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아이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배주현
제목: 운명의 아이
운명의 다섯아이 중 하나.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참아야 했다.
아이였을 때부터 어른처럼 행동해야 했지만
그런 주현에게는 운명보다 강한 동심이 존재했다.
오래전 깨어진 운명의 조각,
그 조각이 몸 속에 박힌 채 태어났다고 한다.
조각은 주현의 어깨 위로 점이 된 채로 있었다.
가끔 만져지는 느낌도 들고
점이 난 곳이 쑤시고 아팠던 주현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싫어서
아파도 아픈 티 안 내고 참았다.
다른 네 명의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늘 큰언니, 큰누나의 역할을 해내며 버텼다.
“누나, 나 저거 하고싶어”
“그래, 하고 와 근데 어른들 오시니까 잠깐만 하고 와”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보호’라는 명목하에
자유롭게 살지 못했지만
다른 운명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겪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과 같이 있는 동안은 하고싶은 걸 학 해줬다.
자전거를 탄다던 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던 지
그냥 보통의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예리와 슬기가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자
큰 언니인 주현에게 알려달라고 하지만
주현도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알지 못한다.
눈대중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
페달을 닯으며 손잡이를 중심가에 놓는데
잘 나아간다. 넘어지지 않고. 처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와 언니 잘 탄다!”
주현의 자전거 솜씨에 놀란 아이들이었다.
주현은 곧 자신의 배움을 그대로 동생들에게 전해준다.
운명의 아이라는 거대한 과제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
그들에게는 각각 다른 모양의 점들이 있었다.
다섯 개를 모두 합치면 하나의 구가 되었다.
“운명 따위”
지금은 감당하지 못할 거라며 나중에 의식을 치를 때 알려준다고
자신들이 어떤 운명의 아이인지도 모른 채로
그저 참고, 수련하고, ‘어른’처럼 잘 해야 하는 아이들이었다.
수련을 핑계로 동생들을 데리고 와 자유롭게 놔두는 주현.
어쩌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자주 하면 들킬 테니까.
어렸을 때 자신을 돌 봐주던 조이라는 언니가 이렇게 가끔이나마
아주 가끔, 주현을 바깥으로 꺼내 주었다.
그러다 들킨 이후로부터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마음대로 주현을 밖으로 데려 나가 쫓겨난 모양이었다.
나중에 웬디 언니를 다시 찾아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꼭 말해주겠다고 다짐하는 주현이었다.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살아왔다고 전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선 먼저 어른들의 손아귀부터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자신들이 짊어질 운명이 어떤 운명인 것인지도 몰랐다.
“운명이 뭐길래”
주현은 자신이 처한 운명이 무엇인지 궁금하진 않았다.
오히려 사랑과 같은 운명이야기라면 환영이었다.
“어떤 대단한 운명이길래”
아이들과 놀고 있을 때,
갑자기 운명의 조각(점)이 후끈거렸다.
이는 주현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언니!!”
“누나”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아이들은 곧 주현을 향해 달려왔다.
“너희도 아파?”
“응. 여기가 너무 아파”
“나도”
“무슨 일이지, 아..으..아아”
어깨 위로 난 점들이 너무 아파 신음소리를 내는 다섯 아이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다섯 아이들,
주현이 눈을 떠 보니
밤인 된 채였다.
앞에는 애들도 고통에 신음한 채 잠들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다행히 밤 공기가 찬 건 아니라 목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애들아, 일어나봐”
주현은 그들을 깨우는데, 애들의 점이 사라져 있는 걸 알았다.
주현은 놀라 자신의 점을 확인해보는데,
한 조각을 뺀 네 조각이 하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놀란 주현이 아이들의 운명의 조각을 확인했다.
숨을 쉬지 않는 세명의 조각이 사라지고
숨을 쉬고 있는 슬기의 조각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무슨 일이.. 슬기야 슬기야 일어나봐”
“어, 언니”
몹시 힘 겨워하는 슬기,
그 앞을 자세히 보니 어른들도 주검이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주현이 쓰러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언니, 꼭 살아남아야해”
슬기가 힘겨워하면서 점차 숨이 끊겼다.
그러자 슬기의 운명이 슬기의 팔과 손을 타고 주현에게로 흘러들어왔다.
그렇게 다섯 조각으로 나뉘었던 운명의 조각이 하나의 구를 이루었다.
그때 저 만치서 걸어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그 뒤에는 찢긴 날개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쳐다보니 그런 건 없었고 그냥 천천히 주현에게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운명의 아이들인가, 이제는 그냥 운명의 아이라 불러야 겠군”
“누구세요?”
그는 주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네게, 운명을 부탁하러 온 사람이지”
“제게 운명을요?”
주현은 운명의 조각이라 불리던 점들이
희미한 빛을 띄우며 자신의 몸을 돌아다니는 걸 느낀다.
“이건..”
주현과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사람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운명이군”
운명이라는 말이 이렇게 아리송하게 들리는 걸까,
“운명이라는 게 무슨 말인거죠”
“우리는 정해진 삶을 살지만, 너는 그 삶을 결정하는 자”
“네?”
“오래전, 너와 같은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 불렸지”
운명은 신의 힘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었다.
오래전 신을 거역한 자들이 신살 행위를 하며 신성을 모독했지만
신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간이 신의 힘을 다루지는 못했다.
신은 끝까지 자신을 따르던 인간들에게
수천년간 정제된 힘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를 부여한다.
그렇게 ‘신’이라는 이름을 감추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어 온 힘들이 깨어난 것이었다.
“운명의 아이, 다른 이름으로 신의 아이.”
그녀는 주현에게 무릎을 꿇으며 양 손을 벌려 찬양의 자세를 취했다.
“운명이시여,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목이 막히는 주현이었다.
운명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운명의 아이란 것이 신의 아이라고..?”
그럼 자신은 신의 아이라는 것인가?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눈 앞에서 죽은 이 네 명의 아이들은 무엇이 되는 건가.
“한 명의 신으로부터 인간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되기에는 수만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뒤로 걸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래서 조각을 나눠 더 빠른 시간에 정제했지”
주현은 잊혀진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태어날 때부터 이 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야 기억난 기억일 뿐이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최초의 기억부터 함께한 운명의 조각이었는데
“운명의 조각을 가지고 도망친 자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모두 회수했다.”
주현은 자신의 기억속에 지워진 기억이 떠올랐다.
운명의 조각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자신에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을 돌봐 주었던 웬디에게도 운명의 조각이 있었다.
주현은 웬디보다 조금 더 작은 조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웬디의 조각과 주현의 조각이 하나가 되었다.
“…”
짐작하고 싶지 않은 짐작.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는 불운.
“웬디 언니를.. 어떻게 한거야..”
남자는 눈짓으로 쓰러진 아이들을 보았다.
“자격이 있는 자만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겠지”
두 사람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주현에게 다가왔다.
“지금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네가 정제한 그 힘을, 나는 가질 자격이 있다.”
모든 일들의 배후였다.
주현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의, 우리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자격이라고..?”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훈련들,
운명을 받아들인 운명은,
신의 힘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그 자체였던 것이었다.
그러는 중 이제는 필요가 없어 쓰러진 것이었다.
어쩐지 분명이 어렸을 때 염력 같은 걸 사용한 거 같은데
그런 사용법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제의 마루타.
신의 힘의 다른 이름인 운명의 사용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주현은 그들에게 쉽사리 자신의 것을 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희망을 앗아갔으면서 대가가 없을 줄 알았어?”
“무슨 소리지?”
곧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주현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저 멀리 날아갔다. 한 명은 한강에 빠지고 한 명은 벽에 박혀버렸다.
한 명은 물속이라 살았을 지 모르겠지만 한 명은 즉사였다.
“염..력?”
주현은 기억을 떠올렸다.
웬디 언니가 주현에게 살며시 알려준 일.
‘주현아, 이 사실은 절대로 누구한테로 발설해서는 안 돼, 누구 앞에서도 보여선 안되고’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덕분에 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전개되는 주현이었다.
“나는 단순한 정제자가 아니야”
주현은 팔을 뻗었다.
닿은 곳은 허공이었지만
남의 목이 꺾여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다.
놀란 여자가 도망치다가 남자와 같이 목이 꺾였다.
“나는, 운명이다”
주현은 곧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무기를 버렸다.
그리고 주현에게 머리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운명이시여”
주현은 그들 사이를 지나쳐 한강으로 걸어 나갔다.
물 위를 천천히 걷는 그녀, 주현.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운명,
운명에 대해서 생각하는 주현이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아직 운명이 더 남아 있다는 사실
여전히 정제되고 있다는 사실도 느껴졌다.
“그래, 되어줄 게 운명이”
주현은 그들의 위치를 느끼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운명이 되어서, 운명을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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