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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수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by 라한(羅瀚)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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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수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성유빈

제목: 보도지침 

 

“뉴스 속보입니다”

 

침착하게 속보를 전달하는 유빈.

첫 여성 앵커로 발돋움하고 이제는 국민 앵커로 불렸다. 

 

재빠르게 대본을 넘겨주는 걸 그대로 또박또박 잘 전달하는 유빈이었다. 

그리고 현장으로 방송을 넘기고 화들짝 놀라서 스태프들에게 달려온다.

 

“이거 속보 어떻게 된 거예요?”

 

속보의 내용을 정확히 판단하여 

시청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던 유빈이었다. 

그런데 머뭇거리는 스태프들의 분위기. 

 

“유빈아, 그냥 시키는대로해”

 

멀리서 사장이 유빈을 다독인다.

 

“사장님? 이 내용 보셨죠? 이걸 그대로 하라고요?”

“니가 저 위에 서던가, 지금은 아래니까 말에 따라”

“못합니다”

“못해? 그럼 나가”

“네. 그럴 게요”

 

그날로 유빈은 방송국을 퇴사했다. 

국민을 속이는 방송은 할 수 없어서였다. 

누군가에겐 필요한 방송이었겠지만, 유빈이 믿는 신념에는 용납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이제 뭐하려고”

 

방송국에서 짐을 싸 들고 나오자 후배들이 기립박수를 친다. 

 

“그동안 못했던 거 해봐야지 연애도 하고, 결혼도하고”

“음. 뭐든 선배는 잘할꺼니까 응원해요”

“너도, 살아남고”

“네?”

“나로 시작이야. 나로 끝이 아니라”

“에이, 설마”

 

에이 설마는 현실이 되고, 

정부는 방송국을 장악한다. 

 

그렇게 방송국 사람들이 방송국으로 돌아가는데는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2년동안 유빈은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맸다. 

미국 최고 방송에 대한 기고문이었다. 

 

전직 대한방송의 메인 앵커였던 유빈이었기에 

아시아에 관련된 기고문을 썼다. 

 

“한국은 여전히, 어렵구나”

 

기고문을 쓰기 위해서 한국 뉴스를 보던 유빈은 쓴맛을 삼킨다. 

그렇게 아시아에 대한 기사를 쓰고 창밖을 본다. 

 

“아, 날씨 좋다”

 

유빈은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간다. 

요즘 만나고 있는 애인 ‘지웅’을 만나기로 했다. 

지웅이 차를 뽑아 들고 차에서 내린 유빈에게 바로 건넨다. 

 

“유빈이 네 후배들, 이번에 복직이라며?”

“소식 빠르네”

“넌 안 그리워?”

“나는, 여기가 좋아 넓잖아~”

“사람한텐 웬만하면 다 넓어”

“오빠는 한국 그리워?”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한국이 안 그리울 수 있나, 기억도 못하는 입양아들도 한국을 그리워하는데”

“입양도 아니면서, 그런 말은 실례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해”

“또또, 전직 앵커 아니랄까봐 바른 소리만 해”

 

지웅과 유빈은 마트에서 이것저것 산 다음 집으로 향했다. 

후배들이 복직한다니까 한 편으로 마음이 좋았는데

한 편으로는 지난 나들이 필름처럼 스쳐가면서 

약간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니가 원하면, 난 언제든 오케이”

“뭘 오케이야”

“뭐든”

“그래. 집으로 오케이”

 

유빈을 바라보더니 웃는 지웅, 

유빈은 아직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방송의 정상화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러 낸 일들이었다. 

자신은 한국에서 싸워 온 게 아니라 피난 왔다. 

남들이 피땀 흘러 가고 있을 때 이렇게 곧 결혼할 사이인 지웅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그때 후배 중 한 명이 연락을 왔다.

자신의 마지막 퇴사 때 가장 먼저 박수를 쳐줬던 후배였다. 

 

-선배 기고문 덕분에 힘낼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유빈은 문자를 보고, 한 숨을 푹 쉬었다. 

눈물이 약간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울고 싶진 않았다. 

 

“나는 도망자인데.. 뭐”

 

답장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복직을 한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었다. 

 

지웅은 오늘따라 심상치 않은 유빈의 태도를 금방 발견했다. 

평소 유빈이 마음이 심난 할 때 틀어 놓는 클래식을 틀어놓는다. 

 

유빈은 음악소리가 들리자, 역시 지웅이다 생각한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방송국을 뛰쳐 나온 건 후회가 없었지만

후배들과 함께, 같이 싸우지 않았던 건 조금씩 후회하고 있었던 유빈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괜히 울컥했다. 일부로 쳐다보지 않았는데

그게 지금은 후회가 됐다. 

 

이겼다는 말이 나오니까 이런 꼴을 보이는 것도 우스웠다. 

할거면 진작 하던지, 이제와서 후회는. 

 

스스로도 자신이 우습다고 여긴 유빈은 

한국의 언론인들이 복직되었다는 정보를 간략하게 기고문에 넣었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넣었다.

 

혹시나 더 필요한 자료가 있나 찾아보는데,

대한방송국 사장이 사퇴했고 다음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다.

 

“후보들도 넣어줘야겠네, 분석해주고”

 

웬만한 사장급의 언론인은 자신이 다 잘 알기에 

서둘러 후보군이 누군지 확인하는 유빈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웬 낯설지 않은 이름이 있었다. 

‘성유빈’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번 언론인들의 실질적인 파업의 선구자라는 설명이 함께.

 

“내가, 무슨 선구자.. 도망자지”

 

처음 언론통제를 본격 시작했던 정부에게 저항해

생방송 도중 사퇴서를 쓰고 나온 언론인이자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로 소개되고 있었다.

틀린 말은 없었지만 자신이 이렇게 나열 되도 되는 게 맞나 싶었다. 

 

“욕 먹겠다”

 

근데 내심 기분은 좋았고 기대도 됐다.

반응을 살피려고 댓글을 보는데, 도망가가 무슨! 

다른 사람들 파업 할 때 어디 있냐, 지금 미국 해변에서 햇빛째느라 바쁘다던데

남들 피땀눈물 흘릴 때 혼자 놀다가 구토하는 사장? 

 

“…”

 

왜곡된 사실이 많았지만 유빈은 딱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저 말들이 전하는 바가 사실이니까. 

 

무엇보다 ‘도망자’라는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얼른 기고문을 작성하고, 명단에는 자기 이름을 빼 버리고 올렸다. 

그러자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유빈 칼럼니스트님, 이번 대한방송국 사장직에 가장 유력한 후보자이신 거 아시죠?”

“네? 아니요, 모르는 소식입니다”

“아 그러셔서 빼셨구나. 본인이 빠지셨더라고요? 저희가 그럼 자료 추가해 넣어도 될까요? 아니면 1시간 후까지 빨리 추가해서 보내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그대로 올려주세요.”

“네?”

“저는 사장이.. 아무튼 그렇게 해주세요”

 

말을 하다 보니 욕심도 났다. 

말의 책임을 알기에 안 한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 유빈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전화를 끊고 한구 소식이 궁금해

자료조사 때보다 열심히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들락날락 거리는 유빈이었다. 

 

“사람이, 이렇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지웅이 유빈에게 다가왔다.

 

“우리 결혼, 좀 미룰까?”

“뭐..?”

“우선, 자기 한국으로 가자”

“오빠..”

“너 지금 여기가 언 쳐서 체 했잖아. 그럼 나중에 머리도 아프다”

“근데..”

“너, 자격있어”

“어..? 근데..”

“내 부인 될 자격도 있고, 한국 언론인들의 수장격이 될 자격도 있고!”

 

지웅은 살며시 실제로 자신에게 온 연락을 알려준다.

대한방송국 사장직에 관심이 있으면 지원하라는 연락이었다. 

 

유빈과 지웅은 날밤을 새며 함께 지원서를 썼다.

직접 제출이 원직이라 곧 비행기를 예약하고 한국으로 가려는데. 

 

비행기를 쳐다보며. 

 

“그날 내가 방송을 그만 뒀던 날 알아?”

“알지, 내가 말안했지만, 너 잠꼬대가 거의 그날이야”

“공항에서 일어난 납치사건, 그 사건 범죄자를 특정인으로 지목했었어. 근데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었고.”

“근데, 넌 어떻게 알았어?”

“직감이 있잖아.. 그래서 알아봐야한다더니. 그냥 그 사람을 지목하라고..”

“비행기 자체가 폭파해버려서 어떤 증거도 안남았잖아”

“난 그래도 아직도 그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할 수는 없었어”

 

말없이 유빈의 손을 꽉 잡아주는 지웅이었다. 

유빈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여주는 남자였다. 

 

“같이 가줘서 고마워”

“관에도 같이 들어가자”

“에이, 그건 오바야 오빠”

 

그렇게 유빈은, 

자신이 가진 신념과 같은 보도지침을 지켜냈고

 

이제는 새로운 보도지침을 위해

다시, 그리웠던 대한방송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제는 수장이 되어서. 

옛 과오들을 책임지고 개선하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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