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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지현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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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지현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주형태

제목: 기다려 오는 

 

“기다렸거든,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거였거든”

“언제 올지 알고, 언제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목숨 정도는, 다 할 때까지”

 

비에 젖은 형태를 보며, 시원은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비처럼 쏟아내야 했을 까, 아니면 우산이라도 내어주는 것처럼 지금은 위로의 말을 전해줬어 야 했을까?

 

“안 왔어도, 괜찮아. 못 왔어도 어쩔 수 없지. 근데 이렇게 기다리니까 왔잖아. 그러면 된거야”

“왔지. 이렇게 오긴 했지만, 너한테 온 건 아니고 이제 우리는 스쳐가자. 우연히 만난 강물처럼 다시 흘러가자”

 

강물이란 얘기에 형태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렸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언제든 다시 돌아오는 철새들처럼, 강물을 거꾸로 헤엄쳐 오르는 연어처럼 끝내 기다릴 자신이었지만, 시원은 그렇지 않았다.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게 맞겠지만, 아니야. 나 너 기다리는 줄도 몰랐고, 기다린 걸 지금 알았을 땐, 이런 멍청이가 다 있나 싶으니까. 그냥 이제 영원히 보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고, 마주치지도 말자. 서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자”

 

형태와 시원의 관계는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그런 관계였다. 처음에 이 관계를 흔들어 놓은 건 형태가 아닌 시원이었다.

 

시원은 처음에 형태에게 너랑 나는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그때 형태는 시원을 이미 좋아하고 있었지만 시원과 함께 어울리던 친구 ‘인석’도 시원을 좋아하고 있는 걸 알았다.

 

“우리 관계?”

 

바로 전날, 형태를 찾아온 인석이었다. 

 

“형태야, 너 시원이 좋아하냐?”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자신의 마음이 들켜버린 건가 싶었지만 인석은 그런 의도로 형태에게 시원의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었다. 

 

“나는 좋아해 시원이”

“어,,,? 시원이 좋아한다고?”

“근데 시원이가 너를 좋아해”

“….”

 

시원에게 직접 들었으면 좋았을 뻔 한 말, 그런데 그 말을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 인석이 말을 하고 있었다.

 

인석이 형태에게 어떤 친구냐면, 자신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을 때 자신이 해야 하는 상주 노릇을 거의 대신해주고, 자기 동생도 챙겨주던 친구였다. 거의 자신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나 다름이 없는 친구였다. 

 

특히 이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인석의 부모님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만큼 인석이란 친구는 형태에게는 절대로 떼어놀 수 없는 그런 친구였다. 

 

“너 덕분에 알게 됐는데, 근데 시원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너도 알고 있었지? 몰랐던 눈치네?”

 

몰랐다. 시원이 자신을 좋아하는지도 그리고 인석이가 시원이를 좋아하는지도 자기도 그냥 시원이만 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에이 설마라는 마음으로 시원이가 자신을 좋아할 일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형태였다. 

 

“너가 시원이 좋아하는 거 아니면, 나 좀 도와줘라, 나랑 시원이랑 잘 되게”

 

그렇게 전 날 자신을 찾아왔던 인석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우리는 어떤 사이냐고 묻는 시원이 있었다. 

 

“시원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우리? 음. 짝사랑하는 사이?”

“…?!”

 

자신의 마음을 시원도 알고 있었나? 그래서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 하는 사이..?”

“짝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시원이 수줍은 미소를 한 채 형태를 바라보았다. 형태는 그때 알았다. 시원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시원이 자신에게 지금 하고 있는 건 바로 ‘고백’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시원아..”

 

시원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 까, 그럼 인석과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수많은 고민들이 떠올랐는데, 눈앞에 있는 시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밤하늘 속의 달빛과 같은지, 밝아도 너무 밝아서 빛이 났다. 

 

밤 하늘의 별들은 잡을 수 없었는데 시원은 조금만 손을 내밀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그렇게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시원이 있었다. 시원을 안아버리고 싶은 마음의 충동을 느끼는 형태였다. 

 

“시원아..”

“왜, 왜 이름만 불러?!”

 

형태는 그만 시원을 끌어안아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입을 맞추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다음 날 인석을 보았다. 그리고 인석은 자살을 시도했다. 

 

인석의 사랑을 확인한 형태는 더 이상 인석도 시원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시원을 볼 때마다 인석이 떠올라 만날 수가 없었고, 시원도 어느새 지쳐버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럴꺼야?”

 

처음에는 인석이 잘못이고, 힘들어하는 시원을 보면서 달래 주면서 함께 버티자는 말을 했지만 시원을 볼 때마다 인석이 생각났다. 인석의 병문안을 가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인석이었다. 그렇게 인석을 매일같이 찾아가던 형태는 어느 날 인석과 시원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이후 바로 병석을 뛰쳐나간 형태였다. 

 

형태를 쫓아온 시원, 해명을 하려고 하는데 듣지 않는다. 그렇게 시원과 헤어지게 된 형태였는데 나중에 시원은 자신에게 아직도 마음을 표현하는 인석에게 확실하게 거절 표시를 하러 온 것이었고, 형태가 오는 걸 안 인석이 시원을 강제로 끌어안은 사실이라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미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시원을 찾아갔다. 그런 형태를 보면서 시원은 너는 정말 이기적이구나 말을 하고 떠났다. 

 

그런 시원에게 형태는 자신이 그동안 믿음을 주지 못한 거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매일 여기서 너를 기다릴 게 말했다. 시원은 그럴 필요 없다고 어차피 나는 이제 유학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렇게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지만 여전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시원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낸 그 자리에 온 형태였다. 

 

십년에 오 년이 더해져, 1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형태는 시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을 기다리기 위해 건물 하나 사이에 마련된 작은 공원, 재개발이 된다는 소문에 형태는 이 땅을 사서 재개발을 막을 지경이었다. 

 

이후, 할 수 없이 대형 건물이 들어서는 와중에도 이곳을 공원 형태로 만든 건설사들이었다.

 

그렇게 시원을 기다리기 위해 모든 걸 다하고 있던 형태의 앞에 시원이 나타났다.

 

“주형태, 예전에 이렇게 잘하지, 이제와서 뭐냐? 20년 동안 이게 뭐냐고”

“시원아, 넌 여전히 예쁘네”

 

그리고 시원의 손을 꼭 잡은 시원을 닮은 여자아이를 보기 위해 쭈그려 앉는 형태였다. 

 

“이름이 뭐야..?”

 

아이는 엄마를 바라보며 얘기해도 되는 지 의사를 구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명령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희연!”

“희연? 이름 예쁘네.”

 

희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가진 현금을 다 꺼내 희연에게 쥐어주는 형태였다. 

 

“어저씨가 지금은 이 거 밖에 줄 게 없네”

“받지 주희연”

“아니, 받을래”

 

희연은 돈의 가치를 이미 알았는지,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처음 보는 아저씨가 주는 돈을 챙겼다. 

 

“주희연! 혼날래?”

“싫어, 이모 말 안들을꺼야”

“…?!”

 

그때 형태는 희연에게 나온 말을 듣고 시원을 쳐다보는 형태였다. 

 

“딸, 아니었어?”

“뭐 그래서 달라지는 건 없어 형태야. 나 곧 결혼해”

“딸이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그게 아무 상관없다고”

“결혼 누구랑?”

“니가 잘 아는 사람, 나 때문에 죽으려고 한 사람”

“..? 설마 인석이?”

“맞아.”

“어떻게..?”

 

시원이 유학을 간 곳을 추적해 따라 갔다는 소문은 들었다. 형태는 기다렸고 인석은 따라가기 위해 시원을 찾아나섰다. 

 

“알아서 뭐하게? 너는 여기 서 있는 거 말고 하는 것도 없잖아? 그리고 내가 좋다고 할 때 받아줬어야지”

“안 받아준 거 아니잖아? 나 받았어. 너랑 나 전 여친, 남 사친 이런 사이거든”

“지켜냈어야지 아무튼 이제 나 그만 기다리고, 너는 니길 가”

 

시원의 말을 무시하는 형태는, 다시 한 번 희연과 눈높이를 맞춘다. 

 

“희연이라고 했지? 희연아?”

“응?”

“너 이모 잘 알아?”

“알지, 우리 이모잖아”

“니가 봤을 때 이모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니, 싫어하는 것 같니?”

“아저씨 이름이 형태가 아니면 싫어할꺼야”

“그게 무슨 소리니”

“얘는”

 

시원이 갑자기 희연의 입을 가리면서 돌아섰다. 그러자 형태가 얼른 두 사람의 앞으로 가 막았다. 그리고 시원과 희연의 마주 잡은 손에 손을 올려 잡으며. 

 

“희연아 그게 무슨 소리야?”

“주형태, 쓰레기면서 개새기, 우리 이모가 매일 욕하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어.”

“방금 이모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모 결혼해?”

 

희연이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서 시원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반짝이는 그런 표정이었다. 우리 이모가 결혼을 한다니? 그런 표정.

 

희연을 보던 시선이 올라와 시원에게로 향했다.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과 표정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시원아?”

“뭐, 어쩔, 남이사 결혼을 하든 안하든.”

 

희연을 잡지 않은 다른 시원의 손을 덥썩. 잡는 형태였다. 

 

“남이 아니게 될 거니까. 상관이 있겠지. 인석이랑 결혼은 거짓말인 거 같고. 나랑 하자, 그 결혼. 이 주형태랑”

“미쳤나봐, 무슨 결혼이 그렇게 쉽니?”

“어렵게 하자 그 결혼”

“무슨 소리야. 그만 놔”

“이제 절대 못놔”

 

그때 희연은 이 상황이 재밌는 갑자기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우리 강강수월래 추는거야? 강강수월래~”

“어, 희연아, 아니 잠깐만”

“결혼하자고 이시원!”

 

세 사람은 마치 춤을 추듯 둥글게 회전했다.

끝내 기다린 형태로 

끝내 만난 시원이었다. 

 

“절대 안 해!”

 

시원은 오래전 자신을 버렸던 형태를 떠올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해 희연과 형태의 손을 끊고, 강력한 힘을 내 희연을 끌어안아 들어올려 안고, 형태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걷기 시작했다.

 

그 옆을 끈질기게 쫓아오는 형태였다. 

 

“이 시원, 나랑 결혼하자고!”

“야, 좀 조용히, 좀 닥쳐! 그리고 누가 프로포즈를 이렇게 해?”

“이렇게 안 하면 할꺼야?”

“너랑 나랑 사귀는 것도 아닌데”

“아닌데? 따지고 보면, 우리 헤어진 적 없어”

“…”

 

맞는 말을 맞을 것처럼 하는 형태, 그런 형태를 보여 어이가 나가버린 시원, 두 사람을 보며 싱글벙글 행복한 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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