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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수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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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수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이지연

제목: 거지 같은 그리움 

 

“그리워하는 사람 말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연은 많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대답을 하고는 했는데, 꿈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30살에 죽어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하면 좋겠어’ 라고 대답했다.  

 

소문은 와전되어 30살이면 죽겠다고 선언한 지연이 되어 있었다. 그런 지연에게 다가온 기정, 그는 지연에게 정말로 서른살이 되면 죽을 거냐고 대뜸 물어봤다. 

 

“서른 살이 되면 죽는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워할까?”

“뭐…?”

 

기정은 어이없는 표정과 더불어 지연을 보며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서른에 죽고 싶은 이유가 고작 그리워지면 좋겠어 서야?”

“왜? 그러면 안 돼?”

“안되는 건 없지, 하지만 바보 같잖아” 

“바보 같다고..? 왜? 왜 바보 같은데?”

“서른에 죽는다고 널 그리워할 사람들은 많이 없을 거 같은데”

“왜?”

“지금 니가 말하는 왜, 딱 그정도로 왜 죽었을까? 처음엔 생각하겠지 그러나 지금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잖아. 그렇게 너의 죽음 조차도 결국 다른 일들로 인해 묻혀버릴 꺼야”

 

기정의 말을 들은 지연은 듣고 보니 기정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리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 방법이 꼭 죽음은 아니었는데, 굳이 자신이 서른 살에 죽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미래에 소식이 끊기게 되면 어쩌면 누군가는 걔는 정말, 지연이는 정말 서른에 죽었을까? 하는 생각을 통해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왜 서른에 죽고 싶은거야? 아니 아니지, 왜 그리워지고 싶은 건데?”

“그리움이라는 건, 누군가를 계속 떠올리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보고싶잖아”

“보고 싶어 지고 싶은 거야? 그리워지고 싶은 거야?”

 

보고싶다는 말에 그리움이 있고, 그립다는 말에 또 보고싶다는 말이 있었다. 

 

“보고싶다, 그립다. 모르겠네 둘 다 인 가”

 

고민을 하는 지연을 보고 기정은 지연을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움과 보고싶음에 대한 고민 중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지연이 다시 기정을 볼 때였다.

 

“서른 살에 죽지 말고 나랑 같이 살자”

“서른까지 결혼 못하면 나랑 결혼하자 이런 거야?”

“맞아. 나보다 나은 사람을 못 찾으면 나랑 결혼하자”

“…? 너 나 알아?”
 “나는 너 알아. 너는 나 모르겠지만”

“… 그래?”

“줄곧 널 보고 싶어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리워할 거야”

“…”

 

누군가 자신을 그리워해주길 바라던 지연은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몰랐다. 머리가 하얘지더니 혼란스러웠다. 

 

기정이 싫다거나 그렇다기 보다는 자신은 지금, 기정을 처음 보는 것과 마찬기져였다. 기정은 자신을 알아보았다지만 지연이 기정을 인식한 건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겼네..”

 

지연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기길 바랐던 건 지난 지연의 가정사 때문이었다. 이제는 얼굴도 잃어버린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이었기에,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엄마도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대학을 들어온 지금도 꾸준히 봉사처럼 다니는 보육원으로 이름이 바뀐 고아원에 한 번이라도 나타났을 테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처음 지연이 고아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지연이 눈치채지 못하게 몇 번인가 다녀간 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초기만 그랬고 이제는 살았는지 죽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의 이름도 아빠의 얼굴도, 가족들의 누구도 기억나지 않는 지연이었다. 

 

자신을 버린 게 아니라 잠시 맡긴 거라고 했지만, 맡긴 거 치고는 부동산에서 정부의 정책 중 영구임대라는 말처럼 영구적으로 맡긴 듯 가족들은 지연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보육원에서 자라 성인이 되고 스스로의 노력 끝에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가 수석으로 합격하고 환경에 굴하지 않고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간 지연은 고등학교 때 처음 있었던 기정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내가 널 평생 그리워할 꺼야”

 

그때 차마 대답하지 못했던 지연이었다. 부모님처럼 기정 또한 지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된 건 억울하게도 그리워하겠다 선포한 기정이 아닌, 아무런 대답도 못한 지연이었다.

 

부모님도 기정이도, 우연하게라도 길가에서 스치면 스치듯이 지나가길 바라는 지연이었다. 지금의 그리움을 오래 남기고 싶어 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만 잊고 싶어 서가 강했다. 

 

“날 그리워한다더니, 내가 그리워하게 됐네”

 

그날 기정은 얼마나 자신을 기다렸을까? 그때 지연이 정신을 차린 건 하얗던 낮의 배경이 사라지고 검게 칠해진 배경으로 밤이 찾아왔을 때였다. 

 

교실에서 멍하니 있던 지연에게 마지막으로 반장이 ‘안가?’라는 말을 남긴 후에야 지연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기정이 자신에게 서른 살에 결혼하자고 했을 때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애매 해져 버렸다. 

 

어떤 날은 모두가 바라보면서 ‘우오아’ 하는 감탄사가 남발이 되었고, 어떤 날은 오직 반장만 남아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폰을 쓴 채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기억이 진짜일까, 기정을 만나게 되면 물어 볼 수 있을까? 엄마를 만나면 나 왜 버렸어 라고 물어 보고싶었던 지난 과거처럼, 왜 결혼하자고 하더니 사라져 버렸냐고 따녀야 하는 걸까? 

 

자신의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오답들이 휠릴리 사라지길 원하는 지연이었다. 회사에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데 느닷없이 찾아온 기억은, 그리움은 되지 못한 채 집중만 흐트려 놓을 뿐이었다. 

 

기억의 필름을 자르기 위해서라도 긴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을 찾는 지연이었다. 지연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관리를 잘하셨네요 라고 말하는 직원을 보며, 지연은 자신도 모르게 기억에 대한 관리들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라 버리려고요..”

“아까우시겠어요”

“아까울까요?”

“이렇게 길게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직원이 하는 말이 맞다. 길게 이어진 머리카락도, 그리고 기억도 온전히 보전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때는 해야 했다. 

 

지나간 과거보다는, 오지 않은 미래 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했다. 

 

“그래도 잘라 주세요. 잘라야 돼요”

“특별히 자르는 이유가 있어요?”

“이유가 필요한 가요, 자르고 싶으니까 자르는거죠”

“잘라야 된다고 하셔서, 네 그럼 이렇게 어떠세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잡고 높이를 갸늠하는 미용사에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지연이었다. 그렇게 긴 세월 함께 했었던 머리카락을 자르게 된 지연이었다.

 

조금이라도 묻어있던 기억이 함께 날아가면 좋을텐데, 아마도 기억은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라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들어 있기에 조금도, 사라지지 않을 예정이겠지, 그럼에도 벗어 나려 노력하는 지연이었다. 

 

시간은 흘러 지연은 직장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며 승진과 또 실패를 경험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그런 사람, 보통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랑도, 추억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실연당한 직장 동료가 하루 종일 지연을 붙잡고 투정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친구의 옷을 주문했고 택배가 회사로 오면서 부터였다. 

 

“잊어볼 봐 안돼도 해야지”

“지연씨 T야?”

 

T든 F든 중요한 건 그녀는 어쨌든 이별했다. 과거속에서 나와 야했다. 

최근 천만을 돌파한 영화를 보며 꼭 같이 보러 가야지 무심코 말하던 그녀를 보며 이별했다고 너는 이제 우리가 아닌 혼자라고 알려줘야 할까 고민했었던 지연이었다. 

 

“다른 사랑 만나려면 과거는 보내줘야죠”

 

지연은 앞에 있는 그녀에게 하는 말이면서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지연씨는 연애 한지 얼마나 됐어?”

“연애라..”

 

연애의 기준은 뭘 까, 사랑한다고 느끼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의미 없이 늘어난 숫자 속에 서로를 여자친구로, 또 남자친구로 인식하는 나날일까? 지연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뭐 정말??”

 

고백을 받고 사귀고 있으니, 분명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연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과거의 어느 기억속을 회피할 도구 정도였을 뿐이었다. 

 

“뭐야, 몰랐어. 감쪽 같네? 언제부터?”

‘얼마나 됐더라..”

 

몇번인가 헤어짐을 말했지만 그때마다 다시 붙잡은 그였다. 자신이 더 잘할 게 라고 말하던 그를 지연은 어쩔 수 없이 받아 주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매일 사랑을 표현하던 그를, 퇴근 길에 만난다. 평소와 다른 눈빛을 한다.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녀를 붙잡아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지연 씨, 우리 이제 그만해요..”

 

몇 번인가 이별을 경험한 두 사람이기에 담담할 수 있는 사이였다. 대개는 지연이 먼저 이별을 꺼냈고 그때마다 그는 지연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래요.”

 

마치 사랑한 적 없었던 사람처럼 이별을 받아들이는 지연을 보며 그는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돌아서는 지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지연씨, 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네. 말하세요”

“나 사랑했어요? 좋아하긴 했어요?”

 

지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했고, 사랑했어요.”

“그런데, 왜 항상 나는 나만 사랑했고,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았을 까요? 지금도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내 사랑이 틀렸다 생각안해요. 그런데 우성씨는 내가 틀렸다 말하네요. 마지막까지”

“아니, 지연씨가…”

“나 보다 좋은 사람 꼭 만나 원하는 사랑 하시길 바랄게요”

 

지연의 손목을 잡고 있던 우성의 손에 힘이 사라져 놓아졌다.

지연은 그렇게 우성을 뒤로 하고 걸어갔다. 

 

그리고 미용실로 향해 긴 머리카락을 잘랐다.

오늘은 꼭 그래야만 했다. 

 

“아까우시겠어요”

“아까울까요?”

“이렇게 길게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쉽지 않은 일은 머리카락을 기르는 일 뿐만이 아니니까. 어쩌면 머리카락을 기르는 일은 쉬운 측에 속할지도 몰랐다. 살아가는 일이란 그런 것이었다. 

 

지연은 그렇게 잘 살면서 몇번의 만남과 이별을 하며 어느새 스물 아홉의 끄트머리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곧 있을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많은 계획을 하기 시작했고 지연에게도 상담이 몇번인가 들어왔다. 

 

얼마전 있었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지연이었다. 어쩐지 서른이 되는 날 올 것 같은 사람 때문이었다. 

 

“지연씨, 이번 크리스마스는 솔로야? 내가 좋은 사람 아는데 소개시켜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결국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고 만 지연이었다. 

 

기정은 서른이 되는 날 자신을 찾아올까? 많은 이성들이 지연이 혼자라는 걸 알고 크리스마스에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얘기를 했지만 지연은 끝내 거절하고 혼자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남은 일주일의 시간이 생에 가장 오랜 시간처럼 천천히 흘러갔다. 기다리다 보니 지쳐갔다. 동창을 통해 기정도 혼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의 번호까지도 얻었는데 차마 연락은 하지 못하는 지연이었다. 

 

자신이 기정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 패배한 것 같아서, 그리고 기정은 그러한 일을 평생을 후회하게 되어버린다. 

 

“내 꿈을.. 니가 이뤘네..”

 

1월 2일, 기정의 얼굴을 반히 바라보는 지연이었다. 초상화 속의 기정의 모습, 1월 1일. 그는 생을 거둔다. 

 

“서른이 되면 죽을 꺼야” 라고 말하던 건 지연이었는데, 기정은 서른이 되던 날 세상을 떠났다.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워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지연의 바람을 대신 이룬 기정을 보며 지연은 미워해야 할지, 고마워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워하지 않을 꺼야. 미울 뿐이니까”

 

제대로 인사도, 향도 올리지 않고 부조도 하지 않고 장례식을 빠져나오는 지연이었다. 평생을 원망하기도 싫고 이대로 끝내 버릴 것이었다. 잊을 것이었다. 

 

“니가 뭔데, 감히! 나는 괜찮아질 거야.”

 

지금까지 다르게 단장을 하며 완전히 달라지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지연이었다. 그를 잊기 위해 바보 같은 모습을 완전히 보내주기로 했다.

 

눈물쯤 은 흘러 주기로 했다. 딱 오늘만, 슬픔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니까.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그리움이 거친 파도가 되어 지연을 덮쳐왔다. 

 

“….”

 

그러던 날, 기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얼마전 큰 사기를 치고 죽은 척 위장했다는 그런 소식이 들려왔다. 

 

“그럼 장례식은?”

“경찰들이랑 보험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라던데? 빚도 보험비로 다 갚았다고 하던데?”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믿고 싶었다. 그리고 찾아내야겠다 생각했다. 

 

“찾을 수 있을까?”

“경찰이랑 보험사도 못 찾는 걸 어떻게 찾아? 이미 외국으로 떴을걸?”

 

지친 하루 끝에,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늘 비참하기 그지없었는데, 웬 거지가 여기 있다고 느꼈는데, 그가, 기정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자 오랜만에 자신의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살기를 원하는 눈빛, 찾기를 원하는 시선이었다. 

 

“그지 새끼, 내가 찾아낸다.”

 

당장 필요한 짐이 뭔지 몰라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챙겨, 기정을 찾아내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지연이었다. 

 

그리움을, 그리움으로만 남겨놓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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