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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권은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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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권은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서은빈

제목: 공부할까요?

 

“드디어 자유다!”

 

스무 살을 향한 꿈, 대학을 위해 받친 세월만 어느덧 3년이었던가, 고등학교 전체를 대학을 위해서 살았던 삶이었으니까. 은빈은 수능이 끝나고 걸어 나오는데, 자유가 느껴졌다. 그 자유의 언덕에는 아직 ‘성적표’라는 한 단계가 남았지만 그건 정시만에 올인한 애들의 이야기고, 은영은 이미 수시에서 합격을 했기 때문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정시도 준비를 잘해서 한국대를 노려볼만했으나 한국대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한대만으로 만족하는 은빈이었다. 

 

“이제, 나도 어른이야!”

 

이미 생긴 투표권도 있고, 수능도 끝났겠다.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스무 살이 되니 마치 게임이 리부트가 돼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다시 아기가 된 느낌을 받은 은빈이었다. 

 

“아, 엄마 보고 싶다”

 

절대로 보고싶지 않을 줄 알았던 부모님의 얼굴이 아련하다. 어딘가 붙잡히는 게 싫어서 기숙사는 안 들어간다고 했는데, 고시원은 싫고 원룸은 비싸고, 다음 학기에는 다시 기숙사를 신청할 생각을 하는 은빈이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며...”

 

비록 공부를 아주 잘한 건 아니지만 못한 것도 아니고, 수능의 결과값만 보면 분명히 잘하는 축에 속하는 은빈이었다. 대한대 자체가 이미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오는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공부를 잘해 들어온 대학에서는 이미 했던 공부보다 더 어려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자체가 더 힘든 일들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는 흔히 노는 애들이 마셨던 술은 대학을 들어오자 마실 기회가 너무 많았고 술을 마시면서 생기는 인맥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은빈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일들, 즉 아르바이트는 술에 관련된 알바들이 많았다. 그래서 진상이라고 하는 손님들을 많이 봤는데 특히 은빈에게 다가오는 진상들은 처음엔 자상한 척, 알아가 보고 싶다더니, 첫눈에 반했다 느니, 온갖 잡언 이설을 내뱉으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저, 남자 친구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은빈은 거절을 했다. 어떻게 처음 몇 초 만을 보고 그저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외모가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는 걸 알지만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 남자친구를 사귀려고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처음 알바를 찾을 때도, 편하지만 쉬운 일이라는 걸로 Bar 알바는 왜 이렇게 많은 지, 자신은 그런 걸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온라인에 올려놓은 알바 지원서를 보고 연락이 먼저 와서 사진을 내려야 하나 고민도 했던 은빈이었다. 

 

“하하, 저 남자친구 있어요”

 

길을 지나갈 때 만난 인물들에게도 거절을 표하며, 학업도, 일도 잘 마친 은빈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문득 오늘이 바로 기숙사 신청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는데 오류가 일어난다. 학기 시작 때마다 벌어지는 전쟁, 수강신청과 맞먹는 기숙사 신청에 대한 투쟁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한 은빈이었다.

 

“아! 벌써 끝나면 어떡하냐고!”

 

벌써라는 말은 시계를 보자 쏙 들어갔으나, 밤 10시 58분, 정확히 하루가 끝나기 1시간 2분전이었으니까, 알바시간이 7시부터 11시 마감조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패스트푸드 알바를 해야하나..”

 

은빈은 어차피 시급이 비슷하니까 패스트 푸드 알바쪽으로 알아봐야 하나 고민했는데, 알바를 그만둔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동료가 사장님한테 얘기를 했는지 알바비를 올려주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은빈아 힘들지? 알바비 올려줄 게”

 

은빈은 크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장은 알고 있었다. 은빈이 그만뒀을 경우 매출 10%는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은빈이라는 존재는 사장에게 귀한 진주와 같은 존재였다. 꼭 품고 있어야 하는 그런 존재였다. 

 

“정말요? 너무 힘들어서 고민하기는 했는데”

 

TV를 보면 시급 2만원인 직장인도 별로 없다. 그런데 시급 2만 5천원이면 꽤나 많은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알바보다는 역시 아직 불법이긴 하지만 잘 만난 학생의 과외비가 더 비싸게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음..”

 

마침 동아리에서 잘 지낸 선배가 자신이 군대를 가는 바람에 소개해준 과외 학생이 있어서 고민이었다. 그 학생은 엄청난 부자집의 아들이었다. 알바비는 비밀이라고 했는데, 자기가 왜 너 같은 후배들 만날 때 마다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할 수 있었는지, 자기 집이 잘 살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과외를 해주는 학생의 집이 잘 살아서 가능한 것이라는 팁만 알려주었다. 

 

“저 사장님 근데, 고민 좀 해볼게요!”

 

선배의 추천을 받은 과외, 여기는 면접까지 본다고 한다. 그렇게 부모님을 만나러 갔는데 어느 회사의 1층에 있는 카페였다. 자체 카페였는데도 불구하고 웬만한 카페보다 예쁘고 커피 종류도 다양하고 대단해보였다. 

 

“우와..”

“어서오세요. 은빈 학생인가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은빈을 만나러 온 학생의 부모님, 그가 이 건물주이자, 회사의 이사 중 하나라고 했다. 그녀는 은빈을 보며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공부에는 관련이 없는 질문이었다.

 

“전 과외선생님이 입대하는 것만 아니었으면 쭉 맡기고 싶은데, 우리 설원이 초등학교 때부터 봐주던 친구라서, 그런데 그런 친구가 소개하는 거니까 실력은 믿는데, 대신 돈은 그만큼은 못 줘요. 우선 20%만 받으세요”

“네..? 20%면.. 그게 얼마일까요?”

“아, 액수는 전달 못 받은 거죠?”

 

10%만 받으라는 말에 은빈은 우선 화가 나는 마음을 억눌렀다. 그러나 선배가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몰랐으니까. 한 백만원 정도 받았던 걸까? 그러면 20만원? 그럼 알바를 다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은빈이었다. 

 

“시급으로 계산해서 10만원만 우선 받죠”

“시급 10만원이요..?”

 

계산을 해보면 선배는 시급 50만원을 받았다. 과외는 매일 같이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학생과 타협해서 공부를 했다. 

 

선배의 일상을 보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이나 내신관련이나 모의고사 기간에는 더 시간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웬만한 초임자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잠깐 일하는 것으로 벌고 있는 선배였다. 

 

“시급.. 20만원…? 정말요?”

“왜요, 적나요? 음. 추천으로 받긴 했으나, 전임 과외 선생님이 설원이랑 오래 알던 과외선생님이라 사실 우리는 몇 년간의 시간도 있어서 그 정도지 아직 선생님은 잘 모르니까. 우리 애랑 잘만 맞으면 더 올려줄 순 있어요 우선은 해보고 상의해보록하죠”

 

적다니,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은빈이었다. 그런데 문득 갑자기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마를 보면 훨씬 많은 억대를 받는 과외선생님도 있었다. 선배는 시간만 투자하면 억대의 연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 저, 근데 사실은 적다기 보다 너무 많아서. 그게 주당 20시간, 월당 100시간만 해도. 억대가 넘는 금액인데요 어머니? 제가 과외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사실 제가 전국 1등 막 이런 것도 아니고, 수시합격자도 아니고 그 정도 받을 정도는 아닌데,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아, 선생님, 금액은 더 올려달라 말할 수는 있는데, 자신이 없는 거면 곤란해요. 우리는 사실 선생님의 실력은 대한대 합격으로 이미 성공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설원이에 대해서 못들으신거 같은데, 우선 한달동안 최소 10시간만 해주시면 1천만원 입금 해드리죠. 그 외부터  우선 시급 20만원으로 시작하시죠”

“네?? 어머니, 제가 아까..”

 

분명히 자신은 너무 금액이 많은 거 아닌가라는 말을 했는데, 거기다 은근히 자신은 최고의 과외 선생님은 아니고 초짜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오히려 올라간듯한 금액들에 놀랐다. 

 

“전임 선생님이 군대만 아니었으면 계속 맡기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우리 설원이 목표가 대학 진학이긴한데, 정말로 대학진학이면 돼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전담 과외선생님을 구했던 거고, 근데 군대 때문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근데, 선배를 보면 그렇게 집중한 것도 아닌 것 같던데”

 

아, 말을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하는 은빈이었다. 

 

“설원이가, 공부를 못하는데, 머리는 똑똑하긴해서. 그리고 다른 과외 선생님보다 전임 선생님이었던 은빈씨 선배인 진형 씨를 많이 따랐죠. 제가 알기론 공부시간보다는 같이 노는데 더 많이 시간이 쓰였을꺼요? 아 같이 놀 때 이 카드를 우선 써주시고요. 시급이 비싸다고 해도, 일하는데 내돈 쓰면 아깝잖아요”

“네..?”

 

은빈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배가 추천해준 과외 알바, 그리고 그런 과외의 면접을 보러 왔는데 이게 무슨상황인걸까?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학생에서, 선생이란 호칭의 변화. 단숨에 거절할 수 없는 시급에 승락은 했는데 이렇게 삶이 쉬워도 되는 건가 싶은 수준의 금액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신 알 수 없는 말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선배를 찾는 은빈이었다. 

 

“오늘 설원이는 같이 안 본거지?”

“선배,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그리고 선배, 듣기엔 시급이 엄청나던데?”

 

처음으로 와본 선배의 집, 이런 으리으리한 셀럽들이나 살만한 곳에 살고 있었다니. 

 

“설원이가, 얘가 착한데 미친놈이야”

“네..?”

“공부를 사실 안 가르쳐줘도 돼, 근데 할 동기를 줘야해”

“네…? 왜 그걸 진작 말씀주시지 않은 거죠?”

“미리 말하면 좀 이상하잖아, 근데 금액을 듣고 들으면 그냥 이상한 거에서,, 그정도야 뭐..? 이 정도 하지 않아?”

“그.. 렇긴 하지만 금액도 같이 말씀주시면 또 들으면서.. 아.. 더 이상하게 생각하겠구나”

“너무 잘하진 말고, 나 전역하면 다시 해야하니까 하하.”

“그때는 대학 끝이라 끝이지 않을까요?”

“그런가, 재수할수도 있잖아?”

“오빠, 아니 선배 전역하려면 2년인데요?”

“오, 오빠라는 소리가 더 좋은데?”

“암튼 도대체 뭐예요”

 

선배한테 들은 설원, 그녀석은 제멋대로인 성격이었다. 양아치는 아니지만 양아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착한 나쁜 놈이라고 할까? 내기를 좋아해서 선배 같은 경우는 온갖 내기를 통해 설원의 성적을 올렸다고 했다. 

 

솔직히 공부에 대한 실력은 자신보다 설원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설원은 그런 내기를 안하고, 눈만 조그만 떼도 0점을 받아오는 불량 학생이었다. 머리가 좋아 일부러 오답만 찍는 그런 미친 천재였던 것이었다. 

 

“그런 애…라니..”

“애는 착해, 나쁜 짓 안하고, 다른 건 다 실천 안 하는데 도덕만큼은 실천하는 멋진 애야”

“더 이상한 걸요..”

“나 입영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으면 소개라도 해줄텐데”

“그냥 소개해주면 안돼요?”

“이번에 공부하기 싫다고 유럽 놀러 갔어..”

“아…. 뭐 그런… 오빠한테 말도 없이요?”

“갔다오라했지 와서 공부하기로 약속하고, 근데 그 기간에 내 영장이 나왔지…”

“아….”

“나랑 약속했으니까. 이번 기말고사는 칠 건데 그럼 알아서 성적 잘 받아 올 거야.. 근데 문제는 이후지.. 이제 중요한 시기인데”

“지금이 고 3..인 거죠? 얼마 안 남았네”

“이제 고2이야. 내년이 중요하지 하필 내가 딱 없을 시기에 그렇더라”

“쩝, 제가 잘해볼게요”

“그래, 넌 잘 할 거야. 그래서 바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네가 떠올랐다”

 

선배는 은빈은 잘해낼 거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며칠 후 군대로 입대하는 선배였다. 원래 대학생은 군대 자동연기가 됐어야 했으나 아니, 자동연기가 됐었지만 선배는 이번 학기에 원래는 휴학을 생각하고 있어서 입대 날짜를 이렇게 맞춰 놓았다고 한다. 그러다 까먹었다고…

 

그렇게 선배 없이 설원을 만나는 날이었다. 잔뜩 놀다가 온 설원은 어떤 애일까? 착한데 나쁜놈이라는 얘기는 어떤 뜻일까? 은빈은 설원이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과외선생의 권위를 뛰워주겠다며 아예 스터디룸 하나를 통째로 대여해주는 부모님이었다. 첫 만남이니까. 만약 설원의 집에서 만나면 자신의 주거지라 과외 선생님이 자신의 집을 보고 주눅이 들 수 있다고 다른 곳에서 첫만남을 추진한 설원의 부모였다. 

 

“배려 맞겠지?’

 

은빈은 먼저 도착해 설원을 기다리면서 어떤 학생일지 떠올렸다. 선배가 보여준 함께 찍은 사진, 그냥 평범해 보였다. 

 

그때 스터디룸 문이 열렸다. 설원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들어오는데, 사진 속 인물보다는 조금 더 키가 크고, 머리를 길었다. 

 

“어, 새 선생님…?...?!”

 

설원은 은빈을 발견하고, 선생님인지 확인을 했다. 그러면서 약간 떨리는 말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빈이 가진 설원의 첫인상은 다행히도 그렇게 나쁜 쪽은 아니었다. 

 

문제는 설원이 은빈을 어떻게 생각할까였는데, 아무래도 적어도 당분간은 선배나 어머니가 걱정하는 문제를 은빈이 겪을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선배가 지금 갑자기 훈련소에서 퇴소해서 돌아온다고 해도, 은빈이 계속 과외를 진행하게 될 지도 몰랐다. 설원이 은빈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이 이상하게 떨리는 설원이었다. 스스로도 이런 느낌과 감정이 처음이라 당황 해하는 설원이었다. 

 

은빈도 언젠가는 경험해본 적 있는 감정을, 지금 설원은 처음으로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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