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혜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주연
제목: 주연시대
“뺏어 갈 수 있을 테면 뺏어가봐”
주연은 어렸을 때부터 받았던 신부수업에 신물을 느끼던 인물이었다.
재벌가로 태어나 가문을 위해 사용되는 소모품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삶.
그런 삶을 저항하며 주연은 어렸을 때 부모님 도움 따위는 받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잘 살수 있음을 증명하며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이런 부분이 불가능하다고 느껴
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가족들에게 숨긴 채 해외로 나왔다.
그렇게 만나게 된 게 ‘영수’였다.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같은 동양인으로만 알고 지냈다.
영수가 한국인 인 줄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됐던 주연이었다.
이유는 영수가 마치 한국인이 아닌 척 행동했기 때문이었는데
참 재밌는 게, 마치 운명은 끼리끼리의 법칙처럼 적용이 되는 건지
영수도 주연도 모두 도피처를 찾다가 이 곳까지 오게 된 재벌가의 자제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서로를 위해 철저히 비밀로 숨겼던 두 사람이었고
결혼을 약속하게 됐을 때, 가족이 없다라는 말이 사실은 거짓말이었고
진실을 알려주게 됐을 때 서로의 진실을 그때서야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명이 아닌 실제 이름인 영수와, 주연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양가에서 두 사람을 결혼시키려고 했었던 부분이 밝혀진다.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그러게, 이럴 줄 알았으면 도망오지 말걸, 아니 네가 도망왔으니까 도망을 왔어야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건가?”
영수와 주연은 서로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 도망을 왔다.
그리고 도망을 온 장소에서 이렇게 몇 년간 모르는 사람에서 얼굴만 아는 사람, 그리고 손을 잡는 사이, 이제는 서로를 탐닉하며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 까지가 된 거다.
결혼도 알아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허락을 구하러 가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그래도, 허락 안 구할래, 결혼하고 통보하자”
“좋아.”
영수 주연은 그렇게 약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도 정말 믿을 수 있는, 해외에서 사귄 친구들만 초청했다.
그렇게 약소한 결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은 결혼 소식을 굳이 집안에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두 사람의 부모님이 찾아왔다.
두 사람을 어렸을 때부터 알았던 변호사들도 잔뜩 대동하고 나서였다.
“이 녀석들. 그렇게 싫다더니 결국 만날 운명이었구나”
그렇게 재벌가들의 결혼이 몰래 성사되었고,
부모님은 어차피 너네 둘이 만난 거고, 우리 가문에도 좋은 일이니
한국으로 들어와서 대 놓고 다시 해라, 너희 결혼 지지한다. 이런 말을 꺼냈다.
“동물원 우리로 스스로 들어가는 동물은 없어요.”
주연은 그런 부모님들의 말을 거절했지만,
두 사람의 삶은 이 재벌가의 혜택을 받고 사는 모든 순간 이미 종속된거라 말한다.
“그래서 인연 끊었잖아요. 멋대로 찾아와 놓고”
“멋대로 라니, 때가 돼서 온 가지”
도망친다고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며,
두 사람을 이미 지켜보고 있었는데 알아서 잘 만나길래 그냥 둔 것이라고 말하는 두 재벌가였다.
정말 웃어른만 아니면, 거기다 부모님만 아니면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주연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 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고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연로하였으니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식날은, 이 날이 좋다고 하더구나”
“아빠, 우리 이미 결혼 했어요. 뭔 결혼식을 더 해요?”
“그건 너희 둘만의 장난이지, 진짜 결혼식을 해야지”
“싫어요. 나는 여기서 살 겁니다”
완강히 저항하는 주연이었지만 다음 날, 정말로 자신이 손바닥 안에서 놀았음을 알았다.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만에 이유도 모른 채로 짤리고, 월세는 2배로 갑자기 인상되고 친절했던 이웃 주민들은 어느새 남보다 못한 원수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러게, 나는 지금까지 내가 내 능력으로 먹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을 것이었다.
능력으로 먹고 살 수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 능력을 봉쇄당한 것이었다.
자유롭게 산다는 자체가 아무 도움을 받지 않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재벌가들의 방해도 없이 살아야 하는 전제까지도 추가된 것이었다.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망, 그게 바로 재벌들의 삶이었다.
어떠니, 이제 체감이 되니? 라고 물어오는 아버지의 혀를 잡아당겨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었던 주연이었지만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꾹 참는다. 정말 싫은 부모였다.
“이제와서 왜 이런 거죠?”
‘너희가 하나가 되었으니, 우리의 사업도 하나가 되어야지”
주연은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와 성대한 결혼식을 연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유명한 사람들이 대거 몰였다.
매우 성대한 결혼식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주연은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집안의 파워는 자신의 집이 더 셌기 때문에 눈치는 안보지만, 애초에 부모님을 모셔 산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영수도 이 부분에서는 주연에게 미안해 했다.
영수의 집에서 머무르는 건 영수의 집 조건이 아닌, 주연의 부모님의 조건이었다
주연이 영수네 집을 휘어잡는 걸 원하셨지만 주연은 오히려 가문의 치부들을 들어낼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어렸을 때부터 도망쳐나와 살다 보니, 집안의 치부를 자신도 모르는 게 문제였다.
비록 주연에게 눈치를 줄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영수네 가족들은 자신보다 위에 군림하는 주연의 집안을 미워했다.
주연은 어이가 없어서 이런 두 가문 사이에 우리가 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힘에 밀려 시름하고 있을 때, 아이가 생겼고, 낳았고 또 생기고 낳기를 반복하게 된 주연이었다.
어느새 여섯명의 자식, 네 명의 아들, 두 명의 딸을 얻게 됐다.
시간은 매우 지나서, 주연은 거의 두 가문이 합쳐 지다시피 한 그룹의 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상임 이사는 자신의 남편이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을 때 남편은 이제 부회장까지 오른다.
모두 주연의 능력 덕분이었다.
주연은 자기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형제들도 모두 적으로 대했다.
그렇다고 영수의 가족들을 같은 편으로 삼은 건 아니고,
이들에 반대하는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 독자적인 자신의 세력을 ‘몰래’ 만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손바닥에서 놀아났는지, 그 기억을 토대로 그룹이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에 기획실에서 일하겠다고 말한 모습을 보고 회장님이자 아버진 깜짝 놀랐다.
기업의 뒤치닥거리나 하는 일을 굳이 왜 하겠다고 하는걸까?
“가장 더러운 곳을 알아야,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세척하는 지도 알잖아요?”
아버지는 반기며 기획실장으로 바로 주연을 일하게 했는데,
주연의 목적은 같은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않는 가족이기도 했으니까.
그 가족을 치는 일이었다.
그렇게 온갖 일들을 해오면서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새로운 수족을 만들었다.
시민단체와 비영리 단체도 몰래 지원하면서
남들은 모르는 끈을 통해 기업의 생태계를 쥐락펴락하게 된 주연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반드시 성사시키며 입지를 다지면서도 뒤에서는 기업의 약점들을 만들어내고, 찾아냈다.
그렇게 타이밍이 올 때마다 한 걸음 씩, 한 발자국씩 위로 올라선 주연이었다.
그렇게 어느새 아버지의 기업에서 사장급의 임원이 됐다.
그리고 주연과 영수가 결혼해 가족이 됐듯 두 그룹은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 하면서 결국 하나의 그룹으로 탄생했다.
재계서열 2위의 대그룹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여러 국가와 많은 기업들이 반대했던 일이었지만, 일을 성사시킨 주역인 주연은 자신의 성공을 축제로 열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좋은 일은 크게 알리고, 나쁜 일은 작게 축소시키는 것이었다. 그런 일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기획실이었고, 주연은 그곳에서 기업의, 아니 재벌가들의 생태계를 배울 수 있었다.
그동안 거부하고 외면했던 일들, 자신이 왜 거부했는지, 왜 외면하고 싶었는지가 여실이 다 들어나는 장면들을 보면서, 이들과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게 헛구역질 날 정도로 역하다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아들 딸 한테는 이런 모습을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이 재벌이었고,
주연처럼 다르게 살아볼 생각은 없었고, 자신들이 이 기업을 당연히 물러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했다.
최대한 갑질 하지 않고, 선량한 시민으로 키워보려고 했던 주연이었다.
그나마 희망은 막내딸이었다. 천성이 착해서 약했지만, 그녀만이 스스로가 싫어하는 재벌가의 주니어처럼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막내 딸이 대학교에 들어가게 됐을 때,
원래 일정대로 하지 않고 문득 딸에게 지금까지 딸이 살면서 보지 못한 것, 그리고 앞으로도 볼일이 없는 곳으로 딸을 데려가는 주연이었다.
그때, 예정된 일정에서 벌어진 테러사건.
만약 자신도 예정된 일정대로 행동했으면 그 테러에 휘말렸을 것이다.
놀란 막내 딸과, 더 놀란 주연.
주연은 그렇게 자기 남편과 막내 딸을 제외한 모든 자식을 잃었다.
점점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나게 된 딸에 대한 응징이자 형제들의 난이었다.
이전 처럼 자신의 손아귀에서 놀아야할 주연이,
계속 벗어나 결국 자신을 집어 삼킬 것을 두려워 제거해버린 것이었다.
이런 게 재벌이었다.
“재밌겠네”
주연은 이런 날을 위해서 아직 쓰지 않고 비축해 놓은 게 많았다.
기업의 기획실에서 핵심 자료는 늘 빼돌리던 주연이었으니까.
“재밌게 놀자니까, 재밌게 놀아야지”
사고를 보며 정신을 못 차리는 막내 딸.
그녀를 보며 주연은 너 만큼은 내가 지킨다 라는 다짐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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