶처럼 많은 신도를 거느린 모습과 같이 사람들을 따르게 했다. 다만 그 이유가 잘생긴 외모라는 반전이 있었다.
“이수야, 이거”
발렌타인 데이도 아닌데 초콜릿 같은 선물을 받는 일상을 보내는 이수였다. 아이돌 가수도 아니었지만 많은 선물공세와 편지들이 있었다. 여기에 이런 부분을 무시하는 시크함이라도 있었다면 팬 같은 존재들이 반 정도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착한 천사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이수에겐 날이 갈수록 팬 층이 더욱 두꺼워질 뿐이었다.
오죽하면 얼른 아이돌로 데뷔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팬들까지 생겼다. 데뷔하지도 않은, 데뷔하지도 않을 이수의 팬들이었다.
이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았지만 주말을 하나같이 기다렸는데, 이수가 주말마다 봉사를 다니기 때문이었다. 주말봉사단 홍보단장을 맞고 있는 이수였다. 이수의 홍보효과는 매우 탁월했다. 평소에 봉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수를 본다는 일념하나로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수의 인기는 이성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마치 소년만화를 뚫고 나온 인물처럼 운동도 전부 잘해서 이수는 여러 동아리에서 탐내는 인재였다. 축구부, 농부구, 테니스부, 탁구부 등 여러 운동을 모두 준수하게 잘한 이수였다.
실제로 이수는 봉사가 끝난 후면 몇 명 사람들끼리 남아서 운동을 즐겼는데 요즘은 풋살에 빠져 살았다. 풋살장에 이수를 보려고 모여든 팬들이 많았다. 직접 이수와 풋살을 하고 싶어서 모여든 사람들도 많았다.
“야, 한이수, 너는 좋겠다. 너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이수는 친구의 말에 웃어 보였다. 싫을 수는 없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게 그런데 이수가 받고 싶은 사랑은 사실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을 알 수 없었다.
이수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이유는 집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족이 이수를 괴롭힌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차라리 괴롭히는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수였다.
이수에게 가족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집에는 없었다. 이수의 가족 모두 병원을 집처럼 생활중이었다.
이수의 엄마는 갑자기 터진 합병증 증세 때문에 거의 숨이 붙어 있는 산 송장이나 다름이 없는 수준이었고, 누나는 그런 엄마의 병을 고치겠다고 의사가 되었고 지금 병원에서 엄마를 간호하랴, 다른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랴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는 해외 출장이 잦았기에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수의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수의 집이 잘 살고 집도 좋고, 비록 만났을 땐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니 행복해 보였지만 이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빨리 친구들을 만나러 집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 학기는 기숙사에 신청해서 살았지만 이수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기숙사 운영 측에서 이수에게 기숙사를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하는 바람에 이수는 기숙사에서 나와 집에서 통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수는 평일에는 끝까지 남아 야자를 하고, 주말에는 봉사를 하고 다른 시간에도 운동을 통해 사람들을 계속 만나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자, 이번주는 어디로 봉사를 나가 볼까, 저번주에는 강아지들을 만났으니까.”
이수는 이번에는 어디로 봉사를 나갈지 찾아보고 있었다. 봉사단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이수가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마음을 실천할 때도 좋았지만 이렇게 마음을 쓰는 일도 좋았다.
“음..”
“홍보단장 생각은 어때?”
봉사단장이 이수에게 어디로 봉사를 가고 싶은 지 물었다. 아무래도 일일 봉사단과 더불어 후원봉사단원들의 가입을 가장 많이 이끌어 낸 게 바로 이수였기에 이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어디든 좋습니다”
속으로는 어디를 갈까, 어디가 좋을까 엄청난 게 많이 생각하는 이수였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 이수였다.
본인도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조용하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싶은 이수였다. 이수는 착한 사람의 두가지 유형 중 정말로 착한 사람과 착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착한 사람 중에 전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지난 번에 유기견 봉사활동을 했으니까, 이번에는 플로킹 어때?”:
“플로킹? 어디로?”
“강 근처도 좋고, 플로킹을 핑계로 한 바다여행도 괜찮겠다.”
이수 덕분에 봉사를 가기 위해 버스 대절도 고민없이 할 수 있는 봉사단이었다. 마침 날씨도 적당히 춥지도 덥지도 않아 이 시기를 놓치면 더 애매해질 수 있다며 플로킹을 가기로 한다. 장소는 동해 바다였다.
“동해 바다를 1박도 안하고 오는 건 아쉬운데”
“그럼 1박 해요. 어때요? 너무한 가?”
“1박 하기엔 숙소도 잡고 그래야 하는데, 비용이 그만큼 있나?”
“있어, 충분해”
총무가 이수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수는 눈빛을 눈치채고 머쓱해 머리를 긁으며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또 취하는 봉사단원들.
“어쩜, 저럽게 쑥쓰러워 하는 것도 좋냐, 야 한이수! 너 진짜 빨리 아이돌 데뷔해, 너한텐 그게 봉사야”
“아니예요, 그저 과찬이죠, 여기에서나 이런 거고..”
“너 지금 여기 무시하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하하”
이수를 놀리는 걸 좋아하는 형, 누나 봉사단원들이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봉사단은 성인부터 학생까지 구성되어 있고 이수는 봉사단 임원 중에는 막내였다. 사실 성인들로만 지금까지 구성됐던 봉사단이었지만 이수는 거의 특별회원급 취급을 받았다.
과거 잘생기고 예뻐서 유명한 장동건과 김태희와 같은 동급, 그 이상의 대우를 받는 이수였다.
“모두 이수 덕인데, 이수 최고다!”
그렇게 이수를 중심으로 동해 플로킹을 떠나는 봉사단이었다. 이제 일일 봉사단원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팀이 따로 모였는데, 플로킹을 통해 이수에게 플러팅을 하고 싶은 인원들이 다수였다. 봉사단은 그런 사람들로부터 이수를 지켜야겠다는 괜한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수는 그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회의가 끝난 후 이수는 엄마를 찾았다. 누나를 만나 같이 밥을 먹었다. 서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근황을 묻지도 않았지만 말한다.
“그래서, 수술은 잘 끝난 거야?”
사람을 살리려고 의사가 된 이수의 누나였지만, 오히려 죽음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었다.
“잘 끝난 수술은 뭘까, 결국 사람을 살리지 못한 건 잘못 끝난 수술일까?”
분명히 수술은 잘 됐지만 환자의 회복세는 더디다. 그렇기 때문에 누나는 먹던 밥을 씹지도 않고 생각에 잠겼다. 이수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의사가 된 누나가 엄마의 죽음에도 덤덤해질까 봐 겁났다. 그러나 애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어쩌면 벌써 준비를 끝낸 누나일지도 모른 다는 겁이 났지만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보다는 엄마의 상태를 누나가 잘 알 게 분명했다. 누나도 분명 누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테지만, 부디 자신이 생각하는 게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이수였다. 자신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까, 설사 그게 진실이라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동해로 플로킹 간다고? 우리 동생 장하네”
“어. 봉사단이랑 같이 가는데,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까 너도 이제 면허 딸 수 있는 나이가 됐지?”
“면허? 갑자기?”
“이 누나가 피곤해서 운전을 못하잖아, 항상 같이 여행가자고 그랬는데, 어디든 가자고 그랬는데 못 데려가서 미안하다, 그럼 김에 이번에 면허를 따서 우리 동생이 누나를 안전하게 모셔갈 생각은 어때? 이 누나 차를 몰 기회를 줄 게”
이수는 누나의 말을 듣고 방긋 웃었다. 아마 이수의 팬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온 몸의 힘이 빠져서 바닥으로 주저 낮으며 황홀해하겠지만 누나는 그런 이수를 보니 숟가락 모퉁이를 주먹으로 잡는다. 곧 밥을 떠야 할 숟가락이 이수의 머리에 안착되기 전에 이수는 억지 미소를 최대한 풀며 진짜 미소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그렇게 누나의 작은 힘이 담긴 숟가락이 이수의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 들어 이수의 정수리와 이마 사이에 부딪치며 ‘퍽’ 소리를 낸다.
“누나, 내 팬들이 이거 보면 누나 죽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랑하는 동생아 누나를 죽이게?”
“아니, 절대 지켜야지”
“그래 우리 동생이 지켜줄 건데, 뭐가 걱정이야?”
“누나 그러다 나한테..”
한 대를 더 얻어 맞고 더 이상의 반역을 포기하는 이수였다.
이수는 누나와 밥을 다 먹고 중환자실로 간다. 옷을 갈아 입을 때 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에 눈물이 맺힌다.
“엄마 힘드니까 30분만 보고 가”
“… 누나만 많이 보고”
“그럼 너도 의사 하던가”
누나의 말대로 이수가 노리는 대학은 의과대학이다.
하지만 누나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이수였다.
신이 그래도 공평한 게 이수에게 운동 신경과 더불어 좋은 몸과 외모를 주었지만 공부 능력은 주지 않았다. 고 하기에는 사실 이수도 전교 10등 안에는 들어서 운이 좋으면 의사가 될 확률이 높았다.
만약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의대를 진학할 수 있는 게 이수였다. 다만 지금 정부에서는 의대정원에 대한 부분에서 의협과 협상중이라는 발표만 많을 뿐이었다.
“의대 정원 늘면 좋겠다..”
“그런 호기에 기대하지 말고, 니가 더 노력해 인마”
“전교 1등은 전교 9등의 설움을 몰라주지”
“전교 1등이 아니라 전국 1등이다”
“그래 니 잘났다”
“니이?”
“누나 잘났다. 누나랑 결혼할 우리 매형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
“니 걱정이나 해, 내 걱정 하지 말고”
이수는 엄마를 보자마자 맺힌 눈물을 닦아낸다. 엄마의 두 손을 잡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누나한테 보다 더 자세히 말한다.
“너 왜 나한텐 이거 말 안했냐? 대박 제일 중요한 뉴스잖아?”
“누나한텐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
“이 자식이”
그렇게 만인의 팬인 이수에게, 이수가 팬이 된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 봉사단에 합류한 인원이었는데
누나처럼 의대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수 때문에 봉사단에 들어온 건 아니고 이번 플로킹에만 참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 번호 따보려고”
“오, 우리 이수 다 컸네”
“원래 다 컸고, 누나만 몰랐지”
누나가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이수의 손에 자기 손도 포갰다.
“엄마, 우리 이수가, 다 컸네, 사랑도 하고..”
이수는 누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자, 반드시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한테 아내도 의사고, 누나는 이미 의사고, 자기도 의사인 의료계 가족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스친 생각을 스며들게 만들어 꼭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이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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