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을 떠올리며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강지영을 떠올리며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지영
제목: 우리들의 신세계
“지영아 축하한다! 그리고 절대로 시위는 하면 안 된다. 우리 가족이 너만 믿는 거 알지?”
지영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애틋하게 쳐다보는 어머니, 그 뒤로 아버지와 동생들까지도 모두 지영의 서울 상경을 걱정하며 기대하고 있었다.
“지영아, 힘들면, 만약에 힘들면..”
“힘들어 버텨라, 우리 가족들이 너만 믿는 거 알지?”
“누나, 올라가서 울지 말고, 내도 서울 갈꺼니까”
지영의 동생의 등을 때리는 어머니, 그래 좀 서울 좀 가라, 니 누나처럼 한국대에 합격해서 당당하게 가라고, 동생은 자신의 등을 부여잡으며 알겠다고 말하며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지영은 그 모습을 두 눈에 꼭 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지영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을 원망한 적 없지만 저 못난 동생이 가족들의 불만을 얘기할 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잡아 준 적은 없었다.
지영의 입장에선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자신이 한국대의 의대를 가는 것도 의료계가 대한민국의 평균연봉 1위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직업별로 여러 봉급체계가 다양하게 했지만 의료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용병은 약 6천 8백만원으로, 7천만원 가량된다.
그렇게 지영은 의사가 되고 싶어서 간다기 보다는, 우선은 대학을 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직업으로 의료계 종사자가 가장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었다. 사법적으로도 고민도 했지만 그건 지영의 단순한 고민이었고, 부모님은 지영이가 하는 일이라면 다 응원한다면서 은근히 의사가 되길 바랐다.
그렇게 지영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서울에 상경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인 한국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수석도 아니고 턱걸이도 아니고 보통의, 평균에 점수였다.
지영은 스스로 자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은 많았지만, 선생님도 부모님도, 그리고 주변 친구들도 이미 지영의 꿈은 의사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지영에게 의사가 됐을 때의 좋은 점과 되는 방법을 알려줬지, 의사가 아닌 삶에 대해서 은근히 배척했다. 단순히 어렸을 때 소꿉놀이도 의사놀이를 좋아했다는 지영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지영은 자신이 정말로 되고싶은지 잘 모르겠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예과로 입학하게 됐다.
한국대의 오리엔테이션, 여기서 전교 1등은 당연한 클래스와 같았다. 오히려 전교 2등 미만의 친구가 어떻게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그 학교는 경쟁이 힘들었겠다고 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였다. 지영은 OT를 둘러보며 자신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았다. 찾고 싶었는데 딱히 없었다. 다만 동아리 이름인지 무엇인지 모를 ‘우리들의 신세계’라고 적혀져 있는 포스터가 잔뜩 버려진 모습만 보았다. 포스터를 주으려는 지영에게 누군가 다가와 포스터를 못 보게 버렸다.
“지영이라고?”
“네, 안녕하세요. 정지영이라고 해요.”
“시위하는 놈들이 뿌린 거야, 이런 거 보지 말고, 저기 친구들 있다. 가보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한국대는 꼭 스무살 뿐만 아니라 재수, 삼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국 최고이다 보니까 노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재수 이상의 학생들 중에는 단순한 재수가 아니라 다른 학교에 다녀보다가 한국대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힘들었겠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잘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 갈 돈이 없어서 학원을 간 친구에게 버릴 문제를 얻어 온 부모님,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공부를 했던 지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보다 똑똑해져 혼자 공부를 했지만 그런 기억들이 어떻게 공부했냐는 질문에 떠오르는 지영이었다.
남들은 여기 한국대를 오기 위해서 태어난 느낌이었는데 자신은 억지를 써서 합격한 느낌이 강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참고했던 지영이었으니까.
사실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공백이나 물음표, 그리고 다른 장래희망을 적어도 언제나 ‘의사’가 됐던 던 아직 지영이가 미래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서였기 때문이었다. 가끔 지영의 배경이 아닌 지영에게 집중한 담임도, 결국은 교장에게 끌려가 애 미래를 망칭 생각이냐며, 지영의 꿈이 아닌 부모의 꿈을 적었다.
인적사항에 적힌 사항이 지영의 미래를 결정해주는 게 아니었지만, 그렇게 장래희망 하나도 지영의 뜻대로 적어내지 못했다. 지영은 그게 얼마나 부당한지 몰랐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의 삶이 너무나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돈이 있어도 합격하기 어려운 한국대였지만 자신은 분명히 당당히 한국대에 들어와 의예과로 진학을 헀지만,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한국대가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영이 가장 먼저 한 건, 자퇴서를 인쇄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퇴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본다. 정지영, 세 글자,
“지영 의사 선생님~”
친구들과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퇴서에 자신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적었다. 장래희망조차 자신 마음대로 적지 못했던 자신이었는데, 이렇게 모든 인적사항을 자신이 스스로 적어간 것에 은근히 희열이 느껴지는 지영이었다.
“내 삶이야”
지영은 그렇게 부모님과 연락을 끊었다. 자퇴서를 제출했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차라리 죽었다고 하는 게 나았을까? 지영의 기숙사에 찾아온 부모님,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으로 단숨에 달려왔지만 지영은 이미 없었다.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한국대였지만, 지영의 바람은 아니었다.
지영은 그렇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제야 할 수 있었다. 이제야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강압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때 우연히 들린 골목에 있는 카페,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남자,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학교 OT때 본 사람이었다. 한국대는 여기서 한 시간은 교통시설을 타고 움직여야 나온다. 이런 외진 곳에서 공부를 하는 한국대 학생이라니, 자신처럼 자퇴생도 아닐 텐데 이 근처에 사는건가? 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지영이었다.
그때 지영을 발견한 한국대 학생이었다. 그도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지영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마치 지영에게 도망치듯이, 지영은 문득 오늘따라 평소에 하던 행동이 아닌 행동을 하게 됐다. 그에게 말을 걸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지영이었는데, 사실 말을 걸 상황이 생기지 않기도 했다. 거의 집에서는 가족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우들의 반강제적 감시아래 공부만 했던 지영이었으니까.
“저기요, 한국대 학생 맞으시죠..?”
“아..”
그는 빙구처럼 웃어보였다. 그 웃음의 진실을 알게 된 지영은 깜짝 놀랐다. 그는 한국대 학생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대가 너무 가고 싶어서 한국대 학생 중에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지 않는 친구의 이름을 빌려 한국대 오리엔테이션에 대리출석을 했던 것이었다.
친구는 안 가도 정보나 출석을 해서 좋고, 지금 지영의 앞에 있는 ‘석우’는 그렇게 가고 싶던 한국대 학생으로 한 순간이라도 불려서 좋았기 때문이었다.
“부끄럽네요. 이렇게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한국대 학생 아니예요”
“네? 그쪽도..?”
“아. 저는 조금 다르긴 한데”
다르긴 하지만, 뭐가 중요할 까. 중요한 건 지영에게는 지영 자신도, 그리고 석우도 하고싶은 대로 했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한국대에 왜 그렇게 가고싶어요?”
“한국대잖아요. 다른 이유가 있나요? 그냥 한국대니까”
“그래요..?”
한국대가 뭐라고, 왜 그럴까, 이 남자도, 그리고 가족들도, 선생님도, 친구들의 행동도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지영이었다.
“한국대가 그런 건가요?”
“지영씨도 그래서 한국대 학생인 척 한 거 아니예요? 한국대니까..”
“저는. 그러니까 한국대 학생이 아닌 게, 아니다. 뭐 말할 필요 있나요”
“뭐요? 지금, 지영씨고 결국 한국대 타이틀이 좋아서 저처럼 한국대 오티에 간 거잖아요?”
“음. 오해가 되고 있어서 그냥 말할게요. 저는 한국대 자퇴생이예요. 그래서 한국대생이 아니라고 한거구요.”
지영의 말에 석우의 표정은 너무나 놀란 표정이었다. 커다라진 두 동공과 눈, 그리고 코와 입까지 본래보다 거의 2배는 커진 구멍들의 모습들이었다. 그런 표정이 웃기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지영이었다.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올만한 일들인가?
“한국대를 자퇴해요? 한국대를?”
“네”
“왜, 왜요? 누구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그럴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럴거면 지원을 하지 말았어야죠. 지금도 밤을 새며 공부를 했던 학생 하나는 지영씨가 빼앗은 그 자리 하나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일 거예요. 그런데 지영씨는 고작 자신의 영위 때문에, 그런 그런!!”
석우의 말에 입술을 깨문 지영이었다. 문득 ‘기분이 태도가 되지마라’라고 적혔던 책의 문구가 떠올라 입술을 깨물기만 했다. 석우는 그런 지영의 태도에 자신의 말을 동의한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지영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는데, 참다 못한 지영이 반격에 나서자 석우도 할말이 없어졌다.
“석우씨?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래서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그 사람이 저 보다 성적이 좋았으면 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한국대에 왔겠죠? 저는 당당히 공부를 했고, 시험을 쳤고, 시험의 결과에서 한국대에 입학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거구요. 그런데 다녀보니까 한국대와 저는 안 맞고, 한국대라는 학생증이 저한텐 가치가 없어서 자퇴를 했다는데 그게 석우씨한테 허락 맡을 일도 아니고요. 이렇게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1%도 없는 것 같은데요?”
지영은 어이가 없어서 더 이상 석우와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나와버렸다. 별꼴이야, 어이가 없어서 가족도 아닌데, 자신과 얼마나 봤다고, 인연이 이어지는 만남은 3번은 있어야 한다는데 이제 겨우 2번 봤는데 자신의 의사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꼴이 우스웠다.
“별꼴이야 정말”
지영은 그렇게 카페를 나와서 거처로 가서 잠을 자려고 했는데, 낯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반발했던 석우의 모습. 한국대가 뭐 길래.
다음날 뭘 할까 고민하다가 엄청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우연히 가게 된 지영이었다. 그때 여러 대학교의 학생들이 한 대 모여 있는 게 신기했다. 노래를 부르고 어깨동무하고 춤도 춰서 축제인가 했는데 그러나 상황은 축제는 아니었다.
해외 영화 속에서나 보던 집회였다. 그때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학생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나타났고 지영은 서둘러 대열을 벗어났다.
“뭐야”
문득 오리엔테이션에서 동아리에서 신입을 받던 ‘우리들의 신세계’기 떠올랐다. 그들 중 한 명이 명철이라는 이름의 한국대 총학생회장이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했다. 경찰들은 얼른 해산하라고 명령만 했지 학생들의 말을 들어주는 거 같아 보이진 않았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던 가족들이 생각나는 지영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그 장소에 있었던 지영이었는데, 뉴스 기사에 사진이 찍히게 됐다.
한국대에 시위 현장에 있던 지영을 알아본 고향의 누군가가 지영의 가족들을 제보했다. 어떻게 살까 하다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든 지영에게 가족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영이 시위 주동자 중 하나로 오해한 정부가 지영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가족을 고문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들이 다쳤다는 소식이었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
지영은 어이가 없어서 따져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들의 신세계’가 있는 한국 대 앞에 갔는데 경찰들이 가득 깔려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
그때 자신을 한국대 학생으로 오해한 석우가 있었다. 그는 지영을 발견하고 경찰들의 눈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쪽, 자퇴한 거 아니었어요?”
“맞아요..”
“근데 그 시위 현장은 뭐고, 지금 여긴 왜 있는 거예요?”
“그쪽이야말로..
석우는 차마 지영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기 위해서 찾다 보니, 지영이 걱정돼서 이곳에 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한국 대 학생이 될 거니까 미리 와 본 거죠”
석우를 보는 지영, 그런 지영에게 석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그땐 미안했어요. 내가 한국대를 좋아하는 건, 저기서 말하면 사람들이 들어주잖아요. 그래서 한국대가 가고 싶었어요.”
한국대에서 말해야 들어주는 말, 그런 건가? 그냥 말해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자신의 부모님도 한국대만 가면 뭐든 해준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랬기에 들어주지도 않았지만.
지영은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대로 석우가 이끄는 대로 움직였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처럼 반감이 들지 않았다.
함께 움직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서일까? 진심으로 사과하는 석우를 용서해서 일까? 그런데 자신에게 거의 먹다만 빵을 내민 석우를 보니, 다시 짜증은 났다.
“이걸 먹으라고요?”
“이거라도 먹어야 죠. 지금 전국에 계엄령이 떨어졌어요. 그제 일어난 시위 때문에”
“계엄령이요?”
전쟁이 날 것도 아니었는데, 고작 학생들에게 계엄령을 때리는 정부라니,
정말로 자신이 주웠던 포스터처럼, 우리들이 신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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