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정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류수정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유수정
제목: 오늘밤이 지나면
“오늘은 기필 고 성공하는 거야!”
수정은 일 년 중 두 날을 가장 기다렸다. 바로 설날과 추석이었다. 그때가 되면 전국의 가족들이 모두 모여드는 한민족의 대 명절이었다.
“이번에도 온대? 그 수원이 형?”
“어 이번에도 온대”
수정이가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수원이네 가족에 있었다. 자신의 가족들도 찾아오긴 하지만, 그것도 기쁜 일이긴 하지만 수원이의 가족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더 기뻐하는 수정이었다.
수원이의 사촌 형인 수원을 기다리는 수정이었다. 수원과 수정은 동갑내기 친구로 거의 불알친구마냥 어울려 다녔는데, 가끔 수원이네 놀러 온 수원이 있으면 세 사람은 함께 놀았다.
깨 버린 동네 창문은 이미 세 사람의 손가락으로 다 세어도 부족할 지경이었고, 도랑에 빠트린 공의 가격만 치면 이미 백만원은 넘었다. 어렸을 때는 이런 비싼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 채 그저 혼을 내는 어른들이 무섭고 싫었을 뿐이었던 세 아이들이었다.
수정이도 성호에게 처음부터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같이 놀다 보니까 성호가 남자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수원이랑 다르게 자신을 지켜줄 때였다.
이제는 어렸을 때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순간의 설렘의 기억은 지속하여 남아 이제는 수정이의 마음속에 성호를 남겨버린 상태가 되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괜히 수원이게 말하면 두 사람은 가족이니까 귀에 들어갈까 봐 수원이에게도 꼭꼭 숨기는 수정이었다.
“어디보자”
수정이는 성호가 오게 되면 어디를 갈 수 있을까? 교묘하게 데이트 같은, 그러나 데이트는 아닌 그런 코스를 연구한다. 이를 잘 가기 위해서는 수원이도 자신을 잘 따라줘야 하는데 평소에는 이런 대 안 가더니 니가 웬일이냐며 요즘들어 토를 달기 시작한 수원이었다.
사실 수원이 수정이에게 토를 달기 시작한 건 수정과 성호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였지만, 점점 확신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수정이가, 성호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이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호뿐만 아니라 수정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꼴이 왜 이렇게 싫은 지 그래서 학교에서 꼭 옆에 붙어서 남친 행세를 하고, 그럴 때마다 욕을 뒤지게 먹는 수원이었다.
“그 자식, 요새 남친 행세를 하는 것 같단 말이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두 사람은 아주 오래된 우정이었다. 두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두 사람의 어머니가 알고 있었다. 우연하게 서로 결혼을 하고 며느리로 들어왔을 때 바로 옆집에 친구가 있는 걸 알게 되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이었던가.
서로 그렇게 의지하며 지내던 수원이의 엄마와, 수정이의 엄마였다. 그렇게 태어나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두 사람이었다.
여자들이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여자들의 특권의 순서가 비슷해 진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수정이와 수원이의 생일도 불과 한달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넌 나한 테 누나라고 불러”
“니가 나한 테 오빠라고 불러”
“야, 내가 너보다 무려 17일이나 빨리 태어났거든?”
“내가 너보다 약 17CM 정도 크거든/”
“개오바, 17센티미터는 개오바야 180도 안 되는데”
“160도 안 되는 게!”
“160은 넘거든!”
수원이의 마음은 전혀 관심 없는 수정이었다. 그저 수원이를 보면 딥 빡이 도는 순간이 많았다. 솔직히 엄마 아니었으면, 그리고 엄마 친구 아들 아니었으면, 옆집에 바로 사는 게 아니었으면 수정이 입장에서는 수원이를 벌써 열 번도 넘게 절교를 했을 친구였다.
두 사람이 소원해지면 꼭 두 엄마가 나서서 해결해주고 있었다. 은근히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였다. 보다 못한 수정이가 엄마한테 큰소리로 화를 냈는데, 그때 자신의 절대 지켜야 하는 비밀까지 누설해버리고 말았다.
“엄마! 나 수원이는 절대 아니야! 그 사촌 오빠인 성호오빠면 모를까?”
“성호..?”
그렇게 수정이는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었던 혼자만의 비밀을 온 가족의 비밀로 격상시키고 말았다. 그렇게 설날이 오면, 또 추석이 오면 성호와 수정이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를 위한 온 가족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럴 때마다 수정이는 이마를 팍 치며, 아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으로 후회를 하곤 하지만 온 가족이 적극 지원해주는 덕분에 오히려 성호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 인 것 같기도 했다.
문제는 복명, 수원이었다. 수원이는 눈치가 없는 건지 꼭 두 사람만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껴 있었다. 가족들은 이 사실을 보며 은근히 즐기는 눈치였다. 이미 수정이가 눈치챌 정도면 사실 양가족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수원이가 수정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수원이는 누구에게도 절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말보다 빠른 행동으로 인해서 모를 수가 없는 처지였다.
등교도 수원이는 굳이 성적을 낮춰 수정이가 합격한 고등학교를 들어가지 않나, 매일 아침 먼저 일어나서 수정이의 가방이며 챙겨야 하는 짐들을 대신하여 챙겨 들고 등교했다.
거의 남자사람친구를 넘어, 주종관계와 같아 보였다. 수정이는 처음엔 익숙한 이런 행동이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다가 점차 수원이를 밀어내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데, 수원이는 그럴 때마다 화났냐고, 울먹이는 상태까지 되기에 이르렀다.
“수원아, 너 나 여자로 보는 거 아니지?”
당황한 수원이의 모습에 수정이는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가 이번 설날에도 성호 오빠와 단 둘이 데이트가 아니라 수원이가 끼어 있는 삼자 데이트가 될 게 뻔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일을 막아서야 했다.
“여자로 보지, 그럼 남자로 보냐? 너 나랑 같은 목욕탕 들어갈 수 있어? 그럼 여자로 안 볼 게”
뭐지? 자신이 예상한 그림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밑그림과 색칠, 꿀 먹은 벙어리는 수원이가 할 행동이었는데, 오히려 자신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있었다.
“아니, 그.. 그치 내가 여자지, 남자는 아니야”
“그치, 여자를 여자로 보는 게 잘못됐어?”
“그 여자가 그 여자는 아니지?”
“여자가 여자지 그럼 달라?”
“아니, 그러니까. 아냐 됐어. 그래, 나는 근데 너 남자로 안 봐“
“야, 나 남자야”
“뭐 내 입장은 그렇다고, 우선 잘 들어가 고마웠어”
성호가 거의 반 강제로 뺏았다 시피 해서 들어준 가방을 들고 얼른 집으로 도망가듯 들어오는 수정이었다.
집에 급하게 들어온 후 문을 닫고 기대선 수정, 조금 전 장면을 다시 머릿속으로 되 집어 떠올린다.
수원이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리는 것 같았다. ‘여자로 봐’ 라는 말 한마디가 강하게 스피커가 상승되어 들린다. 허공에 발차기를 날리는 수정.
“여자로 보긴 뭘 여자로 봐! 아우 씨 하여간 내 인생에 도움 하나 안되는 놈!”
수원이 때문에 놓친 남자친구가 몇 명인지 이미 손가락으로 셀 수 없었다. 이거 솔직히 스토킹 아니냐며 따지고 있어도 이미 수원이와 수정이 사이의 친구들은 둘이 잘 해보라며 기도 메타를 올린다고 했다.
이미 둘이 사귄다 안 사귄다 내기를 한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수정이가 오죽하면 여고를 갔어야 했다고 후회할 정도였다.
“아니, 이거 진짜 스토킹이야 신고해야 돼”
수정이는 휴대전화를 꺼내 112를 눌렀다가 다시 팔을 밑으로 내린다. 어릴 때부터 봤던 친구를 신고할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수원이와 멀어지면 성호 오빠를 볼 수 있는 기회도 사실상 박탈당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아, 얘를 신고해버리면, 성호 오빠 랑도 끝이지, 성호 오빠…”
성호라는 존재는 수정이에게 양날의 검과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성호가 아니었으면 수원이랑 잘 해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 신경도 좋고, 특히 여자한테? 아니 자신한테는 깍듯이 중전 모시듯 잘한다. 다만 성호를 포함해 다른 남자와 가까이 붙어 있을 때 통곡의 벽이 되는 문제점만 존재할 뿐이었다.
성호오빠 때문에 수원이와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수정이었다. 수원이에게도 미안하다. 하지만 성호라는 강력한 존재가 있어서 그런지 수원이는 정말로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가 남자를 사귈 수 있냐 없냐의 척도는 그와 키스를 할 수 있냐 없냐로 결정된다고 하는데 성호와 키스하는 상상은 이미 거의 매일 밤 진행되고 있었다. 수원이랑은 그런 상상조차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일이 있으면 차라리 혀를 씹어 죽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생각도 안 했지만 하려고만 해도 토나와. 우엑”
“뭐야, 토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문, 그 사이로 살짝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수원이었다. 수정이는 깜짝 놀랐다. 뭐냐고, 너 남의 집 비밀번호도 알고 있냐고.
“너도 우리집 비밀번호 알잖아. 그리고 제대로 안 잠겨서 너 신음 소리 내는 거 들리길래 걱정 돼서 봐줬더니 왜 시비야, 속 안 좋아?”
“그치, 나도 너네집 비밀번호 알고 있지. 아니 그게 ! 아우씨 ! 손 치워!”
자연스럽게 수정이의 이마에 손을 올리며 열이 있나 부터 확인하는 수원이었다. 보통 이런 행동은 썸 이상의 기후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설레는 행동이겠지만, 떨려 하는 건 아무도 없었다. 수원이는 속으로 떨고 있었을 지 몰라도 겉으론 티 내지 않았고, 수정이는 그저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다.
“됐고, 이번엔 확실히 성호 오빠 내려오시는거지?”
“몇번을 물어, 내려 온다니까”
“그때, 너 온다고 했는데 안 왔잖아!”
수원의 입장에선 데이트, 수정의 입장에선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였던 시간이 지난 추석에 있었다.
분명히 추석이라 내려온다고 했던 성호가 집안 사정으로 약속을 취소하고 못내려왔다. 성호는 이 사실을 당일날 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는지 작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수정이 입장에선 약속을 취소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동안 자신에게 잘해준 수원이랑 노는 것도 뭐 썩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남들이 했던 소리가 수정이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수원이 쟤, 너 좋아하는 거 백퍼라니까’, ‘수원이 맘 언제 받아 줄거야?’, 확실히 단 둘이 즐기는 여행 같은 코스, 데이트 코스와 같은 놀이에서 보여준 수원이의 행동은 수정이에게 부담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수원이는 있는 척 없는 척, 무조건 절대로 아닌 척을 했고, 수정이는 애써 모른 척했다. 절대로 모른 척할 것이다. 자신의 남자친구는 수원이가 아니라 성호 오빠여야 하니까!!
“이번엔 진짜야, 그때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거고”
그렇게 기다리던 설날의 아침이 온다.
오늘밤이 지나면 오는 날이었다.
그리고 아침 날 미리 짜둔 코스를 가는데, 수원이가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빠진다.
항상 바라던 순간이었는데,
성호와의 단 둘이 데이트.
그렇게 밤이 오기 전까지,
또 오늘밤이 지나면
수정이는 성호를 더 이상 친구 오빠가 아니라,
남자친구로,
그래서 부르는 ‘오빠’라구 부를 자신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떠난 수원이가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항상 곁에 있어서 찾을 필요도 없었던 수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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