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수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진수진
제목: 진짜는 말이야
‘인생’이란 허망한 것이었을까?
수진은 남들은 그만하면 됐다고 하는 정도로 엄청나게 노력했다.
수진의 노력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감히’노력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노력했다.
그렇게 얻어낸 많은 것들 밑에는 실패로 쌓은 발판들이 존재했다.
원하는 일에 대해서 힘이 들어 포기하기 싫어서
체력을 길렀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일이 없는 날도 등산을 올랐고
글러브를 끼고 주먹을 내지르며 권투를 배우기도 했다.
산과 친했지만 바다 와도 멀지 않게 지내며 서핑도 잘하며
서핑강사 자격증까지 따낸 수진이었다.
인생의 쓴 맛을 초반에 많이 경험하던 수진에게
어른들은 이제 단맛만 느낄 거라고 조언해주고는 하였다.
수진은 그게 정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단맛 중 제일은 사랑이길 바라는 마음이 수진의 본심이었다.
수많은 스쳐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항상 노력했던 수진은 사랑에서도 진심이었다.
수진이 진심이지 않은 사랑은 없었으나,
사랑이 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부터 잘해준 사람들은 항상, 처음만 잘해주는 사람들이 되었고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던 사람도 나중에는 말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사랑에 지친 수진은 이제 사랑 따위는 없어도 되겠다 싶을 때였다.
수진에게 ‘강연’을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무료로 진행된다고 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던 수진은 그 문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한 번 해볼까?”
안돼도 밑져야 본전이고 앞으로 할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고
어쩌면 여기서 자신을 지치게 했지만
다시 또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잖아?
여러 상상속에서 현실에 일어날 일이 적어도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만족을 주기에
수진은 자신에게 온 문자대로 시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신청했다.
그렇게 신청자체를 잊고 있었던 어느 날.
합격문자가 오고 날짜가 왔다.
생각과는 다르게 몇 번 나가지는 못하는데
그곳에서 동호회를 만들자는 제안에 가입하게 된 수진이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늘어가는 사람들.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던 사이에
그냥 스쳐가는 인연들이겠지 라는 생각들이 들자
수진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밖에서는 유난히 많은 비가 내렸다.
조금만 더 있다 가야겠다 생각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느때처럼 수진에게 달려와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많은 남자들
수진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척 마는 척 대꾸해줬다.
그때 늦었다며 어느 한 남자가 등장했다.
유난히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빼앗기는 수진이었다.
몸이 그를 향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았지만 이미 온 몸이 그를 향해 달려갈 준비를 하는 수진이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줬지만
그 사람은 테이블이 달라서였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일 하시고 있으신가요?”
귀를 기울이며 기다리던 수진은 먼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은 그냥 백수지망자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회사를 막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직 적응 안 돼서 백수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피식 웃는 수진이었다.
웃긴 말도 아니었는데 미소가 새어져 나왔다.
식당을 나오는데,
사람들에게 줄 게 있다며 클로버를 나눠주는 백수였다.
“이게 뭐예요?”
수진은 문득 남자가 궁금해졌다.
그날 남자를 바라보며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얼마 후 그 남자는 일을 그만두고 피시 방 알바를 시작했다고 했다.
“알바를..?”
그 소식을 듣고 문득 눈앞에 보이는 피시방을 보고
수진은 피시방을 들린다.
여기서 그 남자가 일할 확률은 제로였지만
그냥 그 백수, 아니 그 남자가 일했다고 하니까 괜히 들어가 본다.
그래도 한시간만 오랜만에 해볼까?
예전에 인쇄소를 못 찾아서 프린터가 급히 필요할 때면
피시방을 돌며 인쇄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수진이었다.
이제는 피시방도 많은 게 바껴서 알바를 찾아갈 필요도 없어
금액 결제도 무인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이래서 피시방 알바를 한다고 한 건가”
일이 쉬워서 그런 가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더럽히고 간 자리를 치워야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사실상 청소 알바로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때 동호회에서 모이는 자리가 근처 식당이길래
한 번 보는데 그가 나온다고 했다.
수진은 자신도 참석하겠다고 하고 그를 만나러 갔다.
그와 오랜만에 다시 만나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수진이었다.
그는 여러 얘기를 꺼내며 얘기를 꺼냈다.
결국 그도 그에 대한 얘기를 수진에게 꺼내는데
근데 여태까지 남자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수진도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들이 말했을 때 보다
더 들으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게 되고 그러다
국물이 옷에 튀자, 옆의 남자는 바로 준비한 물 티슈를 내미는데
그는 멀뚱히 수진의 표정만 쳐다보았다.
무슨 표정이었을까?
수진은 그 표정의 진의가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고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쭈뼛쭈뼛 옆자리를 걷는 그였다.
그러다 다른 남자가 수진에게 말을 걸면서
옆자리를 내줘야 했다.
수진도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자를 뿌리칠 수는 없었기에
결국 그와는 한마디도 못하고 그 자리는 끝이 났다.
수진은 그는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수진의 곁을 맴도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우연히 그가 일하는 피시방이 수진이 갔던 곳이 맞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간대가 달랐던 것이었고, 그 시간대에 피시방을 들리는 수진이었다.
그러면서 그와 말을 하게 된다.
“어, 여긴 어떻게 왔어요?”
“원래 피시방 자주 와서요”
“아 그래요? 무슨 게임해요?”
“아, 그 로로롤?”
“아 진짜요? 재밌어요? 나는 재미었던데”
“나르가 귀엽고 재밌더라고요”
수진은 그가 뭘 좋아하는지 그때 알게 된다.
그가 좋아한다는 게임을 자신도 해봤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가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하자고 말을 했다.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이후 같이 하는 시간은 없었다.
그냥 빈말이었던 걸가?
수진은 그의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는 지 생각해보았다.
“좋아하는 걸까?”
그러기엔 그는 너무 볼품없었다.
자신이 가진 것이 더 많았다.
자신은 실패를 발판 삼아 도약했지만
그는 실패 그 자체가 본인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희망을 말하긴 했으나,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였다.
그래서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무시했다. 그런데 마음이 왜 그랬냐고 자신을 혼내는 모습을 발견한 수진이었다.
“아무 연락 아니 었잖아.”
그를 볼품없다 라는 결론을 지은 수진이었지만
여전히 그가 생각났다.
그러다 문득 우연히 길가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됐다.
알바를 가는 그와 직장에서 퇴근하던 수진이었다.
몇 번인가 이런 상황을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득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수진은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네요”
“아 안녕하세요, 네 퇴근하는 길이었어요. 출근하시는..?”
“아 네, 오늘은 야간 알바를 하기로 해서”
“매일 시간대가 변하시나 보네요”
“틈틈이 빈 구석을 채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수진, 그렇게 안녕을 말하려고 할 때.
“그럼 살펴가세요. 곧 또 뵐게요”
라는 말을 하고 서였다.
또 보자는 말과 곧이 만난 말.
수진 스스로도 그 말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곧 또 보고싶어서 한 말인지, 그냥 지나가는 말인지.
그때 그가 말했다.
“네, 곧 또 봬요!”
곧 또 보자니, 보고싶단 말인가 보고싶었단 말인가?
문득 자신이 먼저 그 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 달았다.
땅거미속 그림자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퇴근을 피시방으로 해볼까 하다가 멈추고 다시 앞으로 걷는 수진이었다.
그와 멀어지고 있었는데 그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화장을 지우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오해하진 않았겠지 신경 쓰였다.
그러면서 미소 지으며 그가 내뱉았던 ‘또 봬요’가 떠올랐다.
“언제 봤다고 또 봐, 보고싶다는 말도 아니고”
보고싶으니 또 보자는 말이었으면 모르겠는데
지나가다 만난 것도 본 건가 싶었다.
“그냥, 마지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화장을 지우며 수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보고싶었던 건 아니고 그냥 또 보자는 것도 아니고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 건 또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그러다 문득 아침에 거의 한 숨도 못 잔 수진은 서둘러 채비를 하고 출근길을 나섰다.
그가 퇴근할 시간대였는데, 마침 그가 보였다.
겨울은 이미 지난지 오래고 봄의 시간이었는데
아직 한기가 멈추지 않았는지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뭐야 웬 눈이”
그 목소리에 그가 수진을 발견하게 된다.
“어 수진씨 안녕하세요”
“아 네”
그의 이름을 부르려 할 때 그가 주먹을 쥐고 후 불더니
“날씨가 아직 춥네요, 눈도 오고, 이거 선물이예요”
이제 막 뜯은 핫팩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수진이었다.
그때 그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을 때
“저기!”
“아 네?”
그의 모습이 문득 산타와 같이 느껴지는 수진이었다.
“오늘 출근하기 전에 저녁식사 할래요?”
“저녁이요? 네 좋아요!”
하더니, 그가 갑자기 휴대폰을 뒤지더니,
“아, 혹시 다음주도 괜찮으실까요?”
“제가 살게요”
“아.. 하하..”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아마도 아직 알바비가 안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는 참 볼품이 없는데
유일하게 수진을 웃게 만들었다.
어떤 누군가 그랬다.
진짜는 스스로 들어내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수진은,
그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유일하게 알아보는 사람이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봬요. 아 이거 제 번호예요”
“아, 네!!”
그의 표정은 바닥에 쌓이는 흰 눈 보다 하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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