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도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김훈
제목: 훈훈
“김훈..”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살펴보는 김훈이었다. 코를 벌렁거리고 입을 양 쪽으로 찢어 보기도 한다. 훈의 신분증인 학생을 본다.
“김훈, 김훈이라”
그때 화장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자 거울을 바라보던 훈을 바라보는 한 중년 여성, 그는 훈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린다. 곧장 훈을 끌어안는다. 포근한 느낌에 훈은 우선은 그녀를 밀치던가 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훈아, 깨어났구나”
“훈…”
훈이라는 몸 속에서 생각하는 존재는 이제 훈이 아니었다. 이 훈이라는 몸의 원래 주인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된 채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훈 속의 몸에 들어간 건 우주에서 건너온 ‘령혼’이었다. 령혼은 생명의 몸에 들어가 생명체를 차지하는 존재들이었다.
훈의 몸속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훈으로 살아야 한다. 이들은 사실 다른 자아처럼 행동하며 몸을 모두 빼앗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 훈이라는 원래 존재는 아주 깊은 내면 속에 잠들어 있었다.
“김훈, 잘 부탁한다. 나는 령혼 ‘순서’다.”
아마 잠들어 있으니 알지 못하겠지, 그동안 훈이 깨어나길 바랐던 어머니라는 존재는 앞으로 순서의 어머니가 될 사람이었다. 령혼은 보통 그 존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함께하고 몸이 죽으면 빠져나와 다른 존재로 찾아갔다.
령혼은 영원한 삶을 살았지만 또 삶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닌, 축복이면서도 저주받은 존재였다.
아들 김훈을 끌어안고 펑펑 우는 어머니, 그렇게 퇴원을 하게 됐고 집으로 간다. 집에 가니 가족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훈과 더불어 엄마, 그리고 아버지와 형과 여동생 하나가 있었다. 이렇게 다섯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교통사고 중에 훈을 구하려 무리해서 돌아가시게 됐고, 훈은 수 개월동안 병원에서 뇌사상태 판정을 받았다.
안락사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낸 가족들이었다. 령혼 순서는 덕분에 자신이 훈의 몸속에 들어올 수 있었기에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가족들은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눈물을 쏟아낸다.
“고마워요.”
“훈아…”
고생이 많았다며, 보고싶었다며 훈을 끌어안는 가족들, 형도, 여동생도, 그리고 어머니도, 령혼 ‘순서’는 앞으로 진짜 김훈이 깨어날지 모르겠으나 깨어나기 전까지 완벽한 훈이 되어가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들어와 진짜 김훈이 쓰던 방에 들어간다. 방은 단조로웠다. 평범하게 책상 하나 있고, 옷장 있고, 침대가 있다. 책상은 공부를 하던 책상은 아니었다. 책상 앞에는 책이 있긴 했는데 공부류나 독서류의 책보다는 정보지, 잡지가 많았다. 특히 슈퍼일레븐이라고 하는 축구를 종목으로 하는 잡지가 월별로 많았다.
언제 진짜 김훈이 깨어날지 몰랐던 가족들은 훈이 오자마자 찾을 게 슈퍼일레븐이라고 생각했는지 최근 호까지 모두 책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훈은 자신과 포옹했던 가족들을 떠올렸다.
“훈.. 너는 좋은 가족을 뒀구나”
천천히 잡지들을 넘기면서 훈이 된 령혼 순서는 그전에 잡지들을 보았다. 훈은 리버풀이라고 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팀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제야 벽에 걸려 있는 붉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정체를 알게 된 훈(령혼 순서)였다.
“영원한 리더, 스티븐 제라드, 페르난도 토레스, 제이미 캐러거”
그 뒤로 다시 위르겐 클롭과 이집트 파라오로 불리는 모하메드 살라까지 리버풀의 레전드라고 불리는 선수들의 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훈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축구 선수가 되려는 노력은 없었다. 순전히 좋아하기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이나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적어놓은 일기는 없을까...?”
훈은 방 여기저기를 뒤진다. 그래도 딱히 뭔가 훈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였는지 알아낼만한 도움이 될 정보는 찾지 못한다.
가족들에겐 기억상실증으로 알려져 있었다. 곧 학교로 가서 훈이 다시 학교에 잘 지낼 수 있을지 선생님과 상담을 받는다.
“훈아, 선생님 기억해?”
“죄송합니다. 선생님..”
령혼 순서는 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이 이전에 살았던 인간의 기억이 전부였다. 령혼이라고 해서 아무나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인간인지 잘 탐색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 중에 이렇게 훈처럼 저항없이 통제권을 얻을 수 있는 몸에 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어떨 경우에는 몸이 통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가하여 자신이 살아갈 인간을 선택하는 령혼들이었다.
령혼들이 인간들에게 들어가기 전에는 서로 교류가 가능하지만 인간의 몸에 한 번 들어간 후에는 인간의 육체로 인해 오히려 평소의 능력을 제한받아 령혼으로 떠돌던 시절의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인간의 몸에 들어가기 위해 인간에게 허튼 짓을 할 수도 있어서 한번 빠져나온 인간의 몸에는 두 번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제한이 걸렸다. 그래서 령혼들끼리의 인간 쟁탈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훈아, 잘 이겨냈다 정말! 장해 우리 훈이!”
선생님을 기억하지 못하자 아쉬워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며 이제 학년이 바뀌어서 반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훈이를 기억하는 학생들이 많을 꺼라는 말을 꺼냈다.
김훈, 교통사고가 나기전까지 엄청난 인싸였다. 차기 학생회장이라고 불리며 선도부에서 활동을 했다.
남학생이며 여학생이며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았던 훈이였다.
“훈아! 정말 돌아왔구나!”
훈을 보며 서로 껴안으려고 난리인 학생들을 보고 훈이 정말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령혼 순서였다.
“안녕애들아, 나 돌아왔어”
“뭐야, 못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이상해졌어”
“아. 이게 아닌가? 그럼 나 어떡해야해?”
“애들아, 훈이한테 장난치지마, 지금 기억 살싱증이래. 그럼 성적은 좀 내려가냐?”
“음.. 성적이라..”
훈의 공부실력이 어땠을 진 모르지만 령혼 순서가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만점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령혼 순서의 지난 인간은 무려 박사학위를 따고 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대학 교수였다. 그래서 령혼 순서도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공부를 했고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령혼 순서도 논문을 읊었다.
“그건 모르겠네, 나 공부 잘했었어?”
“야, 그걸 우리한테 물어 보면 어떡해”
“근데 성적이 잘 나올 수가 없지 않나, 얘는 8개월 동안 누워서 진도 하나도 못 나갔을 거 아니야?”
“8개월, 8개월 이었구나”
“뭐야 그런 것도 몰랐어?”
가족들도 특별히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저 병실에 누워있었던 훈이었다. 령혼 순서가 몸에 들어온 후 3자로 볼 때의 시선이 사라졌으니 1인칭 시점으로 일어나 거울로 가 몸을 확인하는 와중에 훈의 엄마가 들이닥쳐 자신을 마냥 끌어안았다. 그때부터 숨가쁘게 퇴원수속을 밟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기억을 잃은 훈에게 오히려 익숙한 환경을 빨리 접하는 게 기억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의사의 권유로 인하여 훈은 학교도 더 빨리 다시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했었던 여러가지 학원이며 많은 걸 체험해보게 된 령혼 순서였다. 순서는 그러면서 이제 어떻게 ‘훈’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잘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재회를 끝마친 훈은 교실에 책상 하나를 가져와 앉는다. 사실 전학생과 마찬가지인 훈이었다. 학생들은 사실상 훈이 거의 죽은 걸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훈이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는 말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친구들을 보자, 이제 점점 훈으로 동일화가 되어가고 있는 ‘령혼, 순서’는 자신이 정말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옆 자리 친구한테 인사를 한다.
“안녕,”
“어, 안녕. 훈이지? 반가워”
이제 고등학교 1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2학년에서 새롭게 만났다고 해도 이제 전부 친해졌을 시기였다.
훈은 자신을 알아보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잔뜩 긴장해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긴장을 한다는 건, 뭐지 나는 좀 놀았던 친구인가’
“우리 담배 안 폈어, 기억 잃었다면서 그거부터 확인하냐? 선도부 시절 기억만 그대로인 거 아냐?”
다행히 자신이 담배를 피는 입장이 아니라 빼앗는 입장이었다.
“내가 너희 담배를 뻈었니?”
친구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이건 기회다 라는 눈빛교환을 하는데 훈도 이를 포착했다.
“아니~ 오히려 같이 폈지, 오랜만에 담배 피러 갈까?”
“담배를 피러 가자고?”
분명 이건 속임수가 분명했다. 아니면 처음부터 담배를 뺏는다는 말 자체를 안 할 거니까, 령혼 순서는 여기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훈이라는 존재는 담배를 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심지어 피는 친구들에게 빼앗는 정말 멋진 선도부처럼 보였지만, 령혼 순서는 사실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전에 있었던 인간이 엄청난 골초였던 영향에 자신도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음..”
담배는 피느냐, 피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훈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대입한 삶이라면 담배를 피지 않는 게 맞지만, 어차피 이 영혼의 자아는 내면 깊이 어디론 가 숨어 버렸다.
평소처럼 공생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신이 통제를 다 하고 있는 삶에서 꼭 그대로 살아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피러 가자”
그렇게 친구들과 담배를 피러 옥상으로 간다. 아무래도 건물 뒤편이나 이런데서는 선생님들이나 선부들에게 걸릴 요지가 컸지만 옥상은 아니었다.
“옥상 문 열어줘”
선도부인 훈에게 옥상을 열 권한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열지는 모르는 훈이었지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옥상을 열게 되었다.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학교의 전경이 보인다. 옥상에는 이제는 쓸모를 다한 책걸상들과 용도를 추측하기도 어려운 여러가지 물건들이 뒤죽박죽 쌓여 있었다.
“캬, 옥상 오랜만이네”
“옥상 자주 왔었 어? 선도부들 특권 아니었어?”
옥상을 열기 위해 선생님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온 훈이었다. 친구들은 훈이 네가 저기 저 자리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 자리에 정말로 비스듬하게 누워서 하늘을 보기 좋게 형성되어 있었다.
“아…”
폰을 꺼내 훈이 누웠던 자리를 보여준다. 얘들이 훈이한테 담배를 빼앗기긴 했어도 마냥 당하고 사는 그런 친구들은 아니었던 것처럼 보였다.
“기억나냐, 너 선도부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며, 우리 학교 짱, 고3 선배랑 맞짱 떴잖아”
“정말…?”
이런 기억이 있다는 건 당연히 이겼겠지 하는데,
“그때 너 퍼떡대서 발렸잖아. 근데 그 패기 인정받아서 니가 선도부 행동하는 거 애들이 다 따라줬잖아. 졌지만 승리한, 멋진 훈이었어”
“아… 됐고 담배나”
중지와 검지를 벌리며 그 안에 담배를 내놓으로나느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담배를 무는데, 능숙하게 담뱃재를 털어내는 훈이를 보며 놀라는 친구들이었다.
“뭐야, 너 진짜 담배 펴?”
“언제는 같이 폈다며? 거짓말이었어?”
“아니, 뭐 그래, 오… 기억이 상실된 게 우리한테 좋긴좋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도넛츠까지 만드는 실력까지 선보이자 놀라는 친구들이었다.
그때 훈(령혼 순서)에게만 들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너, 지금 뭐하냐’
령혼은 당황한다. 설마 담배를 피었다고, 자신이 싫어하는 걸 했다고 지금 진짜 훈의 영혼이 깨어나는 걸까.
‘지금, 내 몸 가지고 뭐하냐고!’
얼마나 담배가 싫었으면 그동안 잠들어 있던 훈이 깨어날까, 그렇게 훈과 령혼이 서로 조율해가며 한 몸에서 살아가는 동상이몽의 이야기가 노을처럼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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