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님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설아님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최시아
제목: 밤의 라인
누군가에게는 순간이었지만 어떤 이에겐 영원과 같이 기억될 순간이었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황홀한 밤을 보내고 있는 시아였다.
그녀가 정말 좋아하던 팀의 유니폼의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도 좋아~”
친구는 시아 덕분에 런던에 가게 되었다. 그냥 먼 이국의 땅에서 디자인을 하기 전에 팀의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 초청된 것이었다.
혹시나 동료와 가도 되는 지 물었던 시아는 흔쾌히 승인받았다. 거기다 호텔비용부터 항공비까지 모든 비용을 구단에서 내준다고 하였다.
“나도 팬이 될 거 같은데?”
“그럼 이제부터 팬하자!”
“그러보니 너 이름도 최시아, 첼시야, 부르는 거 같아”
“이쯤 되면 운명인가?”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이 이 팀의 팬이 될 운명. 그리고 한 해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유니폼 디자이너가 될 운명은 아니었을까?
시아는 그런 꿈을 부풀고 역대 첼시의 유니폼의 변천사를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유니폼들은 해당 유니폼에 대한 설계 보다 후원사가 더 눈에 띄었다.
“후원사가 중요하네..”
사실 이번 첼시의 유니폼 디자이너로 시아가 발탁된 이유도 이 후원사 때문이었다.
후원사 보다는 아무래도 원래 좋아하던 첼시를 더 띄워주고 싶었지만 은혜를 원수를 갚을 수도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후원사 위주로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후원사에서도 여행 경비를 대준다고 하네. 런던은 첼시가, 나머지 후원사 관련 상품이나 이런 게 있는 유럽은 후원사가”
“역시 대기업은 통이 크다!”
시아 덕분에 같이 런던을 가게된 구희였다. 구희는 어디를 가볼지, 후원사인 트리플스타가 유럽에서 밀고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같이 조사를 해줬다.
이번에 트리플스타에서 새로 나오는 IT 기기를 내년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거라는 소식을 들은 시아였다.
“아무래도 이 상품 위주일 것 같은데. 그건 그거고, 유니폼은 다른 거니까!”
유니폼만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경기날 있을 홍보 아트에 대한 키포인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시아는 마침내 유럽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영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밤에 출발했는데 출발했는데 밤에 도착했다. 시차적응을 하러 우선 호텔로 들어가는 시아였다.
“와, 여기가 런던이구나”
그때 웬 고상한 남자와 부딪치고 마는 시아였다. 아직 호텔에는 도착하지 못했고 호텔에 가기 위해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택시를 타고 바로 갈 수 있었으나,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다. 꿈의 런던이니까.
“…”
“허어..”
시아는 자신과 부딪친 후 넘어진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의 첼시와 같은 파란빛 눈빛을 보고 약간의 설램을 느꼈다. 아니 약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뭐라고 용할 수 없는 이런 기분을 설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 남자에 대해서 친구에게 얘기를 꺼내는 시아였다.
“구희야, 너 아까, 그 남자 기억해?”
“아 너랑 부딪친?”
그 남자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았다. 서울에서부터 인천까지 버스, 지하철, 음식점에서 봤던 남자, 공항에서 본 남자. 같이 항공기를 탄 남자까지도 많았다. 그런데 바로 그 남자를 구희도 꺼내는 것 보니 역시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
그는 마치, 고상한 게 영화 속의 뱀파이어가 실제로 현생하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그런 분위기와 포스를 뿜기며 시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시아뿐만 아니라 구희도 그를 보며 마음이 흔들린 모양이었다.
“내가 유럽 와서 지금까지 이탈리라 에서는 눈 호강을 여러 번 했는데, 영국 와서 그걸 넘어선 걸 본 건 처음이야”
“그 정도야?”
“그 정도라니, 국보급 외모였어.”
구희를 이 여행 겸 출장에 데리고 온 이유였다. 구희는 시아보다 많은 여행 경험이 있다. 아니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왜 여행 너튜버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래? 그렇게 잘 생겼어?”
“어, 잘생기다 마다. 와, 나 심장 멎는 지 알았다. 만약 영국 국보가 아니면 우리나라로 데려가서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해야해”
“그래?”
그런 그의 손을 잡았던 시아였다. 시아는 자신의 손을 잡아보았다.
“야 나도 너랑 악수 좀 하자.”
구희는 시아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이렇게 자신도 간접 스킨십을 한 거라고 장난을 쳤다. 그렇게 두 사람을 낄낄 되는 사이에 영국의 밤은 저물고 있었다. 곧 아침이 오기 시작했고 시아의 임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루였다.
구단에 가서 선수들과 인사를 하는데 수십 억에서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의 몸값을 하는 선수들과 인사를 했다.
그들 입장에선 이미 유명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신입이 다음 한 해 동안 입을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게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친절하게 반응해주었다.
“최시아? 첼시야? 오호 굿 네임. 잘 부탁해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시아는 행복에 겨워 죽을 정도였다. 이렇게 바로 행복사가 아닐까 싶었다. 열심히 산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즐기는 시아였다.
그러면서 평소라면 프로의식을 잃지 않고 머리속에 유니폼 시안을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물었을 텐데, 그가 물은 건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어제 본 그 남자의 얼굴이었으니까. 밤인대도 마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걸어 다니고 있는 것처럼 반짝이던 그였다.
오늘 밤 그 자리에 다시 가면 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런 환상을 품기 시작한 그였다. 첼시라는 자신의 일도 뒷전이 될 만큼 한 순간의 찰나가 영원이 되어가고 있는 시아였다.
“최시아. 너 괜찮아?”
열심히 일을 하는 거 같은데, 평소와는 다르게 넋이 나간 시아의 모습에 구희가 걱정되어 약을 꺼내며 물었다. 시아가 정신을 차리고 괜찮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괜찮아. 구희야. 근데 어제 그 남자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나 이상형이 그런 쪽은 아니었는데, 어제 없던 이상형도 생겨버린 거 같아. 알아버렸잖아. 사람이 그렇게 생길 수 있다는 걸”
“나도.. 근데 진짜 와. 너무 잘생겨서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한국에서 봤으면 바로 연예인으로 데뷔했을 거 같은데. 영국은 아이돌 이런 문화 없겠지? 있었어서 그 사람이 데뷔했으면 난 영국팝돌이가 됐을 꺼야”
“나도”
그렇게 호텔로 가던 길에 만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곧 첼시의 경기가 시작됐다. 첼시의 경기를 VIP룸에서 보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카메라가 비춘 관중석을 찾았다.
카메라가 비춘 화면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였지만 분명하고 또렷하게 보였다.
“그 남자다!”
“저기 어디야?”
VIP룸을 통해 그가 앉은 것으로 추측되는 자리를 관찰하는 시아와 구희였다. 곧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두 사람은 룸을 빠져나가 남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뛰어도 사실, 만나면 뭐 할 수가 없는데”
그걸 알지만, 일단은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가는 시아였다. 연예인 팬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아였는데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단 몇 초라도 직접,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다.
그만큼 한순간이었지만, 그 한순간이 너무나 황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빼곡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그 한남자를 찾는 건 사실 처음부터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여기는 맞나..”
두 사람은 분명 같은 곳을 향해 뛰었지만 어느새 헤어진 채 오히려 경기장에서 헤매는 두 사람이었다. 톡으로 연락해서 결국 포기하고 룸으로 돌아가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연이라는 게 정말로 있는 걸까? 폰을 보면서 한눈 판 사이에 다시 바닥에 물건을 미처 보지 못하고 피하지 못해 넘어지고 만 시아였다.
그런 시아의 허리를 감싸며 뒤에서 잡아주는 남자. 이 감촉, 향기, 분명히 그 사람 같았다. 그는 뒤 돌아보고 그를 바라보았다.
영어로 이런 상황에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고, 오래 보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이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을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저,,”
“조심해요. 자주 넘어지네요”
“어. 한국 말 할 줄아세요?”
“아. 뭐 조금”
시아는 그와 통성명을 했다. 자신은 최시아라고 소개하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다미엔’이라고 알려주었다.
“한국어 할 줄 알다니 놀랍네요”
“세계적이 언어들은 다 알죠”
“와, 한국을 세계적인 언어라고 해주니 좋은데요?”
시아는 그렇게 남자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구희한테도 이 소식을 알렸지만 구희가 믿지 않았다. 둘이 같이 찍은 셀카를 보내주자 그때야 믿기 시작하는 구희였다.
[헐 대박, 진짜 너무 잘생겼다. 야. 너네 너무 선남선녀다]
부러움과 질투를 안 엮어 보려는 친구의 축하메시지에 어깨가 들썩이는 시아였다.
시아는 다미엔과 더욱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처를 물어봤고 데미엔은 자기는 SNS는 안하지만, 번호를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한 두 사람이었다.
데미엔과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경기가 끝나자 일이 있어 룸으로 돌아온 시아였다. 처음에 시아가 헤매는 모습을 지켜보던 데미엔은 몸서 룸 앞까지 안내해줬다.
먼저 룸에 도착해 화장실을 다녀오던 구희는 시아와 함께 걸어오는 다미엔을 보고 와 진짜 너무 대박이다 싶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생길 수 있지? 정말 걸어 다니는 뱀파이어 그 자체 아닌가 싶었다.
그가 정말 뱀파이어면 유혹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다미엔은 너무나 매혹적인 남자였다.
시아는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하고, 디자인 일을 위해서 미팅을 끝냈다. 이전에 다미엔을 만나지 못했을 때 보다 인의 능률이 올랐다. 괜히 더 미소가 지어지고, 시아의 그런 미소를 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기분 마저도 오르는 것 같았다.
“최시아, 너 기분 좋아 보인다?!”
“그럼, 안 좋을 수가 있나? 너무 좋은데?”
“치, 그래 인정! 둘이 잘 되라!”
“야, 이제 막 알아가는 사이야”
그렇게 시아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때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곧 전화를 받는 시아였다. 시아는 그가 만나자는 말에 바로 만나러 갔는데 호텔 앞에서 만났다.
그런데 자신이 묵는 호텔에 대해서 설명해 줬었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호텔은 어떻게 알았던 거지? 아니 이런 생각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나?
시아는 우선 그를 만나러 로비로 내려갔다. 그가 있었다. 다미엔과 길거리를 걷는데, 어떻게 이런 존재가 있을 수가 있지 싶었다.
밤길의 런던을 소개해주는 그에게 시아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다미엔, 다음엔 한국으로 놀러와, 내가 한국을 소개해줄 게!”
“한국? 한국은 구미호가 있어서 가기가 좀 그런데”
“어…?”
시아의 표정을 보자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게 느껴진 다미엔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시아의 손을 잡는 다미엔이였다.
“시아, 나 너한테 할말이 있어”
다미엔은 사실 인간과의 교류를 자제하는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라고 자신을 말했다.
자신의 종족은 이전 생엔 인간이었으나, 이제는 인간이 아닌 존재, 뱀파이어라고 하였다.
“뱀파이어..?”
그런게 실제로 있었어? 그럼 다미엔이 말한 구미호도 실제로 있는 거겠네?
“뱀파이어라고..?”
“걱정 마, 우린 인간을 헤치진 않으니까. 몇몇 흡혈을 위해 움직이는 놈들이 있지만, 우리가 인간정부와 맺은 협정은, 그들로부터 너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있으니까.”
아, 인간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의 사람들은 모르는 무슨 협정? 약속? 이런 게 있나 보았다.
하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너무나 심장이 뛰는 이 기분, 알 수 없는 오묘한 이 기분에서 시아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운명의 메시지를 시아는 받은 게 아닐 까 싶었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자신도 곧, 아니 언젠가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생을 이어갈, 죽음을 극복할 방법으로 뱀파이어가 될 운명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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