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지민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박지민
제목: 미 스토리 월드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 미 스토리 월드에서”
지민은 거의 모든 걸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보다 아직 얻은 게 없는 가상의 세계, 누군가에겐 고작 게임일 뿐인 <미스토리 월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했다.
“뭐하냐? 게임? 너 게임도 해? 이젠 게임 마저도 섭렵하려고?”
“광고가 좋았어,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나의 이야기”
“아 그 미스터리 월드?”
“미스터리라, 그렇게 해석해도 되겠네, 나도 나를 모르겠는 때가 많으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지민아, 쉽게 가자, 쉽게!”
“언제 우리가 쉬운 길로 왔었냐, 항상 어려웠는데 이제 와서?”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쉽게 가자는거지, 쉬운 거 좋잖아~”
“금방 흥미 없어질꺼면서”
“그건 또 그래, 항상 어려웠으니까. 쉬운 게 뭔진 모르겠다”
“쉽게 가자는 놈이 쉽다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말이 되냐?”
“그냥, 꺾이지 말자는 거지”
“안 꺾여 받은 사랑이 있는데, 돌려줘야지 그동안 난 안 꺾인다”
지민은 왠지 무엇이든 전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 스토리 월드>로 접속했다. 가상월드로 펼쳐지는 세상, 지민이 처음 접한 곳은 사막이었다.
“여기는 그냥 사막이네,,”
원하는 모든 게 이루어진다면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때 자신이 좋아하는 눈이 하늘에서부터 하늘하늘 내려오기 시작했다. 보통의 눈은 일직선으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미스토리월드에서는 지민이 가끔 상상하던 것처럼 춤을 추면서 내려오기도 하고 살랑거리기도 하고 날개짓을 하며 내려오기도 했다.
꼭 우리가 알고 있는 눈방울처럼 여덟 방향으로 뻗어 나간 눈의 결정이 아니라 마치 나비 모양이기도 했고, 하트 모양이기도 했고, 악어 모양이기도 했고 여러가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사막에 눈이라..”
지민은 문득 자신이 받은 사랑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린 왕자처럼 사막 한 가운데에서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한다.
“여기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지?”
지민은 자신의 닉네임을 무엇으로 지을까부터 고민한다. 이름 그대로 지민으로 지을까, 아니면 글자 배열을 다르게 해 민지로 해볼까? 민지로 이름을 바꾸면 캐릭터 성별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닉네임은 <Sarang>으로 결정했다. 친구라는 닉네임으로 하려 다가 이미 친구 닉네임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이름처럼 꼭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중복으로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대신 현재 그 닉네임을 쓰고 있는 경우가 보였다. 사랑도 이미 많았지만 sarang은 아직 없었다.
“또 생긴다고 해도, 내가 제일 먼저니까, 스크린 샷 찍어놔야지, 어떻게 찍지?”
지민은 자신이 매뉴얼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게임에 접속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사실 웬만한 게임에 설명서를 먼저 보고 시작하는 사람이 어딨는가! 지민은 그냥 게임을 하면서 직접 체감해봐야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게임은 모든 게 가능하지만 다른 게임에 없는 기능이 단 하나가 있었다. 바로 부활의 기능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부활 기능이 있긴 있는데 그게 엄청나게 힘들었다. 키웠던 캐릭터는 사실상 한 번 죽으면 끝인 거였다. 다시 처음부터 키워야했다.
sarang이라는 닉네임을 스스로 8번째로 만들면서 직접체감한 지민이었다. 다시 만들어질 때마다 리스폰 지역은 달랐다. 처음 게임을 했을 때 꽤 이루어 놓은 게 많았는데 이제 그곳이 어딘지 찾아야 할 판이었다.
나름 게임의 재미 요소이기도 한 게 전 캐릭터를 다음 캐릭터에서 발견하게 되면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자유도가 어디까지 형성되어 있는지 탐색을 하는데 지민은 어쩐지 수상하면서 어딘가 익숙한 비주얼을 발견한다.
닉네임은 <레벨몬스터>였는데 자신의 동료였다. 언제는 자신은 게임 같은 건 안한다면서 엘프들과 어울리면서 노래를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니 현실에서 어떻게 골려주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 하게 되어 있나!”
지민은 이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레벨몬스터라는 닉네임을 보고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놀란 동료의 현실 속 장면을 떠올리니 생긋 방금 잃어버린 아홉 번째 <Sarang> 닉네임에 대한 슬픔이 가시는 느낌이었다. 벌써 열번 째 사랑이라는 닉네임을 쓰기 시작한 지민이었다.
워낙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다 보니까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유저들끼리 정보를 알아냈지 게임의 매뉴얼은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지의 세계가 주는 탐험욕구를 한층 강화시키는 게임이 바로 미스토리였다.
그리고 캐릭터 접속을 종료하거나 죽었을 때 AI가 자동으로 일대기를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있었다. 게임에서 유저들은 <유크>라는 종족으로 인간과 닮았으나 신과 같은 존재로 나온다. 따로 다른 종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유크와 선택한 다른 종족의 혼혈로 등장하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게임속에 등장하는 NPC들이 수명을 갖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었다.
현실과 다른 시간의 개념을 가진 미스토리월드였지만, 현실처럼 한 번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모든 게 가능한 게임이라도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은 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지민이었지만 비록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일정 정도의 구현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유저가 미친듯이 연구해서 시간을 되돌리려고 했는데, 그때의 저장된 정보로 마치 타임 워프를 한 거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영향을 주면 현재에도 데이터에도 영향을 주는데 유저들 끼리는 그게 불가능하고 게임속에서는 영향을 준다고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비록 현실의 시간을 되돌리는 게 아니라 게임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오프라인 게임도 아니고 온라인 게임에서 그런 부분까지 가능하다는 게 신기한 지민이었다.
“진짜 잘 만들긴 했네, 나도 이제 내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노력해야겠어”
그동안 너무 많은 탐험정신으로 인해 벌써 되돌릴 수 없는 죽음만 9번째인 지민이었다. 캐릭터 커스터 마이징도 벌써 10번째다. 모두 비슷하게 닮게 했는데 이 게임은 커스터마이징만 열흘이 걸린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로 잘 갖쳐져 있었다. 매번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았던 지민은 결국 전부 비슷하지만 다르게 만들게 되었다.
현실에서 지민이 게임에 빠져 살고, 지민이 발견한 동료를 놀리는 사건으로 인해 현실의 동료들도 모두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모두가 접속한 날이 있었는데 사실 다들 각자 접속한다고 몰랐는데, 매니저가 이들을 찾아왔을 때 모두 같은 게임을 하고 있어서 알게 되었다.
“우리 게임속에선 자유롭게 하자”
지민은 게임속에서도 다 함께 해보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에서 지긋지긋하게 보는데 게임에서 마저도 봐야 하냐, 그러다 팬들한테 들키면 어떡하냐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어서 결국 게임속에서는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너무 게임만 하지 말고, 현실에도 충실해야해 우리”
“그래, 맞아”
“그건 당연한 거고, 너나 조심해 너나!”
어쩌다 멤버들 모두가 하게 된 미 스토리 월드이지만 이곳에서는 함께 움직이지 않기로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졌다. 그러던 사이에 게임에서 이벤트가 열렸다. 드래곤볼에서 나오는 천하제일무도대회 같은 이벤트였다.
<유저 여러분 그동안 미 스토리 월드 게임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지가 뜨자 사람들이 주목했는데, 마치 게임 종료를 할 것처럼 얘기를 하자 무슨 설마 서비스가 종료되는 건가 싶었다. 지민도 이제 적응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게임을 종료한다고? 어이가 없어서 화가날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베타테스트가 진행되었고,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게임이 정식으로 서비스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펼쳐지는 월드 인 포퍼먼스에 여러분을 초청합니다. 그동안 캐릭터가 죽거나 접속을 종요할 때 자동으로 촬영됐던 영상들처럼 90초 동안의 스토리 무비를 올려주시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분에게는 이 게임의 매뉴얼을 제공해드립니다>
“매뉴얼이 상품이라고? 이런..”
매뉴얼은 누구나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민은 반대로 저렇게 매뉴얼을 상품으로 내놓는 다는 건 제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걸까 고민해봤다.
“매뉴얼이 상품인 게임은 처음 보네, 영원히 공개 안되는 건가?”
<게임의 매뉴얼은 미 스토리 월드의 아이템으로 향후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나오게 됩니다. 이번 첫번째 게임 매뉴얼 같은 경우는 앞으로 나오게 될 부분과 다른 건 그동안 게임에서 구현하려고 했으나 미 구현된 부분까지 함께 들어가 있어 게임의 모험을 좀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게임 매뉴얼이 상품이라고 하자, 사람들의 반응도가 적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방대한 게임 세계관과 구현되어 있는 디테일이 엄청난 게임이라 많은 사람들이 벌써 게시판에 자신의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벌써 1만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민은 동영상들을 보면서 다들 정말 대단하게 플레이를 했구나 생각했다.
“매뉴얼이라, 갖고 싶은데…”
지민은 현실속의 우리가 게임속에서 합쳤단 얘기만 나와도 사실 1등은 따놓은 당상이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명세에 편승해 가는 거라 이 게임의 이름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부분이 퇴색되게 하는 부분이었다.
“혼자서, 어떻게 1등을 노려보지”
지민은 무언가 특별한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게시판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구현된 무비 랜드로 갔다. 그곳은 사람들이 올린 영상을 마치 AR처럼 구현해 놓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여행해 과거로 간 것 같은 착각, 게임 자체가 이미 VR 시스템이었는데 그 안에서 구현된 AR이라 매트리스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는 지민이었다.
“이건 지도로 해주는 건가 보네, 이거 자체를 내가 바꿀 수 있나?”
지민은 월드 인 포퍼먼스라 불리는 미스토리 월드의 첫번째 이벤트에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가지를 직접 실현해봤는데 단순히 동영상을 게시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 무비랜드로 와 영상체험을 자신이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민처럼 모험심이 투철한 소수의 모험가들이 이런 소식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눈이 마주친 유저들, 지민은 그들에게 윙크를 했고 그들 역시 지민의 윙크를 받아들였다. 이 사실이 발 없는 말처럼 크게 퍼질지, 아니면 이들만 아는 치트와 같은 요소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지민은 매뉴얼을 얻어 자신 혼자만의 세계를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독점은 나쁜거니까..”
그리고 동료들도 그런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지민의 말처럼 모두가 매뉴얼메 알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서로 진짜 게임속에서 활동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로지 퍼포먼스 인 월드를 위해, 대회 우승을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만들었다. 자신들의 현실과는 조금은 다른 미 스토리 월드 세계에서의 새로운 팀이었다.
“가보자고”
그렇게 매뉴얼을 얻어 모두에게 나눠주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세계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한 당찬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1위를 할 퍼포먼스를 훈련하는 지민과 동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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