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곽동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유동휘
제목: 무의 경지
“천년을 빚어도 너 만하지 못하겠구나”
동휘는 자신의 얼굴을 손등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은 마치 전주곡의 음악처럼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다 반대편으로 손을 옮겨 손가락 하나하나의 촉감으로 동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뺨에서 조금씩 내려오더니 목으로 해서 어깨까지 내려가는 손길이었다. 거기서 멈출 마음은 없어 보였다.
“과찬입니다.”
“과찬이라, 스스로를 보는 눈이 낮구나. 내 눈은 높다. 너는 그 보다 높은 질이다”
동휘는 눈 앞에 있는 존재를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다. 막상 먹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비상한 능력을 목격한 이후부터 쪽이었다.
눈앞의 존재가 동휘에게 아름답다 했지만, 동휘가 보았을 때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죽여야 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게 아쉬웠다.
‘동휘 네가 이 나라의 유일한 희망이다.’
어렸을 때부터 심어졌던 감정을 배척하는 행위. 그러나 그녀를 보고 있으니 감정이 살아났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보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다행히 비슷한 마음을 동휘를 보며 그녀가 가지고 있어 보였다.
동휘는 그녀를 죽이기 위해 침입했지만, 몰래 잠입한 게 무의미하게 바로 그녀에게 들통이 났다.
십년이 넘는 훈련도 그녀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최근 정벌된 나라들이 모두 그녀, 이 나라의 무녀 때문에 ‘멸국’의 길을 걸었다.
동휘는 멸국을 앞둔 바람 앞의 등불의 처지에 놓인 나라였다. 그녀를 죽여 활로를 열기 위해 투입된 동휘였지만, 지금은 그의 호위기사가 되어 있었다.
고향에 남겨놓은 정혼자가 잊혀질 정도의 외모와 그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끝 없이 동휘를 유혹하고 있었다.
“왔구나.”
자신을 처음 발견했을 때, 놀라지 않았던 그녀였다. 이름 있고, 능력도 높은 무녀여서 자신이 온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
“…”
동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자신을 현혹하는 듯한 검은 눈동자에는 하늘의 비밀을 품은 우주가 담겨 있어 보였다.
붉은 입술은 자신이 온 나라에서 유명한 영웅 ‘홍의’를 떠올렸다. 적당히 부풀어진 입술에 당장 끌어안아 그 물렁함과 촉촉함을 느끼고 싶었다.
“나를 지켜주겠느냐?”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것도 자신을 죽이러 온 사람한테 자기를 지켜주겠냐고 묻다니, 도저히 상식밖의 행동에 동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선무당인가?’
능력이 없나? 자신을 죽이러 온 걸 모르나 싶었지만 그랬으면 동휘가 굳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동휘는 본국에서 본국제일검이었다.
거기다 이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 동휘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도 없었다. 왕실에서 오로지 왕에게만 충성하고 왕언을 실현하는 자로 통했다.
동휘는 자신의 이름보다 ‘대륙제일검’, 또는 왕의 그림자로 통칭됐다.
갑론을박이 있었다. 동휘를 보내야 하나.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러나 다른 나라들 에도 동휘와 같은 인재들은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나라들이 모두 멸망했다. 그러니 보내자로 귀결되었다.
언제나 왕의 곁에서 검을 쥐었던 왕의 검 이자 그림자가 왕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움직였다.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왕이 정해준 정혼자였으나 사랑했던 여인을 두고 왔으니 죽어서 가 아닌 살아 돌아갈 마음이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동휘는 잘 됐다고 생각했다. 빠져나가는 게 어려울 수 있으나 이렇게 바로 죽여버리면 된다. 그리고 곧장 빠져나가면 아주 빠르게 해결되는 문제였다. 기회였다. 무녀에게는 위기였다. 그런데 전혀 당혹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를 지켜주는 검이 되겠냐고 물었다.
검을 빼 드는데 검의 손잡이를 위로 그녀의 손이 올라왔다. 동휘의 손 등위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멋진 칼이네, 왕이 직접 준 건가?”
타국의 왕. 그것도 적국의 왕이 보낸 암살자를 이렇게 대하는 무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동휘는 할말이 없어서 어이가 없었다.
“네가 내 방패가 되어 나를 지켜준다면, 나 또한 너의 나라를 공격하지 않겠다.”
무녀의 말에 동휘는 순간 얼어붙었다. 살짝 빼내 빛을 반사시킨 검빛이 살짝 빛났을 뿐이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무녀의 매혹에 걸리게 된 것이었을까? 아직도 자신이 왜 여기에서 이렇게 그녀의 호위기사이자 인형 같은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신에게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었는데, 비록 고향으로 끝내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각오로 적진의 한 가운데로 향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동휘였다.
그녀의 목을 치고 돌아가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동휘는 애써 숨겨보는 자신의 마음을 보려고 했다.
‘나도 모른 사이에 저 무녀에게 빠진 걸까’
무녀가 향하는 모든 곳에 동행하는 동휘였다. 그의 얼굴은 가면에 가려진 채였다. 본국에서는 무녀가 멀쩡히 돌아다니는 걸 보고 아마 동휘가 실패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었다.
그때 무녀를 찾아온 고귀한 신분의 인물이 있었다. 무녀와 다른 존재. 성녀였다. 그녀는 무녀에게 깍듯이 애를 다했다.
“황제 폐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무녀는 굳이 동휘가 물어보지 않은 걸 알려줬다.
그녀는 성녀지만, 이 황가의 자손. 황제의 딸이라는 소식이었다.
만약에 누군가 인질을 필요로 한다면 자신 보다는 저 성녀를 붙잡는 게 훨씬 이득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무녀를 죽이러 왔다가 무녀의 호위를 하고 있는 동휘를 놀리는 말일까?
동휘는 그런 정보는 이미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싶은 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정혼자가 품은 자신의 아이는 태어났는지. 아들일까? 딸일까? 아들이라면 이름을 뭐로 지어야 할까? 또 딸이라면 뭐가 좋을까.
저 무녀의 이름을 따서. ‘휘인’이라고 지어볼까.
그런 생각들이 스쳤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었다. 자신의 임무대로 그녀를 베는 것마저 자신은 지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베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사실 진심일까? 그렇다면 왜 무녀와 단 둘이 성 밖을 나가 아무도 없는 숲길에서도 그녀를 베지 못하는 것인가?
동휘는 외면하고 있지만 알고 있었다. 이미 얼굴조차 잃어버린 정혼자보다 더 무녀를 자신의 속에 더 많이 두었다는 사실이었다.
“직접 오시지 않으시는 걸 보니 편찮은 모양이시네요”
‘황제가 무녀를 보기 위해 직접 온다고?’ 동휘는 체감할수록 무녀의 위상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정도면 무녀가 아니라 신을 영접한 느낌이었다. 신이 그녀를 통해 얘기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러고보니 무녀는 어떤 신을 모시고 있는 걸까? 이 대륙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다. 자신의 고향에서는 다양한 신을 모시고 있었다. 동휘는 무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나라는 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나라도 있었다. 그들끼리는 신전이라고 하지만, 때문에 백성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마 며칠 후엔 다음 황제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제의 죽음, 이건 엄청난 특보였다. 동휘는 자신의 왕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겠다는 사명을 느꼈다. 아무리 무녀의 곁에 있어도 자신은 이 나라의 사람이 아니었다.
무녀가 동휘의 생각을 꿰뚫은 듯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신녀도 발견했다. 그리고 다가왔다.
“어머. 이 호위기사님은 무위가 아니라 미모를 보고 곁에 두신 건가요? 어쩜 이리 조각 같으시지?”
성녀가 동휘의 가면 위 얼굴을 만졌다. 무녀와 같이 빛나고 고운 손으로 동휘를 만졌다. 적국에 유린당하고 있는 동휘의 모습이었다.
무녀만큼 이나 아름다운 외모였다. 무녀의 눈에는 우주가 있다면, 성녀의 눈에는 천상이 있었다. 신들이 뛰어 놀 것 같은 깊고 넓고 빛나는 눈이었다.
동휘와 신녀의 눈이 마주쳤다. 신녀는 본능적으로 괘를 15도 정도 비틀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애교였다. 그리고 살며시 가면을 벗겼다.
눈만 봐도 잘 생겼다 느꼈는데, 가면을 벗긴 동휘의 외모는 더욱 화려해 보였다. 신녀가 된 게 후회스러운 지경이었다.
잠깐이나마, 동휘를 취해서 얻은 자식을 이 나라의 황제로 내세우고 싶은 지경이었다.
가면의 그대로 손을 올린 채 무녀를 바라보는 신녀였다.
“혹시 이 무사. 제가 데려가도 되나요?”
무녀는 웃으면서 얘기했다.
“성녀님의 뜻대로 하시지요.”
이렇게 간단하게 허락한다고? 동휘는 당황스러웠다. 무녀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동휘는 성녀를 따라가게 되었다. 성녀를 따라 나서던 길, 무녀는 동휘에게 윙크를 했다.
“…”
아름다운 윙크라서 반복하여 보고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고,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었다.
성녀를 따라나서는데, 황궁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성전은 황궁의 안에 있었다. 동휘는 이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럴 일이 있을 까 싶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오늘 본 길을 이용할 수 있을 날이 있을지는.
황녀이자 성녀가 다니는 길이라서 인지 다른 곳과 다른 구조로 되어 있었다. 지키는 이들이 있었으나 본래 알고 있던 것과 다르고 더욱 빠른 길이었다. 지름길과 같아 보였다.
그렇게 성녀를 따라 간 성전. 동휘가 지키던 왕궁보다 컸다.
“…”
동휘는 이 제국에 오면서 정신이 몽롱했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그래. 그러고보니 이름 또한 묻지 않았구나”
성녀는 자신을 따라오고 있던 동휘를 보았다. 마차에서 굳이 내려왔다. 일행이 멈춰섰다.
“나를 올려라”
“??!”
동휘도, 그리고 주변의 병사들도 모두 놀랐다.
남녀가 같이 말을 타는 경우는 가족이 아닌 이상 없는 경우였다.
“뭐해. 나를 올리고”
고풍스러웠던 성격은 어디 가고 없어졌다. 지멋대로인 황녀, 황자들의 본질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병사들이 성녀가 말을 타기 위해 엎드렸다. 동휘는 그녀가 말 위에 오르는 글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제가 말을 못 몹니다.”
“괜찮다. 말은 이들이 대신 몰아줄 거니까. 가는 동안 실컷 보고 좋지 않니? 너도 내 얼굴을 감상하고. 나도 네 얼굴을 감상하고”
성녀는 동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에 올라탔다. 당연히 자신의 뒤로 탈 줄 알았다. 그래봤 자 등을 내주는 행동이었으니까 침작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앞에 올라탄 성녀였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말대로 말은 다른 병사들이 몰아주었다.
동휘를 쳐다보던 성녀는 어느새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녀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따듯한 온기가 일정한 주기로 동휘의 얼굴을 휘감았다.
“맞춰 보고 싶구나”
곧 그녀는 동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와 됐다. 동휘는 깜짝 놀랐다. 눈도 감지 못하고 성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한쪽 부면이 강조되면 그 아름다움을 잃기 마련인데, 크게 보이는 눈과, 이마지만, 빛이나는 느낌을 받는 동휘였다. 너무 놀라 눈을 감지도 못했다.
“내 첫키스. 너였다.”
성녀가 이래도 되는 걸까?
동휘는 어느새 이 나라에 온 이유 자체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 이미 황궁에는 무녀의 일행이 도착해 있었다. 성녀가 이끌고 다닌 호위병보다 훨씬 많은 군대였다.
“…”
이렇게 제국의 규모인가.
무녀와 함께 황제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성녀의 호위병으로 동행하는 동휘였다.
황제는 거의 반은 바닥에 기어 있다 시피한 모습이었다.
옥체가 많이 상해 보였다.
그때, 황제는 자신의 생이 다 감기기 전에
‘목진’을 손에 얻고 싶다고 했다.
동휘가 온 고향 땅의 이름이자, 나라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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